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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 2026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웬즈데이 유스리치 클럽>으로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을 수상한 청예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처음이지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예스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선정 등 이력도 화려했고 작품 수도 벌써 여러권이라 궁금했던 차였다.
<라스트 젤리 샷>,<오렌지와 빵칼>,<일억 번째 여름>,<수호신> 등 반짝이는 제목 중에서 첫 소설로 고른 건 <주와 연>이다. 짧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제목이었고 요즘 인기있다는 회빙환코드의 소설이라 쉽게 읽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목차는 간단했다. 소제목이 아닌 1부에서 5부까지로 나열되어 있고 책의 두께는 보통이었다.
17세 오주희 복수의 시작
생명을 걸어 복수를 감행한 17살의 주희는 가정을 파탄낸 아빠의 내연녀의 손에 부적을 쥐어준 다음 자살했다. 그리고 그들의 딸 연린으로 환생했다. 여섯 개의 손가락을 달고. 태어날 때부터 성대에 문제가 있던 주희는 아비의 외도로 가난하고 불행하게 살았지만 같은 아비의 딸로 다시 태어난 연린은 육손으로 태어났지만 부유함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가족의 관심과 넉넉함도 서늘한 복수심을 멈출 순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다뎌온 복수의 발판은 은정이라는 조력자를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가 되었고 종국엔 대학 전에 그들에게 강한 한 방을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시도한 복수가 마냥 행복할 수 있을까.
어른이 된 연린에게 준비된 미래
오래 공들여 아버지의 새 가정을 파탄냈지만 연린은 행복해지지 않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사라졌던 17살을 너머 어른이 되었고 복수 후 독립해서 가족과 멀어졌지만 빛나는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 집착과 사랑의 어디쯤 걸쳐진 은정과의 사랑이 새로 나타난 남자 현으로 기울어질무렵, 그가 누구의 아들인지 알게 되었고 연린은 다시 불행 속으로 빠져버렸다.
고민 끝에 행복을 선택했지만 공포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소설은 다시 '이어짐'을 예고했다.
살아감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작가의 물음은 심오했다. 누구든 인생의 몇몇 순간에선 '인생이 축복이라는 생각'을 치워 버릴 수도 있겠지만 전생을 통틀어 형벌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주인공 주희는 깊은 집념으로 자신의 복수를 하나씩 완성해나갔다. 하지만 왜? 보통 무자비한 복수를 감행하는 회빙환 웹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었을까. 그녀의 복수가 감행되어갈수록 주인공을 향한 애잔한 마음은 두꺼워져갔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어른의 마음으로 그녀를 읽어나갔던 것일까? 10대와 20대에 읽었다면 좀 더 다른 느낌으로 주희를 응원할 수 있었을까.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떠오른다.
제 삶이 도륙나는지도 모른 채 야금야금 파먹혀가던 순간들이.
이렇듯 복수와 저주는 한몸처럼 닮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불안했던 마음에 걸맞는 결말을 확인했다. 가볍지 않으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멋진 작품이었다. 굳이 은영의 두 번째 삶과 계모와 달리 모든 걸 알고 시작할 주희(연린)의 삶을 외전으로라도 보고 싶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