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3 - 욕망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로마 신화를 통해서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오뒤쎄우스, 테세우스, 멜라아그로스, 페르세우스 등의 수많은 영웅을 접했다. 반면에 북유럽(게르만) 신화의 영웅들은 비교적 낯설다. '지구르트'나 '베오울프' 정도나 되어야 이름이라도 들어본 기억이 나는 정도. 그나마 그들의 구체적 모험담, 즉 이야기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세번 째 권에서는 이런 영웅들을 다루고 있다. 기독교 시인들이 기록한 이교도의 영웅들은 다소 야만적(?)이고 포악한 면이 두드러진다.

 

기독교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만 중세의 영웅들은 제일 먼저 아버지나 친척의 원수를 죽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 그러니까 기독교의 가르침이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이라면, <에다>영웅의 미덕은 "네 원수를 반드시 죽여라."인 셈이다. ~따라서 적을 죽일 때는 그 아들도 함께 죽여야 했다. 안  그랬다가는 뒷날 그 아들이 복수하러 찾아올 테니 말이다. 65~66쪽

 

북유럽 신화 최고의 영웅이라고 볼 수 있는 지그문트와 지구르트 부자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이 용을 죽이고 보물과 미인을 차지하고 장렬하게 혹은 고결하게 죽을 때까지의 한 살이를 간명하게 요약하자면 '무자비한 복수'이다. 게르만 민족 최초의 영웅 지그문트의 조상을 멀리 좇아 올라가보면 결국, 그는 '오딘'의 자손이다. 지그문트의 아버지 뵐중은 오딘의 증손자가 된다. 지그문트는 아버지 뵐중의 원수를 갚고, 지구르트는 아버지 지구문트의 복수를 한 다음에야 영웅으로서의 통과의례를 마친다. 그러나 운명인가, 영웅들의 최후는 순탄치 않다.

 

반지의 영웅, 지구르트는 저주가 서린 보물, 절대 반지를 손에 넣는다. 이 반지는 그걸 만든 난쟁이 '안드바리'의 저주가 내려졌던 것이다. 최초, 로키가 안드바리가 사는 지하 세계로 가서 보물을 가지고 나올때 마지막에 빼앗은 것이 이 반지였다. 실수로 농부 흐라이트마르의 막내 아들을 죽인 죄값으로 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마지막 하나 남은 반지까지 탈탈 털린 안드바리가 악에 바쳐 저주를 내린 것이다.

 

"반지야, 두 형제를 살인자로 만들고 여덟 귀족의 운명을 망쳐다오. 그 누구도 내 보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때 이른 죽음을 맛보게 되리라."  101쪽

 

저주는 실현되기 시작한다. 흐라이트마르의 두 아들은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고, 형 파프리니는 동생을 쫓아낸 다음 보물을 깊은 굴 속에 숨겨놓고 스스로 용이되어 보물의 지킴이 역할을 한다. 지구르트에 의해 용(파프라니)과 그의 동생이 죽임을 당하니, 첫번 째 저주가 실현된 셈이고 지구르트를 포함해 수많은 귀족들이 불운한 최후를 맞으니 두번 째 저주가 실현된 셈이다. 이 후 반지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악의 근원이 된다.

 

야만적인 영웅이 야만적인 행적을 하다가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 순환 고리가 계속 이어진다. 기독교 영웅이 등장하면서 영웅적인 모험담에 고결성이 보태지게 되는데 그 중간 쯤에 위치한 영웅이 바로 베오울프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독교 기사 영웅들(성배의 기사 파르치팔,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가 바뀐 세상의 바뀐 가치를 대변한다. 중세 유럽의 여러 전설에 바탕을 둔 이 이야기들에서 기사의 모험은 구도의 길이 되고 그들이 추구하는 보물은 성배로 대표되는 기독교적 가치가 된다. 종교적 관점을 떠나서 이야기로서의 재미, 교훈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테지만 너무나 이질적인 게르만 영웅들과 기독교 기사 영웅들이 한 책에 묶여 있으니 웬지 한 쪽이 다른 쪽을 위한 소모품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아무튼,

신화와 전설은 이야기의 원형이 들어 있다. 지역은 달리 해도 유사한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 사는 세상의 걱정거리가 비슷했다는 말인가. 북유럽 신화에서, 우리의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가 발견되고,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이야기, 그리스 신화의 여러 이야기들이 녹아 있다. '늑대인간'의 기원도 보이고, 아서왕 이야기도 엿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섞고, 발전시키고... 그렇게 삶은 풍부해 지겠지.

 

진지하게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다시 봐야 겠다. 한 번도 졸지 않고는 버틸 수 없었던 그 영화, 이제 졸지 않을 자신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