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7
서머싯 몸 지음, 안흥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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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스트릭랜드는 지극히 평범한 주식 중개인이었다가 40이 훌쩍 넘은 나이에 뜬금없이 그림을 그리겠다고 파리로 건너간다. 아내 에이미를 비롯한 가족 친지들은 갑작스런 그의 가출을 두고 다른 여자와 정분이 난 것이라고 단정할 정도로 화가로의 그의 변심을 눈치채지 못했다.

 

파리에서의 찰스의 생활은 극빈의 삶 그 자체였는데, 그림을 배우고 그리는 이외 안락함이나 명성같은 것은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당대 화가들이나 대중에게 스트릭랜드의 그림은 전혀 주목받지 못했지만 딱 한 사람 그의 천재성을 간파한 화가이자 평론가 스트로브는 찰스의 괴팍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곁에서 그를 돕는다. 스트로브는 작고 뚱뚱해서 스트릭랜드의 조롱거리가 되기 일쑤였어도 모든 걸 감수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스트릭랜드를 옹호한다.

 

한 번은 스트릭랜드를 오랜만에 찾은 스트로브가 거의 아사 직전까지 몰린 그를 본 후, 아내 블란치의 눈물어린 반대를 무릅쓰고 스트릭랜드를 자기의 집으로 옮겨 간병하기에 이른다. 스트릭랜드는 몸이 점차 회복되자 스트로브의 화실까지 점령하는데, 스트로브에게는 더 청천벽력인 것은 스트릭랜드를 그토록 혐오하던 그의 아내가 스트릭랜드에게 연정을 품게 되고, 스트릭랜드가 떠나자 자살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점이다.

 

종적을 감춘 스트릭랜드는 그 후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타히티 섬으로 들어가 원주민과 생활하게 된다. 17세의 원주민 소녀 아타와 살림을 차린 그는 죽을 때까지 그림만 그리다가 나병에 걸려 온몸이 뭉게진 채 죽어갔다. 심지어 죽기 1년 전부터는 시력마저 잃은 채...

 

화자는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에서 스트릭랜드와 그의 주변 인물들을 서술한다. 더러는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것도 있고, 많은 부분은 이런 저런 사람의 전언을 모은 것이다. 온갖 미담으로 스트릭랜드를 신성화하지 않으면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영웅적 행동을 조작하지 않으면서 상식적으로 불가사의한 인물인 스트릭랜드와 그의 삶을 묘사한다. 그러나 이런 건조한 서술 방식이 극의 사실성을 더하는 한편, 신비감을 주면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광기 없는 예술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예술을 위한 광기는 어떤 형태라도 용서될 수 있는 것인가. 결과가 좋다면(음악이건 회화건 무엇이건 간에 걸작을 창조한다면) 모든 평가는 뒤바뀔 수 있는 것인가.

 

나는 후회 없이 무엇에 미쳐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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