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나선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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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 꽤 오래된 독자인 셈인데,

읽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듯 작품 속 등장인물들도 함께 나이 먹어간다는 사실을 <투명한 나선>에서 체감했다.

물리학과 부교수였던 '유카와 마나부'가 이젠 나이 오십 줄의 정교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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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정도의 발견으로 놀라서는 안된다. <투명한 나선>에서는 사건 해결뿐만 아니라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유카와' 교수의 개인사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으면서 단 한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던 유카와 교수의 인생사라니. 이번 화는 범인이 누구인가? 보단 유카와 교수에게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니에 포인트가 맞춰져 놀라움의 강도가 제법 쎈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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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 버려진 아이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였던 1950년에서 1970년 사이엔 중학생들이 졸업 후 단체로 대도시 취업을 하던 일이 흔한 일인듯 했다. 이를 '집단 취직'을 불렀는데, 시골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결국 도시 공장으로 취직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인이 위험에서 자신을 구해준 바텐더와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로 <투명한 나선>은 시작된다. 행복했으면 좋았으련만 남자는 과로로 쓰러져 죽고 홀로 아이를 낳아야했던 여인은 결국 고아원에 딸을 맡기면서 세월이 훌쩍 건너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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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와 교수의 비밀 그리고 소노카를 둘러싼 진실

플라워샵에서 일하는 소노카는 의지하던 엄마를 잃고 혼자 남겨졌다. 엄마 지즈코가 고아원 출신이고 태어날 때부터 아빠의 자리는 비워져 있어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하는 편이 알맞은 상황이었다. 다만 생전 지즈코가 부모처럼 따르던 동화작가 나에씨가 있었지만 직계가족없이 외로워하던 소노카에게 동거남이 생기고 얼마 후 그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소노카는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폭력적으로 변해버린 남친을 피해 친구와 여행 중이었던 소노카에겐 알리바이가 있지만 경찰 조사 중 사라진 그녀. 소설에서의 맥거핀은 '외할머니가 아닐까?' 의심스럽던 부유한 노인 나에씨. 소노카의 도주(?)를 함께하며 그녀를 숨겨주는듯한 행동을 일삼은 나에씨는 경찰의 의심을 사기 충분했고 사건을 파헤치던 구사나기 형사는 사건 해결을 위해 30년 인연의 유카와 교수를 찾아온다. 특이한 소재의 동화를 집필해온 나에씨와 유카와 교수가 접점이 있었던 것. 그리고 독자의 오해가 굳혀질 무렵 등장하는 또 한 명의 노부인. 단아한 나에씨와 달리 화려한 히데미씨가 등장하면서 어느 쪽이 직계인가? 라는 혼동이 생기고 사건의 해결과 더불어 마지막에 밝혀진 소노카를 둘러싼 진실은 애잔하면서도 참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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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시리즈 최신작 < 투명한 나선>에서는 유카와의 비밀 하나가 열린다. 담담하게 직접 알려주는데 그동안 사건의 트릭을 뛰어나게 풀어냈을 뿐 사생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캐릭터였던 그가 사건과 얽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장면은 무대나 영상을 통해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10대나 20대가 아닌 중년남자의 입장이라 담담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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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남았지만 의혹을 덮고 모른척한 쪽과 사실을 털어놓은 쪽 중 누가 더 후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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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수록작 <겹치다>

58세의 부유한 사업가 도조노는 암선고를 받고 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가 시체로 발견된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집에 남았던 부인 요리코. 그 다음은 마지막으로 만난 여든 살 노인 도나미. 형사 구사나기는 수사 끝에 뺑소니범을 찾아냈으나 살인을 의뢰한 범인은 특정할 수 없어 유카와 교수를 찾아왔고 그는 범인과 더불어 왜 도조노가 강에서 발견될 수 밖에 없었는지까지 풀어낸다. 모든 과학자가 추리력이 만렙인 건 아닐텐데 트릭을 벗겨내는 과정은 언제봐도 놀랍다. 그래서일까. 유카와 교수를 보는 동안엔 그가 물리학 교수인지, 탐정인지 잠시 잊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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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전부 거짓말은 아닐까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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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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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으로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청예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처음이지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선정 등 이력도 화려했고 작품 수도 벌써 여러권이라 궁금했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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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젤리 샷>,<오렌지와 빵칼>,<일억 번째 여름>,<수호신> 등 반짝이는 제목 중에서 첫 소설로 고른 건 <주와 연>이다. 짧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제목이었고 요즘 인기있다는 회빙환코드의 소설이라 쉽게 읽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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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는 간단했다. 소제목이 아닌 1부에서 5부까지로 나열되어 있고 책의 두께는 보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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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오주희 복수의 시작

생명을 걸어 복수를 감행한 17살의 주희는 가정을 파탄낸 아빠의 내연녀의 손에 부적을 쥐어준 다음 자살했다. 그리고 그들의 딸 연린으로 환생했다. 여섯 개의 손가락을 달고. 태어날 때부터 성대에 문제가 있던 주희는 아비의 외도로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았지만 같은 아비의 딸로 다시 태어난 연린은 육손으로 태어났지만 부유함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가족의 관심과 넉넉함도 서늘한 복수심을 멈출 순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다뎌온 복수의 발판은 은정이라는 조력자를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종국엔 대학 전에 그들에게 강한 한 방을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시도한 복수가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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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연린에게 준비된 미래

오래 공들여 아버지의 새 가정을 파탄냈지만 연린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졌던 17살을 너머 어른이 되었고 복수 후 독립해서 가족과 멀어졌지만 빛나는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 집착과 사랑의 어디쯤 걸쳐진 은정과의 사랑이 새로 나타난 남자 현으로 기울어질무렵,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게 되었고 연린은 다시 불행 속으로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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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행복을 선택했지만 공포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소설은 다시 '이어짐'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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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작가의 물음은 심오했다. 누구든 인생의 몇몇 순간에선 '인생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치워 버릴 수도 있겠지만 전생을 통틀어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인공 주희는 깊은 집념으로 자신의 복수를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하지만 왜? 보통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하는 회빙환 웹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을까. 그녀의 복수가 감행되어갈수록 주인공을 향한 애잔한 마음은 두꺼워져갔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어른의 마음으로 그녀를 읽어나갔던 것일까? 10대와 20대에 읽었다면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주희를 응원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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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떠오른다.

제 삶이 도륙나는지도 모른 채 야금야금 파먹혀가던 순간들이.

이렇듯 복수와 저주는 한몸처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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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까지 불안했던 마음에 걸맞는 결말을 확인했다. 가볍지 않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멋진 작품이었다. 굳이 은영의 두 번째 삶과 계모와 달리 모든 걸 알고 시작할 주희(연린)의 삶을 외전으로라도 보고 싶진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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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 -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부처의 33가지 삶의 태도
심우 지음 / 오후의서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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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 때 보다 조용히 책 한 권을 마주하며 사는 삶이 더 건강하게 느껴진다.

외부의 자극이 없어도 하루 열 두번 오르락 내리락하는 마음인지라 그저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순간들이 참 소중하다. 특정 종교를 믿고 있진 않지만 감사기도를 드린지 5년이 넘었고 좋은 말씀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가져다 읽는 편이다. 법명이 '심우'라는 저자의 책을 읽게 된 이유도 오래 전 스스로 고행을 선택한 수행자가 되씹었을 단어의 참뜻을 살피며 마음을 다독여보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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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도 그 밤을 지나왔다>는 '무너지지 않게 잡아주는 부처의 33가지 삶의 태도'라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제목에 붙은 '도'는 비교가 아닌 '너처럼'이 생략된 동질감을 가져다주어 다정한 느낌이 든다. 지금의 나처럼 그때의 너도.... 라는 의미는 고급진 위로말 같기도 했고.


비교, 불안, 후회, 미움, 분노, 상실, 경쟁, 실패, 침묵.... 이 중 우리가 그 뜻을 모르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대하는 방향을 달리할 때 변하는 건 삶의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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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우리는 불안을 자꾸만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데 부처는 이를 '마음이 보내는 신호'로 보고 있다. 생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으니 없애야 할 것이 아니었고, 불안 자체보다는 이때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문제라고 꼬집는다. 통제나 회피는 바른 대처법이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그 방향을 바라보다 '할 수 있는 일은 하되, 할 수 없는 일에는 마음을 쓰지 말라' 며 충고한다. 그러면 불안은 적이 아닌 길잡이가 되어 줄거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파트는 '용서'와 '상실'이었다.

몇 년 전 갑작스럽게 이별한 후 펫로스를 오래 겪었는데 당시 너무 고통스러워서 일상생활을 멈췄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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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을 보는 눈이 생기면,

남은 것도 보이기 시작한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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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보낸 아이에 대한 슬픔은 그대로 간직하되 곁에 있어 돌봐야하는 아이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슬픔의 크기가 무게가 달라진 건 아니었다. 잃은 것을 보는 눈이 생겨 남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보는 순간 그 때가 떠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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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사람이 설파한 말씀 속에 내 인생을 끼워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왜 진작 알지 못했던 걸까. 경전이라는 이름의 허들을 넘지 못해 영혼을 멘토를 모른 채 살았던 어제까지가 바보처럼 느껴질만큼 책은 단박에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발휘했다. 아주 쉽고 간단하게 풀이하면서. 내일 또 나를 힘들게하는 감정단어가 생긴다면 오늘 나를 다독인 이 책을 펼쳐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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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교인 내게 싯다르타는 종교를 대표하는 성인이 아니라 나보다 먼저 길을 잃어본 선배 여행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과거를 따라가지 말라

미래를 기다리지 말라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p20

두려움은 내가 '잃을 수도 있는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온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잃은 가능성이 보일 때 두려움이 생긴다

p39

지금 잃은 것은 희망인가, 결과에 대한 기대인가

결과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일은

희망을 버리는 것과 다르다

.

.

희망은 잘되라라는 확신이 아니다

잘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일을 하겠다는 선택이다

p48


*인디캣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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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비록 2 - 천년의 언약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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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좌를 바꾸어라 - 태선에게 던져진 말

세자를 죽여라 - 홍정익에게 내려진 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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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비록> 1권이 이승에서 발견된 저승명부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과 전생/현생의 인연과 업보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

<윤회비록> 2권에서는 역모, 사천왕의 존재, 인물이 숨겼던 비밀 등이 밝혀지면서 전생/현생/후생의 삼생을 보여주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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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사극배경의 재미를 너머 저승명부, 사천왕, 귀신, 업보 등의 소재가 엮이면서 점점 재미를 불려가는 사극판타지 <윤회비록>은 붉은 실로 이어진 인연의 고리를 이어나갈지 끊어버릴지 고민하는 남주와 여주의 서사와 사랑과 욕망 모두를 얻고자한 서브 남주의 서사가 뒤얽혀 갈등 및 재미를 증폭해나가는 사극판타지다.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역사와는 관련이 없고, 업보, 저승, 귀신이 등장하지만 스릴러물의 공포스러움은 느낄 수 없다. 애타게 찾는 '사천왕'의 존재보다는 이야기의 결말이 더 궁금해져 벽돌두께(?)의 1권과 2권을 단숨에 읽게 만들정도로 흡입력이 좋은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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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나면 부모 자식간의 관계부터 사람간의 인연이나 악연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죽음 앞에서 자식을 살리는 선택을 하는 부모가 있는가하면 아들을 죽이거나 딸을 버리는 아비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랑, 증오, 집착'보다는 '관계와 업보'에 눈길이 가 2권의 책을 재벌읽기 했는데 두 번을 읽어도 재미는 그대로였을만큼 <윤회비록>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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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고증이 필요없을 퓨전사극이지만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만한 분량을 쓰기 위해 작가가 준비했을 시간들이 2권에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한 페이지도 허투루 읽을 수 없었고, 마치 자개장처럼 디자인된 책의 표지가 예뻐서 서둘러 책장에 꽂고 싶지도 않았다. 절연으로 사랑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현생을 끝으로 종결되지 않고 후생의 스토리가 이어지는 점 또한 독자를 행복하게 해 준 요소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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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게 삼생을 보여주며 여러가지 선택지를 준다면 선뜻 그 중 하나만 고를 수 있을까? <윤회비록>은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라 생각에 잠기게 한 소설이었다는 점에서 뭔가 즐거운 상상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중국풍, 동양풍, 사극풍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맞춤소설마냥 읽힐 수 있을 내용이기도 하고.




사율계원은 어떠한 자들인가

​

참으로 무서운 생각입니다

제가 지운 죄가 돌아욎 않을거라 믿는 것이요

쌓이는 업은 생각지도 않고

온갖 죄를 다 저지르고 다니지요

그러한 자가 조선 땅에 더 많아져서야 되겠습니까

p41

갈절히 읍소하였으나,

어떤 이유도 어심을 돌리진 못했다

전생이네 후생이네, 붉은 실이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

뭐가 무섭겠느냐 말이다

p510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만날 때가 되면 이렇게 만나지는 것, 사랑하고, 미워하고, 죽이고, 살릴 기회를 만남이라는 기회로 부여하는 것

인연이란 그런 것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다하고 다해도, 연을 다하고 나면 이렇게 헤어져야만 하는 것

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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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비록 1 - 이승에서 떨어진 저승명부
천지혜.사니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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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온 책 한 권

<윤회비록> 1권은 '이승에 떨어진 저승명부'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승에 나타난 저승명부. 사실 명부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도구로 등장한다. 누군가의 욕망을 이뤄줄 도구, 정치적 야망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 권력을 틀어잡기 위한 도구, 운명을 뒤집을 수 있는 도구.....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이롭게 쓰일수도, 해롭게 쓰일수도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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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해진 생사가 기록되어 있는 저승명부 ' 사율계'는 단순히 사람의 명줄을 확인할 수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생과 사를 고칠 수도 있어 위험한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저승명부는 한 집안을 도륙내면서 '죽음을 몰고오는 책'임을 드러낸다. 하루 아침에 병조판서 윤종근의 모략으로 삼대독자 태선과 여종 유비 외 몰살당한 이판 여운식의 집안.

​

아비의 업보를 현생에서 갚고자 태선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 윤종근의 아들 선기와 그들을 쫓는 사율계원 대장 서후. 그리고 명부에 이름이 올라 죽어야했지만 가까스로 명을 붙들고 있는 유비의 이야기는 현생과 더불어 전생의 인연이 드러나며 갈등과 재미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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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으로 이어진 전생의 인연 그리고 출생의 비밀

주인공들의 인연은 전생의 업보와 얽혀 있었다. 인간의 연이 엮인 붉은 실인 인연사를 볼 수 있게 된 태선의 목표는 사천왕을 찾아 유비를 살리는 것이고 유비를 탐내는 서후의 목표는 절대자가 되는 것.<윤회비록> 1권에서는 대장 서후의 출생의 비밀 외에도 '아비를 죽일 상'이라 버려진 유비의 비밀까지 밝혀지면서 인물간에 지독하게 얽힌 현생과 전생의 연을 드러내고 있다. 그 외에도 유비를 찾아다니다 마주친 사람들의 연을 잇거나 죽음에서 구해주는 일도 발생하는데, 반대로 모르는 사이 죽게 만든 여인에게 원한을 사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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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관계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절친이 되어 버린 태선과 선기. 신분을 초월한 연인 태선과 유비. 힘과 사랑 둘 다 갖고자하는 서후. 아들을 희생해서라도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아비인 윤종근과 왕 이왈. 왕의 본심을 알게 된 세자.

​

두툼한 1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인물간의 갈등이 하나씩 더해지며 '저승명부' 의 존재보다 과연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마무리 될 지 더 궁금하게 만든다. 권선징악으로 통쾌하게 끝나더라도 대립과 공조가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야하고, 새드엔딩으로 슬프게 끝나게 된다면 후생으로의 여운을 남겨야 될 전개이기에 비슷한 두께의 2권엔 어떤 사건들이 담겨 있을 지 기대가 크다.

​

<금혼령, 조선 혼인 금지령> 원작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저자는 <윤회비록>에서 인간의 선택을 화두로 던져놓는다. 운명이라는 어쩔 수 없는 정해진 틀 앞에서 '어떤 사람이','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잔뜩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데 <윤회비록> 2권의 제목은 '천년의 언약'이다. 제목부터가 흥미유발이라 손이 먼저 2권을 향해 뻗어나간다. 몹시 궁금하다. 결말이.






​자기가 언제 테어나고 죽는지, 전생은 무엇이었고 후생은 무엇일지!

다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고칠 수도 있지

내가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고,

또한 남이 죽을 날짜를 고칠 수 있으니,

이는 곧 죽음의 결정권을 가진 것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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