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탐인 - 조선스파이
정명섭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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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필요한 게 있으면

사거나 훔치거나 힘을 앞세워서 빼앗곤 하지

어떤 방법을 쓰는지가 다를 뿐이고 말이야

p63

 

 

 

호방한 영웅의 주변엔 성격은 달라도 의리로 똘똘 뭉친 벗들이 모여들 줄 알았건만 병조판서의 아들 조유경의 주변엔 배신자들만 가득했다. 조유경에 비해 부족한 것이 많았던 그의 벗들은 그를 시기하는 마음을 감추고 작당모의하여 적당한 때를 골랐고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면서 출세길을 열었다.

제목만으로 역동적인 활극과 모험을 기대했던 <<조선스파이 체탐인>>은 기대와 달리 어린 시절 읽은 '몬테크리스토 백작' 스토리처럼 벗들의 배신으로 나락에 빠져 복수를 준비해 온 남자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믿었던 정혼녀 석란을 찾아갔지만 체포되고만 유경은 체탐인으로 끌려갔다. 체탐인이 된 무리 속에서 김거리차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곳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목숨이었다. 하지만 인연은 묘해서 과거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던 은인의 아들인 유경에게 위험을 귀뜸해주고 큰 재물이 있는 곳까지 알려주게 되고 배신당했던 유경은 이를 발판으로 그는 재물과 사람을 얻은 후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조선으로 돌아왔다.

 

김척신, 석환진, 김매읍동, 권주혁, 이신호, 손중극, 김온, 황덕중.... 이들 모두가 떵떵거리면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과거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었고 유경은 그들의 욕심을 이용해 함정을 파 그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다. 복병이라면 자결한 줄 알았던 석란이 비구니승이 되어 살아남았다는 것과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점 정도일까.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어가는 복수는 사극이라는 배경 속에서 재미를 더해갔지만 슬픈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남은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마음이 점점 무거워지기도 했다. 호화롭게 살아온 이에게 15년의 시간은 짧디짧은 단내였겠지만 죽음과 고통 속에서 살아돌아온 이에게 15년이라는 시간은 마치 150년 처럼 느껴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드라마로 옮겨져도 재미있을듯한 <<조선스파이 체탐인>>은 술술 읽히는 한 남자의 복수스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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