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포스터 유형 중 가장 다이나믹한 스타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름하여 '돌진 스타일(dash style)'이다. 주로 액션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포스터 유형인데 기차나 자동차같은 육중한 그 무엇이 포스터를 뚫고 나올듯이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폭주기관차, 1985]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폭주기관차]는 알래스카의 설원을 배경으로 한 탈옥 액션 영화다. 스티브 맥퀸이 출연한 탈옥 영화의 영원한 고전 [대탈주], [빠삐용] 이후로 [쇼생크 탈출]이 등장하기 전까지 그 중간에 이 영화가 있었다. 교도관으로 대표되는 기관의 폭력에 맞선 재소자 역할로는 존 보이트와 에릭 로버츠가 열연했는데, 특히 존 보이트의 압도적인 연기는 그가 분한 탈옥수 매니의 자유에 대한 열망과 함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것이었다.

 

포스터는 육중한 기관차가 유리를 깨고 돌진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주요 캐릭터가 배치되어 있다. 마치 '와장창'하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생생하다. 두명의 탈옥수가 올라탄 열차의 기관사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으면서 교도소장으로부터 쫒기는 것도 모자라 달리는 열차 안에서의 생존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등장인물들의 머리 위로 흘러내리는 붉은 핏줄기가 그들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한, 어둡지만 멋진 포스터.

 

 

 

[실버 스트릭, 1976]

 

 

진 와일더와 리차드 프라이어, 두 코미디 배우가 함께 출연한 코믹 액션 영화다. LA를 떠나 네바다를 거쳐, 콜로라도와 록키 산맥을 지나 캔자스, 미시시피강을 건너 시카고까지 가는 대륙 횡단 열차 '실버 스트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코믹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상황극이 펼쳐진다.

 

포스터 아티스트 '조지 그로스'는 종착역인 시카고 역을 수백 Km의 시속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실버 스트릭과 이것에 놀란 대합실 승객들이 혼비백산 흩어지는 장면을 포착했다. 그런데 맨 앞에서 뛰어가는 주인공들의 얼굴은 겁을 먹기는 커녕 즐거워 보이는 것이 영화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위스키 대소동, 1977]

 

 

드류 스트러잔의 비교적 초기 포스터 작품 중 하나. 영화는 수제 위스키를 만드는 밀주 전문가 헐리(데이비드 캐러딘 분)와 싸구려 독주를 유통시키는 약혼녀의 아버지 허니컷, 그리고 마피아까지 엉겨 붙는 코믹 활극이다. 위스키 병과 밀주 통을 박살내며 돌진해오는 자동차들, 그러나 전체적인 느낌은 자못 따뜻하다.

 

 

 

[파괴자, 1977]

 

 

추억의 액션 스타 척 노리스를 볼 수 있는 영화다. '18개의 바퀴를 가진 화물운송업자 주변에서 얼쩡거리지 마라'는 경고성 카피에 걸맞게 대형 컨테이너 차량이 전봇대와 보차도 분리대를 들이받고 있다. 주변은 온통 아수라장이다.

 

'breaker'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파괴자'라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국내 제목을 [파괴자]라고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속어로 '(라디오 방송의) 어떤 채널에 끼어 들어 교신을 요청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포스터를 찬찬히 뜯어보면 알겠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후자의 의미를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포스터 자체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풍긴다.     

 

 

 

[드라이버, 1978]

 

 

 

[러브 스토리]로 유명한 라이언 오닐이 출연하고 월터 힐 감독이 연출한 [드라이버]다. 매혹적인 이자벨 아자니의 얼굴도 보인다. 은행강도, 운전솜씨가 귀신같은 드라이버, 그를 쫒는 형사, 그리고 묘령의 여인 등등. 캐이퍼 무비의 공식을 제대로 따른 스피드 액션 영화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케이퍼 무비(Caper movie) : 범죄 영화의 하위장르 중 하나로,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 행위를 하는 모습과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를 뜻한다.

 

 

 

[쥬만지, 1995]

 

 

작년 우리 곁을 떠난 영원한 키팅 선생님, 로빈 윌리엄스. 그가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을 때 출연한 [쥬만지]가 개봉한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주사위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게임판 안으로 들어가 환상적인 모험을 한다는 설정은 당시로선 꽤 신선했다. 후속 시리즈가 나오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같은 유사 영화가 계속해서 제작되었는데 역시 최고는 [쥬만지]라고 생각한다. 포스터는 게임속의 동물들이 게임판을 뚫고 돌진하는 모습이 박력있게 표현되었다.

 

 

오늘 본 '돌진'형의 포스터들은 다른 어떤 유형보다 생동감이 있다. 두시간 남짓한 한 때를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극장으로 찾아가게끔 하는 마력이 있다. 인생, 기왕에 살거 활기차고 생동감 있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위 포스터들을 보고 했다면, 좀 이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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