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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3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 이윤기 선생의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 세번째 권의 부제는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이다. 신들로부터 사랑이나 은총을 받았던 인간들이 어떻게 추락하고 파멸했는지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역설하고 있다. 그 인물들(인간, 요정, 거인족 등)에는 신화를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퓌그말리온, 이카로스, 미다스, 프로메테우스, 판도라, 아라크네 등이 있다. 페가소스, 키메이라 같은 기물도 등장한다.
벨레로폰, 멜레아그로스, 펠레우스, 아탈란타, 마르쉬아스, 니오베, 히포메네스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이야기들은 언젠가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도 많이 있다. 그중에 멜레아그로스 신화가 섬뜩하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의 시리즈 세트에 더불어 있는 '스페셜 북 : 신화 깊이 읽기'에 포함된 신화 인물사전에서는 '멜레아그로스'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칼뤼돈의 왕 오이네우스와 알타이아의 아들, 투창에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멜레아그로스는 칼뤼돈의 멧돼지 사냥 이야기로 유명하다. 멜레아그로스가 태어난 지 며칠 후 운명의 세 여신(모이라이)이 알타이아 앞에 나타났다. 이들은 벽난로 안에 있는 통나무가 불에 타면 이 아이는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타이아는 즉시 난로에서 나무를 끄집어 내어 불을 끄고 숨겨버렸다. 멜레아그로스가 젊은 청년이 되었을 때 칼뤼돈 전역을 황폐하게 만드는 멧돼지를 죽이는 사냥에 나가게 되었다. 영웅과 왕족들이 멧돼지 사냥을 위해 그리스 곳곳에서 모여들었다. 그 중에 한 명의 여인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뛰어난 사냥꾼 아탈란타였다. 이 아탈란타가 처음으로 멧돼지에게 화살을 쏘아 맞혔다. 멜레아그로스는 멧돼지에게 치명타를 입힌 후 누구나 탐내는 멧돼지의 가죽과 머리를 아탈란타에게 주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질투와 노여움에 빠진 다른 남자들과의 연이은 결투에서 멜레아그로스는 알타이아의 동생들, 즉 자신의 외삼촌 둘을 죽였다. 멜레아그로스가 동생들을 죽인 것에 분노한 알타이아는 숨겨두었던 나무를 끄집어내 난로 속으로 던져 버리자 멜레아그로스는 곧바로 숨을 거두었다.
멜레아그로스와 아탈란타의 영웅적 업적은 사랑에 눈이 먼 멜레아그로스의 '오버'로 친족 살해로 이어지고 친모로부터 버림받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고 만 것이다. 아들에 대한 지극한 모성애를 갖고 있는 어머니가 그 아들의 씻을 수 없는 불효로 인해 괴로워 하고 아우들을 위한 복수로 그 아들의 죄를 씻고자 결심하기까지의 심적 갈등이 시적인 서사로 이어진다.
유행가 중에 '있을때 잘해'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받고 있을때, 박수받고 있을때 더 삼가고 겸손해야 뒤탈이 없음을 일러주는 노래다. '박수칠때 떠나라'라는 영화도 기억난다. 차승원, 신하균이 출연했는데 부조리를 고발하는 씁쓰르한 풍자극으로 기억된다. 말의 본 뜻은 정상에 있을때, 사람들이 다들 '그만하면 됐어'라고 말할때 비록 속으로는 더 성취하고자 하는 욕심이나 욕망이 남아 있더라도 다 채우려고 하지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말과 달리 참 어려운 일인가 보다. 2500년 전 그리스의 신화에서부터 현대의 우화에 이르기까지 자만과 오만에 빠져 추락하고 후회하는, 한때는 영웅이었던 수많은 인물들을 보고 있으니 말이다. 멜레아그로스가 그랬고 벨레로폰, 마르쉬아스, 히포메네스가 그랬다. 지금의 사례는 우리가 매일 신문에서 TV에서 일상의 주변에서 헤아릴수도 없이 많이 접할 수 있다.
두려운 것은 불혹이 한참 넘은 나이에도, 늘 경계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에게는 오만하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욕망의 덩어리로 인식되고 평가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념의 반대쪽에서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하고, 미숙한 모습에 부끄러워하는 또다른 나를 발견한다. 모순덩어리, 불완전체,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