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사랑 - Incendi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마지막에는 쉽게 긍정도, 부정도 못하겠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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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7-23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말해서, 스포를 하지 않고는 이 영화의 리뷰를 쓸 자신이 없다. 물론 거의 모든 영화들이 그렇기는 하지만, 특히 이 영화에 있어 어떤 내용을 쓰는 것이 주저되는 이유는, 이 영화는 그 '어떤 내용'에 많은 것을 걸고 있는 까닭이다. 아마도, 이 영화의 전체 축이 숨겨진 비밀을 찾아나서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어떤 미스테리 추적의 구조가 된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솔직히 말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기대보다는 실망스러웠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그러한데, 첫째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분산됨으로써,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잡기가 어려워진다는 점(동시에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그 마지막이 어떤 나의 내면의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주입된 감정처럼 느껴진다는 점. 둘째는 스코어의 활용이 보는이의 감정 흐름을 앞서나가거나, 과도한 꾸밈음처럼 느껴진다는 점. 셋째는, 이야기의 흐름을 끌어가는 여러 기법이 필요 이상의 장식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는 점, 어떤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 이 영화에 필요할까. 넷째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처음에도 말했지만, 이 '어떤 내용'에 너무 많은 것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의 중요한(중요할 수 있는) 다른 이야기들이 묻혀 버린다는 점.

물론 이 영화에는 이 단점을 상쇄할 만한 많은 장점이 있다. 그것은...이 영화를 보시라는 말밖에는.

다락방 2011-08-11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저도 이 영화를 보았고, 별 다섯을 주었지만 별 넷을 주고 싶기도 했었어요. 넷과 다섯 사이에서 갈등했는데, 그건 충분히 이 영화가 괜찮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정이 깊지 못하다는 느낌 때문이었는데요, 맥거핀님의 댓글을 보니 그 감정의 실체가 잡히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분산됨으로써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잡기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걸 저는 설명하지 못해서 내내 답답했는데, 그거였군요! 왜 이토록 힘든 영화에 마음껏 울수가 없는가, 가 저는 의문이었거든요. 말씀하신것 처럼, 어느 한명에게 깊이 공감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고, 그건 여러명의 화자를 내세웠기 때문인 것 같아요. 쌍둥이의 입장도 답답했고, 고문자의 입장도 아팠고, 노래하는 여자의 입장도 처절했는데, 셋 다 가슴이 아프면서 그런데도 감정을 '깊게' 건드리지는 못하더라구요. 그 모든 비극이 충분히 그쪽 사회에서는 현실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죠.

잘 읽었습니다.

맥거핀 2011-08-12 01: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동의의 글을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 영화 참 힘든 영화이지요. 주인공 여인뿐만 아니라, 쌍둥이도 고문자도 모두 나름의 아주 극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그것은 극도로 끌어올려지지요. 그런데 저는 거기서 어리둥절했던 것 같아요. 그 극도로 끌어올려진 상태에서 뭔가 툭 잘라내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예를 들어 영화에서 노래하는 여인 못지않게 쌍둥이들도 마지막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텐데, 그 충격은 거의 보여지지 않습니다. 도리어 뭔가 쿨하다..기까지 느껴지는 점도 있었어요. 저는 이게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충격적인 사건인데, 그 충격이 영화 속에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완충을 거치지 않고, 그저 관객에게 바로 쭉 밀려드는 느낌. 이게 좋은걸까 하는 생각.

실화라면 또 모를까, 실화가 아니라면, 쌍둥이들이 이 이야기의 화자가 될 필요가 있을까..그리고 그 화자(쌍둥이)가 관객과 동일한 시점(時點)에서 계속 정보를 얻는 것으로 이야기의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러한 구조가 이 영화에서는 필요한 것이었을까..(분명히 그럼으로써 관객의 충격의 강도는 올라갔지만요. 그러나 충격의 '강도'만을 높이는 것이 이 영화에서의 미덕일까?)

좀 다른 얘기겠지만, 에르큘 포와로가 나오는 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에서 범인을 숨기는 트릭같은 것, 그런 것이 이 영화에서도 느껴졌어요. 그 트릭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에서 필요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