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 (완전판) - 커튼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푸아로가 죽었다. 이번 작품 [커튼]에서 그가 죽는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결코 읽지 않았으리라. 이 위대한 탐정의 죽음은 내겐 너무 이르다.

 

노쇠한 푸아로가 스타일스 저택에 자리를 잡고 옛동료 헤이스팅스를 불러 들인다. 스타일스 저택은 푸아로가 아직 행동에 거침이 없던 시절, 사건현장이었다. 그때도 그의 옆에는 헤이스팅스가 있었다. 두 번째로 이 저택을 찾은 헤이스팅스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자신을 맞는 푸아로를 보고 연민에 빠진다. 하지만 푸아로는 몸은 망가졌어도 자신의 정신 세계는 전혀 후퇴하지 않았음을 거론하면서 또 다른 살인 사건의 어두운 그림자가 스타일스 저택에 서리고 있음을 알려 준다. 자신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살인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왔노라고. 거동이 불편한 푸아로를 대신해서 눈과 귀가 되어줄 헤이스팅스가 필요했다고.

 

스타일스 저택을 사들여 싸구려 숙박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노부부, 새를 좋아하는 말수 적은 노턴, 병약한 아내를 둔 열정적인 의사, 그리고 그 의사를 돕는 젊은 여성(심지어 그녀는 헤이스팅스의 딸이다) 등. 이 중에 가장 교활하고 완벽한 살인마가 숨어 있다. 벌써 몇 건의 연쇄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가 이 곳에서 또 다른 살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푸아로는 이미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만 그 흉악한 범죄가 너무 교묘한 나머지 대중은 연쇄살인이 있었는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푸아로는 노망이 든 걸까?

 

아무튼 이 작품에서 푸아로는 죽는다. 그것도 가장 그다운 방식으로 죽는다. 코난 도일은 홈즈를 죽여 놓고 극성(?)스러운 팬들의 성화에 나중에 다시 살려내는 수고를 했다는데 푸아로는 살려낼 방법을 원천 차단시켜 놓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젠장, 출판사는 전집 14번째 권에 이 작품을 배치할게 뭐람. 제일 마지막이던지 최소한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 중에서라도 제일 나중에 배치했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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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기 2017-06-1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아로가 죽음을 맞는 <커튼>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2차 세계 대전 중에 쓴 소설로, 마플 양의 마지막 사건으로 예정해 둔 작품 <잠자는 살인>과 함께 은행 금고에 30년 넘게 잠들어 있었다. 이 작품들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자신이 더 이상 새로운 소설들을 쓸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난 생애 말년에 이르러서야 공개된다.

<커튼>의 출간과 함께 그의 부고가 1975년 8월 6일 《뉴욕 타임스》 첫 페이지를 장식함으로써, 에르큘 푸아로는 《뉴욕 타임스》에 부고가 실린 유일한 가상의 인물이 되었다. 《가디언》에서 선정한 애거서 크리스티 베스트 10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 작품에서 명탐정 푸아로는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생애 가장 위험한 적과 마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