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 26일에 타 서점 블로그에 (나름 리뷰라고) 올린 글. 유일하게 딱 하나 쓴 글(하기는 그 때는 뭔가를 쓸 만한 때가 아니었다). 오늘 오랜만에 서점에 가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책 <언더그라운드>가 마침 새로 출판되어 있길래, 생각나서 올려본다. 자투리 글을 모으려는 목적도 있고. 제목은 그 때 올린 그대로. 

.....................................

日 옴진리교 사건 '길고 긴 10년'  

1994년 도쿄(東京)지하철 사린 가스 테러사건을 저질렀던 종말론 종교단체‘옴 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ㆍ48ㆍ사진)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이 27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내려진다. 

일본 검찰은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 등 13건의 테러ㆍ살인 사건으로 모두 27명이 숨진 일련의 옴 진리교 범죄를 모두 아사하라가 주모ㆍ지시했다고 보고 지난해 4월의 논고 때 "일본 역사상 가장 흉악한 범죄자”라며 살인을 구형했다. 범행에 가담했던 그의 제자들 중 11명에게 이미 사형판결이 나왔고 아사하라의 지시 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그에게도 사형판결은 확실해 보인다. 무차별 동시다발 테러의 원형으로 꼽히는 지하철 사린 테러는 ‘안전신화’를 자랑하던 일본의 치안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중략)

유족들은 “아사하라의 입에서 범행의 이유와 반성ㆍ사죄의 말을 듣지 못하는 한 사형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경찰은 아직도 남아 있는 신자들이 소란을 일으킬 것에 대비해 27일 법원주변에 기동대 400여명을 배치해 경계를 할 예정이다.

- 2004년 2월 26일자 신문기사 발췌 -
..........................................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의 권두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악령》의 한 구절이 인용되고 있다.

주인공 스타브르긴이 그의 미친 아내를 살해케 한 후, 그날 밤 미모의 여자 리자와 육체관계를 갖고, 다음날 아침 차갑게 헤어지는 대목에 나오는 바로 그 리자와의 대화이다. 리자에게 "어제는 도대체 무엇이 있었을까"하고 물은 데 대해서, 그저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하는 대답을 듣고, "그건 가혹하다. 그건 너무나도 잔혹하다"고 한탄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장 뤽 고달의 《미치광이 피에로》에서, 라디오 뉴스의 한 토막이 인용되어 있다. "게릴라가 115명이 전사했다"는 투의 뉴스가 의미하는 너무도 단순화되고 무의미한 폭력적인 표상을《악령》의 한 구절과 더불어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 폭력적인 표상의 위기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전투관계 보도나 재해보도에 있어, 엄청난 수의 다양한 희생자들의 다양한 죽음과 비참한 죽음을, 무미건조하고 지극히 단순하게 '5000명이 전사했다'든가 '3000명이 사망했다'고 표상하는 것처럼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단순화에 대한.....(하략)
.......................................................

언젠가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를 읽은적이 있다. 소설은 아니고, 사린가스 테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일종의 르포다.

그들의 대다수는 우연히 그날 아침 지하철을 같이 타게 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나, 그날의 사건 이후로 다들 무엇인가 조금씩 달라져버렸다.

한 사람의 친구로써, 누군가의 어머니로써, 혹은 누군가의 선생님으로써 맺었던 관계의 틀 속에서 존재하던 누군가는 지하철 테러 사건의 대상물 중의 어느 하나로써 그저 큰 사건이라는 틀 속에서 묻혀져 버리고 말았다.

"있었던 일이 있었지 뭐"라는 체념 속에서 객체화되는 우리들의 삶은, 어떤 큰 대상물 속의 하나로서의 부속물적인 우리들의 삶은...

그러나 실상은 그런 게 아닌 것이다. 조금 달라져 버리긴 했지만, 아직도 사건의 이면에는 누군가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그 누군가는 또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인 것이다.

그것을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는 보여준다.

ps. 갑자기 신문을 읽다가 한 3-4년 전에 읽은 그 책이 떠올랐다. 사린 가스 테러 사건에 대한 수백 페이지의 분석 보고서보다 이 책 몇 페이지가 이 사건의 심각성을 더 잘 말해준다. 우리나라 대구 지하철 사건도 별로 다르지는 않다. 대구 지하철 사건 1년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0-11-2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장이 엉망. "너무도 단순화되고 무의미한 폭력적인 표상을《악령》의 한 구절과 더불어 어떤 사물을 표현하는 폭력적인 표상의 위기를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는 도대체 무슨 소린지?

cyrus 2010-11-29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나온 책의 내용이랑 차이가 없나요?
저는 예전에 나온걸로 읽고 싶어지네요. 제가 사는 곳이
기억하기 싫은 참사가 일어난 것도 있고, 하루키가 쓴 르포라는 점에서
끌리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맥거핀 2010-12-01 12:14   좋아요 0 | URL
답글이 좀 늦었습니다.^^;
서점에서 내용을 살짝만 보았는데, 크게 내용상으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단지, 이번에는 이 <언더그라운드>와 더불어 2편격인 <약속된 장소에서>도 같이 출간된 것이 조금 달라진 점이랄까요. 사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르포라기 보다는 인터뷰집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듯 싶습니다만, 사건의 정황을 세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르포라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