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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ㅣ 펭귄클래식 100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2월
평점 :
H.G. 웰스의 기념비적인 작품 [타임머신(1895)]을 읽었다. [모로박사의 섬(1896)], [투명인간(1897)], [우주전쟁(1898)]과 함께 작가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시간여행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테마의 시작은 아마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시간이 정말로 공간의 네번째 차원에 불과하다면 어째서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으로 간주되는 걸까, 또 그렇게 늘 간주되어온 걸까? 그리고 어째서 우리는 공간의 여느 차원을 누비듯 시간 속을 돌아다닐 수 없는 걸까?"
구하는 자에게 길이 열리나니, 시간여행자는 드디어 시간을 여행하는 기계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의심으로 가득하다.
"자네는 흑을 백이라 논증할 수 있지만 결코 나를 믿게 하진 못하네."
결국 시간여행자는 직접 시간여행길에 오른다. 서기 802,701년, 까마득한 미래로 가서 인류의 후손을 만나고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미래는 절망적이었다. 계층간의 깊은 갈등의 고착으로 하층계급을 상징하는 지하생활자 '몰록'과 상층계급이지만 안락과 편리에 젖어 오히려 퇴화하고 만 지상의 소인 '엘로이'로 분화된 미래의 모습은 천국을 가장한 지옥이나 다름 없었다.
인류 지성의 꿈이 얼마나 덧없었는지를 생각하니 슬펐다. 지성은 자살한 것이다. 끊임없이 편리와 안락을 추구하고 안전과 영속을 모토로한 조화로운 사회를 모색한 인류 지성은 마침내 그 이상에 도달했으나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한때는 생명과 재산이 거의 완전무결하게 지켜졌으리라. 부유한 자는 부와 안락을 누리고 가난한 자는 생명과 일을 보장받았으리라. 그 완벽한 세상에서는 실업문제도 없었을 테고 해결되지 않은 사회문제도 없었으리라.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시간여행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몇몇 지인들 앞에서 경험담을 늘어놓지만 미친 사람 취급만 받는다. 여행길에 사진기나 기타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가지 않았던 탓에 자신의 경험을 말로 밖에 증빙할 수 없었던 탓이다. 결국 그나마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보는 앞에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타임머신에 탑승하는 시간여행자, 그는 새로운 증거 자료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