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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완전판) -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의 30번째 장편 소설, [푸아로의 크리스마스]. 밀실 살인, 대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회색 뇌세포' 에르퀼 푸아로. 스페인 내전(1936년~1939년)이 한창이던 어느 해 12월 22일부터 28일까지 총 7일간의 이야기다. 괴팍한 대부호 시메온 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자식들을 소집한다. 맏아들 앨프리드 리 부부(아버지 옆에서 순종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원의원 조지 리 부부, 데이비드 리 부부, 막내 해리 리, 그리고 죽은 딸 제니퍼의 딸 필라르까지, 물과 기름같은 가족들이 모였다.
이 가족은 화목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낼 수 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절에 모처럼 모인 대가족이 별 탈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게다가 살인사건이다. 아버지 시메온 리가 처참하게 죽었다. 모두가 진실을 말한다고 하지만 '그들만의 선택된 진실'일 뿐 시비를 가려야 한다. 그건 푸아로의 몫이다.
"아닐세, 그렇지 않네. 심문이 아니라 대화를 하겠다는 걸세!"
"이유가 뭡니까?"
서즌이 물었다.
에르퀼 푸아로가 힘을 실어 한 손을 내저었다.
"대화 중에 쟁점이 나오는 법일세. 말을 많이 하면서 진실을 드러내지 않기란 불가능하다네!"
서즌이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푸아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몽 셰르, 모두들 거짓말을 하고 있네. 상한 달걀과 싱싱한 달걀이 섞여 있는 것처럼 말일세. 그 중에 악의 없는 거짓말을 가려내는 것이 도움이 될 걸세." - 177~178쪽
난 199쪽에 이르러, 안타깝게도 너무 빨리 범인을 지목했다. 푸아로는 늘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속 시원히 내막을 털어놓는다. 때때로 작가는 다른 함정을 파놓았지만 추리소설의 공식인 '의외의 인물'을 주시하다 보면 어느새 감이 온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때와는 달리 이번엔 내 감이 틀리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누군가 보고 있지나 않은지 확인하려는 듯 주위를 둘러보고는 그것을 재빨리 집어 들더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총경이 그 장면을 보고는 그것을 내놓게 했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마담?"
"아뇨 그것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이 있지 않았어요."
맥덜린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상당히 조그만 물건이었어요."
푸아로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이거 흥미롭군." - 199~200쪽
그런데 다소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잡은 감이 없지 않다. 잠깐 쉬었다가 다음 작품을 들쳤을 때도 범인을 지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어쨌든 추리소설의 묘미는 작가와의 두뇌싸움. 지더라도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 올여름 피서법이다.
<접어둔 페이지 >
"맙소사, 여자란 참! 결혼식 날에는 핑크빛과 하얀색으로 치장해 아름답지. 하지만 그 후엔? 줄곧 불평을 늘어놓고 징징대는 거야. 아내가 줄곧 징징대면 남자 속에선 악마가 깨어나는 법..... 그 여자에겐 배짱이란 게 없었어. 그게 아델라이드의 문제였지.~" - 64쪽
데이비드 리가 말했다.
"하느님의 맷돌은 더디지만 곱게 갈리나니.(천벌은 늦지만 확실히 온다)"
리디아의 목소리가 떨리는 속삭임처럼 흘러나왔다.
"저 노인 안에 이렇게 많은 피가 있으리라는 것을 누가 알았으리오?([멕베스]에 나오는 대사)"
- 94쪽
"정의란 무척 낯선 것이라네. 정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 201쪽, 푸아로가 서즌 총경에게 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