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열린책들 세계문학 147
쥘 베른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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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과 배낭 여행을 곧잘 했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았지만 국내에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으므로 주로 우리 국토 구석구석을 둘러 보는 여행이었다. 항상 동행을 하던 친구는 야전 경험이 풍부해서 먹는 거며 자는 문제는 거의 전담해서 해결했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이 맞는 친구라도 다 맞을 수는 없는 법, 그 친구와 나의 여행 스타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가장 큰 의견 차이는 속도였는데 나는 가급적 여유있게 충분히 보고 즐기자는 주의였다면 내 친구는 짐풀자 마자 싸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암튼 이 문제 때문에 한번은 크게 다투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 자체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했던가.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으면서 내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런던을 출발하여 파리, 수에즈 운하(1869년 개통), 아덴, 뭄바이와 콜카타를 거쳐 싱가폴, 홍콩, 요코하마,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리버풀을 지나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여정이 마치 마라톤 코스처럼 정해진 노선대로 특정 지역을 다녀 왔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긴 우리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와 파스파르투에게는 80일(1872.10.2.~12.21.까지)이라는 시간 제약이 있으니 이해할 만하다. 게다가 그 여행이 재산의 반을 두고 하는 내기였으니 오죽하랴!

 

그러나 단조로울 것 같은 여행은 필리어스 포그를 절도범으로 오인한 영국 형사 픽스의 추적, '사티*'라는 인도 풍습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 했던 인도 여인 아우다의 합류로 점점 '엑셀런트'한 '어드벤쳐'로 변모한다. 또한 성격이 극명하게 다른 두 주인공, 영국신사 포그와 그의 신참 하인 파스파르투('사방을 헤치고 다닌다'는 뜻, 별명 만능열쇠)의 미묘한 케미가 읽는 재미, 상상하는 재미를 더해 준다. 그리고 지금과 달리 선박이나 열차 정도가 최신 교통수단이었던 140여년 전 당시에는 긴 여행시간 만큼 여행중에 발생할 수 있는 변수도 더 다양했던 것 같다. 예기치 않은 폭풍우, 인디언들의 열차 습격, 소떼들의 이동, 제때에 통보받지 못한 바뀐 운행시간 등등.

 

*사티 ; 인도에서 죽은 남편과 함께 살아있는 아내를 불태우던 풍습

 

오랜 만에 다시 읽은 오래된 이 모험소설은 아동, 청소년에게는 더 없이 좋은 읽을 거리임에 분명한 것 같다. 쥘 베른의 다른 작품 역시 전 세계의 많은 젊은 독자에게 꿈과 모험심을 자극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을 단순히 아동 문학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꿈과 모험은 젊은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여행은 나이를 가리지 않으므로 고전을 통해, 다른 또 무엇을 통해 주기적으로 자극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인생이 어차피 여행이고 모험이니까.

 

p. s.

"희망차게 여행하는 것이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좋다"고 했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말처럼 어디를 갔다 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여정 자체를 어떻게 즐겼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떠나고 볼 일이다.

 

접어둔 페이지

 

그는 합리적으로 세계를 돌며 자신의 궤도를 완성할 뿐, 자기 둘레를 도는 소행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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