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박사의 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7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항해중이던 주인공 에드워드 프렌딕은 배가 난파된 후 모로 박사의 조수 몽고메리에 의해 구조된다. 몽고메리와 함께 가게 된 섬은 모로라는 미치광이(?) 박사가 짐승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해체 재조합하여 인간을 만드는 실험을 하는 곳이었다. '섬'에서 목격되는 짐승인지 사람인지 모를 흉칙한 생명체가 모로 박사의 끔찍한 실험 결과물이란 걸 알고 경악한 프렌딕은 그 섬을 벗어나고자 한다. 우여곡절 끝에 모로와 몽고메리가 퇴화되는 짐승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프렌딕이 그 섬의 지배자가 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H. G.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은 몇가지 면에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유사하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서한문이나 보고서 형태의 기록물이라는 서사 도구를 사용했다는 점이 그렇다. 신의 영역에 까지 도전하는 미치광이(?) 과학자들의 삐뚤어진 욕망이 이야기의 주된 뼈대이고, 인간의 야수성을 파헤친다 는 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한편으로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도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해부학이 주요 소재이고 인간을 만들겠다는 주인공들의 욕망을 다뤘다. 다만 프랑켄슈타인은 시체 따위를 조합해 인간의 형상을 만들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은 반면에, 모로 박사는 짐승을 인간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두 주인공의 고집스런 집념은 프랑켄슈타인의 말처럼 '추악한 창조작업'이었으며, 그들이 만든 괴물들은 '단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그런 괴물'이었다.

 

미개인들을 문명화하겠다는 제국주의적 요소는 조셉 콘래드의 [암흑의 핵심]을 연상케한다. 커츠 대령이 야만인들의 실질적 왕이자 신이 되어 버린 것처럼 모로 박사 역시 자신의 섬에서 절대 권력을 누린다. "그 분의 집은 고통의 집이요. 그 분의 손은 창조의 손이요. 그분의 손은 상처를 주는 손이요. 그 분의 손은 낫게 하는 손이요." 따위의 주문을 세뇌시킨 탓이다. 명배우 말론 브란도가 두 캐릭터를 모두 연기했다. 돌이켜 생각하니 두 인물이 같은 인물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이 작품 속에서 여러 작품들의 그림자가 보이지만 흔한 짜깁기는 아니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행간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데,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웰스는 이 작품 이외에도 [우주전쟁], [타임머신], [투명인간] 등 일련의 공상과학 소설을 집필한 이 분야의 선구자격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 뿐 아니라 19세기 여러 작가들에 의해 발표된 일련의 '과학소설'들은 빈약한 과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두루두루 읽히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흥미진진한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을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

 

 

1977년에 제작된 동명의 영화. 버트 랭커스터가 모로 박사로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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