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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최후의 해결책 ㅣ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3
마이클 셰이본 지음,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1993년이던가?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는 그 해에 봤던 영화 중에 최고로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로 기억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하고 직접 주연까지 한 이 영화는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을 수상했고, 당시 한물간 장르로 여겼던 서부영화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여자고 아이고 무참히 살해했던 무법자, 자비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던 윌 머니는 늘그막하게 한 여자를 만났고 그녀로 인해 개과천선을 해 무뢰한의 생활을 은퇴했다. 아내가 죽은 이후에도 어린 아들과 함께 돼지를 기르며 노년을 보내던 그는 이제 말도 제대로 올라타기 힘들 정도로 노쇄한 상태다. 그런데 그에게 젊은이가 찾아온다. 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던 신출내기가 현상금이 붙은 목동을 함께 처치하자며 위험한 제안을 했던 것. 갈등 끝에 동행하는 전설적 총잡이, 그러나 그는 더이상 과거의 그가 아니고, 무자비한 악한이라기보다 뒷모습이 쓸쓸한 노인일 따름이다.
퓰리처상 수상자 마이클 셰이본이 89세의 홈즈를 되살려 냈다. 등이 굽고 삐쩍 말라 쭈글쭈글한 얼굴, 무릎은 퇴행성 관절염으로 삐걱거린다. 충실한 동료인 왓슨 박사는 죽었는지 어디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지 언급도 없다.(호로비치의 [실크하우스의 비밀]에서는 왓슨의 회상이 나오는데 홈즈가 먼저 죽은 것으로 나온다.) 그의 집은 더이상 베이커가 221B번지도 아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양봉으로 소일을 하는 홈즈라니...
셰이본은 작중에 '홈즈'라는 이름보다는 '노인'이라는 보통명사로 세기의 명탐정을 묘사한다. 한 마디로 쓸쓸하다. 물론 명민한 추리력은 '명불허전'이다.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야기는 잔잔하다. 아래는 출판사 제공 줄거리.
은퇴 후 시골에서 한가롭게 살고 있는 89살의 셜록 홈즈의 앞에 나치로부터 도망친 9살의 벙어리 소년과 앵무새 한 마리가 나타난다. 앵무새는 암호와도 같은 정체불명의 숫자를 독일어로 내뱉고, 이 점이 명탐정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며칠 후 살인 사건 해결을 의뢰하러 온 경감은 "앵무새가 행방불명"이라는 말을 전한다.
살해당한 사람이 소년과 앵무새가 머무르던 하숙집의 하숙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그의 죽음에는 어딘가 기묘한 점이 있다. 시골의 살인 사건은 독일 나치의 암호,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 번호, 스파이와 살인자가 뒤섞인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오랜만에 흥미로운 사건을 만난 노년의 명탐정이 최후의 해결에 나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