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얼굴도 모르는 동료가 메일을 보내온다. 대게 "좋은 아침! 즐거운 월요일입니다.^^*"라는 활기찬 인사로 시작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한 통 날아 들었다. 벌써 제125호 째라니 그의 정성에 박수를 보낸다. 오늘 보내온 내용중에 일부를 인용한다.

 

살아가면서 삶의 균형을 적절하게 맞추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혼해서 한참 업무에 매진할 시점과 아이를 양육할 시점이 중첩되고,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어 학업을 챙겨야 할 시점이면 업무의 양과 책임감 또한 가중되고, 또한 그 시점이면 아내의 고통은 두 배가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노부모의 애환이 함께 밀물처럼 몰려올 때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하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갈길은 아직 멀다. 직장은 직장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나와 관계를 맺은 많은 것들이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째각째각 돌아가고 있다. 많은 일들은 이미 예정되었거나 예측한 대로 돌아가지만 어떤 일들은 불쑥불쑥 튀어나와 즉흥적인 결정을 요구할 때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그런데로 잘 돌아간다. 다행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로 잘 돌아가는 것일까?  

...

왜?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왜 이방인일까? 직장도 있고 비록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결혼할 여자도 있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까뮈는 1955년 미국판 서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역설적으로 요약한 바 있다고 고백했다.

 

뫼르소는 우연하게, 정말로 어처구니 없게도 칼날에 반사된 태양빛 때문에 아랍인을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 체포되고 이어진 재판에서 그는 아랍인 살인죄 자체보다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것으로 인해 냉혈한이 되고 배덕자가 되고 결국 사형을 언도받는다.

 

뫼르소는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했다. 마음은 슬프지도 않은데 억지로 슬픔을 가장하지 않았다. 반대로, 감정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데 그것을 억눌러 슬픔을 참은 것이 아니었다. 슬프지 않은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는 눈물을 보일만큼 애잔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그는 비정상인가?

 

그일부터 뫼르소의 삶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자기와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살인사건에 휘말렸으며, 자연스런 그의 행동은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왔고, 천하의 패륜아가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는, 아니 나는 뫼르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상사의 말이라면 과장해서 공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가기 싫은데 뒤따를 평판때문에 이곳 저곳 애경사를 찾아 다니기도 한다. 마음으로는 욕할지언정 겉으로는 호의를 표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당장 부딪히기 싫어 남들처럼 행동할 때도 있다. 그래도, 그런데로 세상은 잘 돌아간다. 누가 내게 시비걸지 않는다.

 

그런데 자꾸 까뮈의 말이 귓전을 울린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한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있지도 않은 것을 말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특히 실제로 있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 인간의 마음에 대한 것일 때는,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말하는 것을 뜻한다.

                                                             ....

그 어떤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한 인간을 [이방인] 속에서 읽는다면 크게 틀린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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