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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몸 - 인간의 육체에 관한 100가지 이야기
루돌프 셴다 지음, 박계수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7년 5월
평점 :
우리는 자신의 몸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혹은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내부는 우리의 외계 만큼이나 낯선 무언가로 다가온다. 자신의 몸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들을 이해하지 못할때, 우리의 몸은 우리를 이루고 있는 요소가 아닌 독립된 무언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우리의 몸은 관찰되고 분석되고 대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대상으로서 다루고 있다는 점은 현대 서구 철학자와 사상가들에 의해 환기된 적이 있다. 서구에서, 그것은 단지 현대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 역사가 꽤 깊다. 동양은 서양보다 몸을 대상화 하는 정도가 약했다고 생각되지만, 서구의 가치가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그 두 문화집단이 다를 바가 없다. 매우 빈번하게 우리의 몸은 우리 자신과 괴리된 무엇처럼 취급되고 있다.
'욕망하는 몸'은 그렇게 신체를 대상화한 역사에 대한 고찰이다. 역사적 문헌들, 동화들, 사례들 그리고 종종 현대적 사례들을 예로 들어 신체 각 부분을 우리, 아니 서구문화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에 나온 끔찍할 정도의 무지와 오해들은 곧 서구문화가 전통적으로 몸을 이해하는 방식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며, 비판한다. 이는 곧 서구 문화가 사회를, 문화를,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과 연결된다. 남성 치료사들이 가졌던 여성 환자들의 증상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오해들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각 부분으로 나누어져 단편적으로 기술된 사례들은 각 부분의 현대적 정의등과 뒤섞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때로 소재들은 복잡하게 뒤엉켜 있거나 흩어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책에 담기에는 우리 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방대한 것일까 아니면 사례를 나열하고 서술하는 작가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결국 이 책을 읽은 후 머릿속에 남은 것 중 상당부분은 몸에 대한 어떠한 철학 혹은 몸을 이해하는 어떤 방식에 대한 이해와 비판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서술된 사례들 그 자체이다. 그나마도 너무 단편적이다. 단편적인 사례들을 나열하듯 다루면서도 푹스의 '풍속의 역사'가 속도감과 중심을 잃지 않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