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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ㅣ 펭귄클래식 5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에드 글리네르트 주해, 이언 싱클레어 작품해설, 남명성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해마다 반복되는 불평이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지난 어느 여름보다도 더 더워 저절로 '올 여름은 도대체 왜이리 더운거야?'라는 푸념을 하게된다. 게다가 접하는 소식마다 삐걱거리는 고물 기계장치가 연상될 만큼 짜증나는 것 일색이니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른다.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는 관계 기관들의 미숙성함도 작년 세월호 참사만큼이나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더 걱정인 것은 유래없이 긴 가뭄이 논밭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마음마저 타들어 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신을 달랠겸 약간 이른 여름휴가를 계획했지만 딱 그 기간에만 쏟아지는 빗방울, 그나마 해갈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니 그럭저럭 감수했지만 이건 뭐 그때뿐이고 또다시 폭염이다. 비좀 시원하게 더 왔으면 좋으련만... 휴~ 걱정은 일단 접어두고, 길고 더워진 여름에 대비하는 좋은 방법, 서스펜스로 치닫는 추리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알라딘 서점에 다녀왔다.
지금 책장 한켠엔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쥐덫],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가 가지런히 꽂혀 있다. 초등학교 시절 열광하게 만들었던 캐릭터 홈즈, 루팡, 뒤팽, 미스 마플 중 단연 으뜸은 역시 홈즈가 아니었을까. 우선 손이 가는 것은 역시 셜록 홈즈였다. 지난 주말 나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우선 고민할 것 없이 빠르게 넘어가는 책장에 읽는 맛이 났다.
이 작품은 에피소드 자체는 별 특별하거나 기발하지는 않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문학적 평가를 받을 만하다. '홈즈와 왓슨 콤비는 처음에 어떻게 한 팀이 되었을까'하는 궁금증이 해소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비싼 방값을 나누어 부담하기 위해 일종의 동거인으로 왓슨이 합류했다는 설정은 시트콤같은 잔재미를 주고 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홈즈와 왓슨에 대한 상세한 인물묘사도 향후 두사람이 펼치게 될 다양한 모험이 오버랩되니 읽는 내내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사건도 복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고 종교적 폐쇄성이 양념으로 가미되니 그럴 듯 하다.
전설과 문학과 그밖에 다양한 이야기의 무수한 캐릭터 중에서 영화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 된 인물이 바로 셜록 홈즈라고 한다. 바실 라스본, 제레미 브렛 같은 대표적인 셜록 홈즈는 물론이고, 마이클 케인, 피터 커싱, 크리스토퍼 리, 찰톤 헤스톤, 피터 오툴 등 웬만한 유명 배우들이 홈즈를 거쳐갔다. 다른 인기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이미 셜록 홈즈는 코난 도일의 품에서 벗어나 인류의 유산이 되어버린 것 같다. 원작과는 다른 외모와 성격으로 다양하게 변주된 셜록 홈즈를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비교적 최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쥬드 로가 출연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셜록 홈즈]만 해도 두 주인공은 원작의 인물들과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역시 아무리 다양하게 재창조 된다하더라도 원조의 기품만은 만고의 세월에도 여전함을 느낀다. 요즘처럼 덥고 힘들때 언제나 도움을 요청하면 만사 제쳐놓고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는 친근한 친구같은 고마운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