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속의 고양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엮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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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에 발표된 애거서 크리스티의 42번째 소설 [비둘기 속의 고양이]의 시작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첩보 스릴러에 가깝다. 혁명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중동의 소국 라마트, 반대파들에 의해 목숨의 위협을 받던 왕자는 믿을 수 있는 친구이자 비행기 조종사와 탈출을 시도하다가 비행기가 추락(격추?)되는 바람에 죽고 만다. 그러나 왕자는 탈출 전, 혁명의 불씨를 이어갈 엄청난 가치의 보석을 국외로 반출시킬 계획을 세운다.(민주주의든 혁명이든 돈이 든다.) 왕자는 죽었고 이제 왕자가 빼돌린 보석을 찾기 위해 저마다 지분을 주장하는 무리들이 치열한 첩보전을 펼치는데 보석의 행방은 묘연하다.

 

첩보 스릴러로 시작한 소설은 어느덧 학원 범죄물로 넘어간다. 영국의 여학생을 위한 기숙사 학교 메도우뱅크, 설립자 '불리' 선생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과 성격의 선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전통은 깊지 않지만 여러 선생들의 노력으로 영국식 품격높은 교육을 원하는 제3세계 국가의 왕족 또는 귀족의 자녀나 돈 많고 뼈대 좋은 상류층 자식들이 학생의 대부분인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새로 지은 학교 체육관에서 비록 여성이지만 강단있는 체육선생이 총탄에 쓰러졌던 것. 학교는 아수라장이 되고, 경찰이 들이닥친다. 이어서 학교의 경영을 맡을 차기 교장 선생 1순위 밴시더트 선생, 젋은 프랑스어 선생까지 살해당하기 이른다.

 

회색뇌세포, 땅딸보 명탐정 푸아로는 한참 후에야 등장한다. 메도우뱅크의 여학생 줄리아의 SOS를 받고 현장을 방문한 이 벨기에인의 등장으로 소설은 애초에 기대했던 추리 소설의 궤도에 진입한다. 과연 누가 여선생들을 차례로 살해한 것일까? 라마트의 왕자와 메도우뱅크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푸아로는 어떻게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할 것인가? 비둘기만이 노니는 평화로운 메도우뱅크에 발톱을 감추고 잠입한 고양이는 과연 누구일까?

 

애거서 크리스티 스펙트럼의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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