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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적들
표창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2월
평점 :
한때, 어떤것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에 대해서 경찰대학 교수 출신의 저자가 내리는 진단과 같은 책이다. 13년째 경찰살이를 하고 있고 얼마되지 않아 마흔 세번째 미역국을 먹게되는 독자의 기억속에서도 어떤 사건은 개인적 경험에 곁들여져 더욱 생생하다.
특히 '서울지검 홍검사 고문치사 사건'은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열광했었던 그해 예비 경찰관으로 교육받을 무렵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건이었다. 당시 누군가는 "인권 운운하며 경찰을 아래로 보더니 검찰청에서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구나"며 애써 경찰 조직을 위로했고, 또다른 누군가는 "죽은 놈이 조폭이라는데 죽을 짓을 했겠지"라고 홍검사 등 관련자들을 두둔하는 듯한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다. 니체는 말했다.
괴물과 싸우고 있는 자, 그 스스로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또 '안산 살인마 괴담'편의 2010년 연쇄살인마 왕리웨이의 이야기는 요즘도 바람잘 날 없는 안산 경찰의 일원으로서 전에 몰랐던 사건 리스트가 하나 추가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2년 4월 오원춘 사건, 최근의 박춘봉 사건 같은 중국인(또는 중국교포)들의 엽기적 살인 행각과 오버랩이 되면서 다문화 시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생각하게 된다. 저자의 연쇄 강력범죄의 비공개 수사 관행에 대한 지적에 공감하면서 결국 '괴담'의 진원지는 우리 자신이 아니었는지 스스로 반성해 본다.
4월 16일에는 잊지 못할 3가지 사건 사고가 있었다. 내게 가장 큰 선물이 되어준 도율이가 태어난 날이고 정확히 3년 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300여명의 고귀한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사고가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를 피로 물들게 했던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날도 이 날이다.
이밖에도 고려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2011), 인천 모자 살인사건(2013), 만삭 아내 살인사건(2011) 등 신문지면과 방송 시간을 점령했던 수많은 사건들을 새삼 다시 접하면서 질문해 본다.
"우리가 나가는 방향이 옳은 방향인가?, 우리 사회는 정의로운가?, 과연 정의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