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무지개와 프리즘 - 양장본
이윤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2월
평점 :


그리스 로마 신화와 고대 종교 읽기를 좋아하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속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이기도 했던 조르바를 사랑하는 작가 고 이윤기 선생의 짧은 글 모음집이다. 1998년 초판 1쇄가 발행되었으니 이 책에 소개되는 글은 모두 1998년 이전에 씌여졌을 것이다. 벌써 17년이 넘었다. 17년전이면 대한민국은 IMF 국제기금의 지원을 받는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었고, 작가는 제29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던 때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생텍쥐페리, 사마천 같은 작가가 사랑하는 인간들을, 2부는 '신화는 힘이 세다'라는 타이틀 아래 우리네 삶과 신화와의 밀당을, 3부는 이 나라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리고 마지막 4부는 작가의 인생관, 문학관을 짧게 나마 느낄 수 있는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전에도 느낀거지만 참 글을 맛깔스럽게 쓴다.

 

사람들에게는, 문화의 문맥을 좇아 올라가 아득한 옛날에 성립된 그 문화의 정통적인 모습에 줄을 대려는 경향이 있다. 말하자면, 정통성으로부터 세례를 받으려는 경향이다.

미국의 핵잠수함 이름이 공연히 '트라이던트'인 것이 아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들고 다니면서 바람과 파도를 일으키는 삼지창이 바로 '트리덴트', 곧 트라이던트다. 브래지어 상표 이름으로 쓰는 '비너스'는? ...트럭 이름으로 쓰이는 '타이탄'은?... 가스레인지 상표로 쓰이는 '베스타'(부엌의 수호 여신 헤스타의 로마식 표기)는?... 그러면 '나이키'는?...

164~165

 

...결국 거짓말쟁이 소년은 늑대밥이 되고 만다. 우리는 아이소포스, 혹은 라 뽕텐느의 이런 우화를 들으면서 자랐다. 나는 어린 시절 이런 종류의 우화를 읽으면서, 응, 우화란, 지혜를 의탁할 수 있는 참 재미있는 장르로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217

 날마다 하는 일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삶의 골수다. 

246

영화는 소설이 아니다. 문학은 더욱 아니다.

영화 <장미의 이름>은 절대로 소설 [장미의 이름]의 대신이 되지 못한다. 숀 코네리가 주연한 영화 <장미의 이름>을 보고 음페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나는 대체로 살짝 경멸한다. 영화를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다. 영화와 문학은 표현의 문법이 다르다. 소월의 아름다운 리듬을 영상이 무슨 수로 재현하겠는가. 영화 이미저리는 지금 이 시대를 누비고 있는, 문학과 미술의 많은 자실 중 하나일 뿐이다. 영화 <장미의 이름>에는 에코가 없다. 에코가 짠 이야기 뼈대가 있을 뿐이다.

286~287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냄새가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몸냄새, 마음냄새가 다 느껴지는 글을 나는 좋아한다. 이런 사람의 글은 자연스럽게 계속 찾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글 중에서 장편소설 [하늘의 문]에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진다고 했다. [숨은그림찾기 1]은 그의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이다. 내가 챙겨 읽어보아야 할 책들이다.

 

더불어 본문 중에 소개된 [카자르 사전], [람세스], [인간과 상징], [광대의 경제학],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 도 챙겨봐야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서기 2015-12-0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 책들 버전의 [하자르 사전]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