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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0
프란츠 카프카 지음,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열린 책들 판 프란츠 카프카 중단편집. <선고>, <변신>,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율법 앞에서> 등이 수록되어 있다.
카프카는 아마 외계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19세기 후반(정확히는 1883년) 체코 프라하의 어느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1924년 41세의 나이에 병사했다는 그의 생몰 기록은 아마도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초장부터 외계인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그의 작품들의 면면이 문학사를 아름답게 수놓은 여타 문호들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화같기도 하고 장난같기도 한 설정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비극성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변신>의 설정을 보자. 어느날 갑자기 갑충으로 변해버린 출장 외판원 그레고르, 그는 홀로 가족을 부양하느라 뼈빠지게 일만 해온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일벌레로 일하느라 정작 가정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다가, 결국 진짜 '벌레' 가 되고서야 적나라한 현실을 깨닫는다. 그레고르가 직면한 문제에 대하여 너무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가족들, 그들에게 그레고르는 돈버는 기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충분한 권리가 있음에도 정당한 보살핌도 받지 못한 그레고르의 죽음은 어쩌면 자살에 가깝다.
<유형지에서>는 또 어떤가. 수사권과 재판권, 그리고 집행권을 몽땅 가지고 있었던 독재자가 떠나고 새로운 리더를 맞이한 유형지. 구시대의 책임자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옛날 방식이 최선이라고 믿고 있는 실무자는 아직 과거의 환상에 갖혀 있다. 결국 변화에 저항하기 위해 그가 최종 선택한 방식은 외지인 앞에서 자신이 직접 기계에 몸을 맏겨 사법제도의 과학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는 것이었지만 낡은 기계의 오작동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율법 앞에서>는 [소송]에서 이미 경험한 내용이다. 소시민이 법에 다가가기 위해 벌이는 지난한 과정이, 국가와 제도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좌절된다는 결론을 아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시공간의 비약이 인상적인 <시골 의사>, 아버지와 아들의 수직적 관계에 대한 불가항력이 느껴지는 <선고> 등등, 어느 것하나 쉬 간과할 수 없는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카프카는 죽음에 이르기 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원고를 모두 폐기하라고 했다고 하는데, 인류에게 하마터면 큰 손실이 될 뻔 했다. 그가 외계인이건 아니건 간에 카프카가 던진 '생각 거리'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