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 - 죽음의 예언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영원한 상징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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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 세계 최고의 신 '오딘'은 애꾸눈이다. 지혜를 갈망한 그는 그렇지 않아도 지혜로운 신이었으나 더 많은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눈 한 쪽을 지혜의 샘물에 던져 넣은 대신 그 샘물을 마실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래서 더 똑똑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똑똑한 신이 다스리는 신들의 나라가 종말이 예고되어 있다니. 재각재각 시간이 종말 '라그나뢰크'를 향해 흐르고 있다.

 

라그나뢰크는 빛과 질서와 생명을 수호하는 신들과, 어둠과 혼란과 파괴를 지향하는 사악한 거인들 사이에 벌어지는 최후의 일전이다. 최후의 일전답게 양쪽이 모두 무너지고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것으로 끝난다. 낡은 세계가 무너져 사라져야만 새로운 세계가 생겨날 수 있다. 곧 낡은 질서가 완전히 붕괴되어야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는다. 이것은 모든 탄생과 창조의 원리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앞서 파괴와 죽음이 오는 것이다. 신화는 이것을 신화의 언어로 표현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그것은 라그나뢰크, 곧 '신들의 황혼'으로 나타난다. 142쪽

 

그런데, 라그나뢰크의 방아쇠를 당기는 이가 바로 신과 거인의 피를 같이 물려받은 악동 '로키'다. 마블의 영화 [토르 - 천둥의 신]에서는 토르와 로키가 형제지간으로, 즉 오딘의 아들로 나오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찌되었든 '아제신'에 속에 있었던 로키는 다른 신들과 달리 순수 혈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항상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특히 자신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아름다운 '발더'신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종말의 방아쇠가 되었다.

 

게르만 신화의 독특한 공간 배분은 세계를 아홉 공간으로 나눈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구분이지만 라그나뢰크와 함께 이 신화의 공간도 기독교 세계관 저편으로 사라진다. 죽음이 예고된 신들, 그 세계관을 이교도라고 치부해 버린 시인들에 의에 씌여진 기록. 기형적일 수 밖에 없고 모순적일 수 밖에 없겠지. 그렇게 이야기라도 남긴 중세 에다 시인들에게 감사해야 하는가. 반드시 새로운 세상은 기존의 것을 몽땅 무너뜨려야만 열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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