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 -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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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자 보다 더 빛나는 패배자가 있을 수 있을까? 뭐, 당연히 있을 수 있지. 이 책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승리와 패배는 위인이나 범인이나 일상인 것이고 구지 사안마다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승리로 빛나는 기간보다 좌절과 실패로 한숨 짓고 눈물 흘리는 세월의 무게가 삶을 훨씬 더 진지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니 매상 울상을 만들어 주변을 더불어 근심하게 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무수한 위인들은 무릇 후세의 평가를 피할 수 없으니 승리자와 실패자로 갈라져 한 쪽은 숭배와 예찬의 대상으로, 그 다른 쪽은 비난과 저주의 대상으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반면교사 역할을 한다. 당연히 누구나 앞의 예의 본보기가 되고 싶을 텐데, 그 평가라는 것이 또 시대마다 널뛰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니 누구의 삶도 헛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암튼, 독일 문학사의 두 천재 '하인리히 만'과 '토마스 만' 두 형제의 삶이 우선 눈에 띈다. 3살 차의 형인 하인리히 만은 소설 [충복]으로, 동생 토마스 만은 소설 [부덴부르크가 사람들], [마의 산] 등으로 명성을 얻었다. 두 형제는 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던지 서로에게 경쟁자 이상의 적대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의 작가적 성공은 형 쪽이 먼저였으나, 아우가 계속해서 평단과 대중의 호응 속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이(1929년 노벨문학상까지 거머쥐었다) 형 하인리히 만은 잘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쟁 발발후 미국으로 망명한 하인리히 만은 아내의 자살과 빈곤으로 고달픈 삶을 살다가 쓸쓸하게 삶을 마감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인리히 만의 이 한살이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 잘난 동생 토마스 만이었다니 뒷 맛이 씁쓸하다. 

 

이 밖에도 많은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사람들이 무슨 패배자야?' 할 만한 사람도 다수다. 가치 판단은 상대적인 것이니 토달지 않겠다. 어떤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참고삼아 이 책의 목차를 옮겨 놓는 것으로, 총총

 

비참한 패배자들
3. 골리앗, 베르블링거, 스미스 선장_ 호언장담형의 세 사람
4. 멕시코의 막시밀리안 황제_ 황제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변변찮은 사람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5. 롬멜_ 경탄과 환호, 그러나 결국엔 죽음
6. 체 게바라_ 열대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7. 고르바초프_ 다른 민족은 해방시켰지만 정작 자신의 제국은 잃어버린 남자

승리를 사기당한 패배자들
8. 라이너 바르첼_ 코앞에서 수상 자리를 놓친 사람
9. 앨 고어_ 선거에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사람

왕좌에서 쫓겨난 패배자들
10. 메리 스튜어드_ 참수당한 '음모의 여왕'
11. 루이 16세_ 어떻게 그리 사랑스러운 인간이 단두대의 재물이 되었을까?
12. 빌헬름 2세_ 어떤 패배자도 그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몰린 패배자들
13. 요한 슈트라우스_ 아들에 가려진 아버지
-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바이올린을 켰지만 결국 아버지가 패배했다.
14. 하인리히 만_ 동생에게 짓밟힌 형 - 토마스 만의 그늘에 가려 살아야 했던 고통
15. 렌츠_ 괴테에게 발길질당한 천재 작가 - 미워하기에는 너무 재능이 뛰어난 사람
16. 라살_ 마르크스에게 눌린 패배자 - 노동운동의 메시아
17. 트로츠키_ 스탈린에게 쫓겨난 패배자 - 10월 혁명의 열혈한

끝없이 추락한 패배자들
18. 오스카 와일드_ 감옥으로 간 사교계의 스타
19. 크누트 함순_ 경솔한 말로 세계적인 명성에 먹칠을 한 작가

세계적인 명성을 도둑질당한 패배자들
20. 리제 마이트너_ 노벨상을 빼앗긴 물리학자
21. 앨런 튜닝_ 영국의 승리를 도운 무명인

더 큰 영광의 시간을 박탈당한 패배자들
22. 게오르크 뷔히너_ 스물셋에 괴텔를 능가하는 성취를 이룬 작가
23. 이사크 바벨_ 마흔 다섯에 악명 높은 루비안카 감옥으로 끌려간 작가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 패배자
24. 빈센트 반 고흐_ 사후에 세계를 평정한 탕아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인생들
25. 윈스턴 처칠과 덩샤오핑_ 누구도 이길 수 없었던 두 사람
26. 리처드 닉슨_ 토끼사냥 하듯 내몰린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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