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신전 - 19마리 고양이들이 전하는 행복전도서
강인규 지음, 한은경 사진 / 아토북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이 쉽지 고양이 19마리와 함께 사는 일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힘든만큼 웃음도 두배임을 안다. 겨우 여섯 마리 고양이와 아옹다옹하며 살고 있지만 '집사생활'을 몇 년 째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한 부부는 도시의 삶을 뒤로하고 강화도로 귀촌했다. 이 부부 외에도 고양이로 인해 귀촌한 작가들이 몇몇 있어 '왜 고양이와 살면 귀촌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정말 그 마음이 백퍼센트 이해가 된다. 조용히 그리고 간섭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은퇴하고 '고양이 고아원'을 열고 싶다던 부부는 대신 '고양이 신전'을 열었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으나 몸과 마음이 불편한 녀석들을 구조하다보니 결국 많은 수의 고양이들과 더불어 살게 되었다. 물론 포기하고 싶었던 시절도 있었노라 고백하며 어떻게 개를 좋아하던 남자가 고양이와 살게 되었는지 담담하지만 재미나게 풀어놓았다.

 

 첫 장에서부터 '애니멀호더'라고 농담처럼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개를 좋아하던 남자였다. 오로지 여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고양이를 좋아한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캣대디가 되었고 첫 고양이 '꼬마'의 집사로 살게 되었다. 그때의 그 여자친구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살면서 고양이 가족은 늘어만 갔다. 그리고 <고양이 신전>이라는 책 안에 사연이 담겼다. 작은 책 한 권 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고양이 집사라면 구경하는 내내 미소를 거두지 못할만큼 많은 녀석들이 등장한다. 다들 내 고양이 같고, 내 길고양이 같고, 어디서 본 듯한 친근한 얼굴들이었다.

 

 

정말 이 짧은 생을 살다가는 녀석들이 9개의 목숨을 타고 태어난 녀석들이면 좋겠다. 내가 첫번째 집사이든, 마지막 집사이든 그 짧은 생이 계속 이어져 불행보다는 행복한 기억을 많이 담아갈 수 있도록.

 

 

이 책을 읽다보면 왜 모든 고양이들이 아름다운지, 사랑스러운지 알게 된다. 고양이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수가 고양이서적들로 인해 조금씩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끼리 쓰는 말이 있다. '판을 벌렸다' 구경거리가 많을 때 쓰는 말인데, '노홍철이 판을 벌리면' 뭔가 재미난 일을 시작했을 것 같아 주목하게 된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한국에 오면 꼭 만나고 갔으면 하는 사람이 '방송인 노홍철'이었다. 경제 전문가, 기업의 총수도 아닌 방송인인 노홍철을 꼭 만나고 갔으면 했다. 재미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이 만나면 분명 즐거운 일들이 생길 것만 같아서.



그런 연예인인 노홍철이 책방을 냈단다. 노홍철과 책방이라...이렇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하지만 만만한 책방'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책방은 '해방촌'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울 살면서 단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곳, 해방촌. 요즘 그곳 이야기가 사부작이 들려오는 가운데 노홍철이 터를 잡았다는 말이 더해지자 정말 개성 강한 동네처럼 느껴져 궁금해졌다. 서울 여행길에 가로수길, 경리단길이 아닌 해방촌 나들이를 다녀와야겠다 싶어질만큼.



<철든책방>은 상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에 압도될 정도였다. 하지만 탄생배경이 궁금해서 펼쳐든 책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역시 노홍철스러웠으므로......!

 

 대형서점에 밀려 소규모 동네 책방이 사라지고 없는 요즘, 노홍철의 작은 책방도 한산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철든책방은 목소리를 낮추거나 침묵해달라고 요청할만큼 사람들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이웃과 더불어 탄생한 동네 책방이라는 점도 홍철스러웠다. 대문에 들어설 때 깜짝 놀라고말 홍철동상과 화려한 색감의 홍철전을 제외하고는 정말 심플하면서도 멋드러진 곳이 <철든책방>이다.

 

 

애초에 판매가 목적이 아닌 소통이 목적인 공간이었기에 책방은 1층에 위치하고 있고 2층은 오픈하우스로 꾸며졌다. 게다가 지하는 소규모의 전시 혹은 공연을 위한 문화공간(워크숍 룸),옥상은 독자들을 위한 루프톱 공간이라니....어쩜 이리 멋진 생각을 해냈을까. 그는.



TV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인생이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케 만든다. 연예인의 생명은 '방송'이 팔할정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알차고 재미나게 인생을 꾸려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끄러운 방송용 노홍철보다 사람냄새나는 소통왕 노홍철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주어진 틀이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삶을 선택한 아티스트들이 모여든 해방촌 거리에서 그의 책방은 그 중 하나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별로 튀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좋아서, 이웃이 재미있어서, 머물러보니 좋아서져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주민이 된 방송인이 흔할 리 없다.

 

 

동전에는 양면만 존재하지만 사람에겐 무한한 면이 존재한다. 노홍철도 그랬다. 처음 보여진 겉면보다 세월의 흐름을 타고 조금씩 흘려지듯 배어나오는 '인간 노홍철'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조심 또 조심하고 약간 소심한 듯 하면서도 즐거운 것을 찾아 나눔하려는 외향성도 지닌 사람. 하고 싶은 걸 해내는 사람을 응원하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 <철든책방> 속에서 발견한 그는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시그널 2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며칠 전 한 케이블 방송에서 드라마 <시그널>을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연방했다. 매주 같은 시각,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그 드라마를 쭉~ 연결해서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감동도 여전했고. 결말을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역시 김은희 작가의 필력은 대단했다. 다시봐도 그 재미는 떨어지지 않았다. 단 한 장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대본집으로 볼 수 있길 바랬던 작품이었으나 소설집이 출판되었다는 말에 얼른 펼쳐들었는데 실수로 2권부터 읽게 되었다. 그래도 좋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꼭 처음부터 읽어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2권의 이야기는 '홍은동 연쇄살인사건'  시작된다. 과거의 수현이 연쇄살인범에게 목이 졸리는 부분부터. 당시 범인을 놓쳐 총 9명의 피해자를 더 발생시킨 사건이었다. 어린 시절 학대 당했던 아이가 외로운 어른으로 자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었던 '홍은동 연쇄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목격자인 수현.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 선 수현을 통해 경찰이기 이전에 여자이며, 피해자이고, 인간인 수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재한의 마음 또한 엿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문제의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 .

 

 

재한과 해영을 서로 이은 사건인 동시에 수현과 재한을 헤어지게 만든 사건인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씁쓸함을 많이 남긴 에피소드였다. 역시 '무전유죄 유전무죄'인가? 쓴 약처럼 삼킬 수 밖에 없었던 미제사건을 파헤치던 수현과 해영은 재한의 백골 사체를 찾아냈다. 실종된지 15년 만에 돌아온 재한의 사체. 무전기 너머론 여전히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지만 그는 곧 죽는다. 형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해영과 그 죽음을 헛되지 않게 끝까지 파고들었던 재한.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고자 한 수현. 이 세 사람이 '기적'을 만들어냈음을 안다.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했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소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독자를 몰아간다. 드라마가 매주 금/토 시청자를 몰아갔듯이.

 

 

 

 

"11시 23분, 형사님이 죽은 그 시간.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모든 사건이 미제로 남는 게 힘들었던 거죠?
그 간절한 마음으로 내게 무전을 보낸 건가요?
p187"

 

 

 

간절한 외침이,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과거를 바꿨다. 권력 앞에서 비굴했던 1999년이 어쩌지 못했던 사건들이 하나, 하나 해결되었다. 미제사건을 남기지 않겠다는 바람,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들 세 사람 사이의 약속이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다.


감동 드라마도 종영했고, 소설 읽기도 끝났지만 부끄럽게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위님이 사는 그 세상은 다르겠죠'라고 쓴 이재한 형사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그 대목을 읽던 날, 세월호가 떠올랐다. 여전히 많은 의문과 진실이 묻혀진 가운데, 정말 잡고 싶은 범인들, 7시간의 히든타임, 3년이라는 시간동안 바닷속에서 잠들어야했던 배 한 척이 간직한 비밀....이재한,차수현,박해영,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그들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열기자의 오답노트
박재역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열 인생 20년.  '교열'의 매력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었다. 꼼꼼한 성격이 아닌 탓에 쓴 글을 탈고 혹은 교열하는 일은 고역이었다.  숫자과 교열은 동급이다라고 이야기해 왔을만큼 싫어하는 작업이었는데, 저자는 이 일은 자그마치 20년이나 해 왔다고 한다.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숫자에 능한 사람, 문법에 능한 사람을 보면 참 부러웠다. 누군가에겐 재미있었을 일이 내겐 힘겨운 일이었으므로.

 

주변에 국문학을 전공한 친구들이 몇몇 있다. 배운 것 중 문법이 제일 재미있었다는 국어교육을 전공한 친구가 보내온 손편지는 빨간펜을 들어야할만큼 틀린 부분들이 많았다. 반대로 소설을 재미있으나 문법은 까다롭기도 하고 바뀌기도 해서 힘겹다는 국문학을 전공한 친구의 편지는 언제나 깔끔했다. 틀린 글자 하나도 발견할 수 없었다. 틀려도 재밌다는 친구, 철두철미하게 한글맞춤법에 맞게 쓰면서도 어렵다는 친구. 두 친구를 보면서, 세종대왕님께 묻고 싶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우리를 위해서 만드신 글자가 맞지요?'라고. 남이 틀린 건 잘 잡아내면서 정작 내 글의 틀린 부분은 휙휙 지나칠 때가 많은 나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고민했던 '되'와 '돼'는 '하'나 '해'를 넣어보는 방법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었고, '까매지다','꺼메지다' 같은 모음조화의 구별법도 생각보다 간단했다. 'ㅏ.ㅗ' 뒤에는 '아', 'ㅏ,ㅗ' 이외의 모음 뒤에는 '어'를 쓰면 되는 거였다. '약 30여 명쯤'이라는 표현이 왜 틀린 표현인지도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써야 바른 어림수 표현인지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공부라고 생각하고 익혔다면 머리에 쥐가 지끈지끈 나고 말았겠지만 평소 헷갈렸던 표현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 읽었더니 쉽게 머릿 속에 쏙쏙 박혔다.

 


 
/쓱 보고 척 진단/ 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는 '좋지 않은 글 습관' 중 몇가지는 내게도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인데, 상세하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일을 오래해서인지 말뿐만 아니라 글도 길다. 그래서 비문인지 아닌지 늘 살펴야 했고, '~에 의해'와 같은 피동형 문장도 종종 사용하고 있으며 ,부사 사용 빈도도 잦다. 번역투 표현도 가끔 쓴다. 알고 있는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렇듯 습관은 참 무섭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마다 바른 표현, 궁금한 문법표기 등은 시간이 걸려도 찾아보려 노력한다.

 

 

'교열'은 쉽진 않지만  배워서 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책을 읽으며 살면서도 내 분야가 될 수 없음을 안다. 쓰는 능력에 비해 고치고 찾아내는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인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싹이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이 책을 소개해주어야겠다. 번역과 교열은 분명 전문적인 능력이다. 타고나는 것보다는 갈고 닦아서 완성해나가는 능력이므로 관심분야라면 파고들어 전문가가 되어보는 것도 멋진 일이되리라. 내게는 없는 능력이지만.

 

 <교열 기자의 오답노트>는 필요한 이에게는 오아시스처럼 읽힐 책이다. 지금 이 순간 이 책을 가장 탐낼 친구에게 표지를 찍어 카톡으로 전송했다. 곧 답이 왔다. '읽고 보여줘'. 이럴 줄 알았다. 곱게 읽고 내용을 공유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낮은산 키큰나무 1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라는 존재가 삶에 들어오면서 웃으며 살고 있지만 반대로 가슴 아픈 사연도 많이 들으며 살아야했다. 차라리 귀를 닫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정이 격해질 때면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고, 슬픔에 밤새 베갯머리를 적시며 잠못 들기도 했다. 감정적 소모가 큰 내용의 책은 피하느 편인데, 이 책은 그냥 지나치질 못했다. 그리고 결국 다 읽어 버렸다.

 

 

<그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모리, 크레마, 마루, 레오가 연우네로 오게 된 사연이 담겨 있고 엄마를 잃고 의지하던 고양이 또롱이까지 잃으면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연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모리는 작지만 다정한 노랑 고양이의 짝이었다. 시장통에서 사람들이 주는 먹이로 연명하면서 새끼고양이를 낳았지만 로드킬로 짝을 잃고 비오는 날엔 아이들을 다 잃은 채, 뼈마디 앙상한 모습으로 연우네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또롱이는 교통사고를 당해 피흘리며 죽은 어미 고양이 옆에서 서럽게 울고 있다가 구조되었는데 의료사고로 엄마를 잃은 연우와 그 모습이 닮아 참 사랑받으며 2년째 살고 있는 고양이였다. 그런 또롱이가 방충망을 뚫고 나갔다가 이름 모를 흰 개에게 물려 죽은 날, 연우는 모리를 참 많이 원망했다. 구조된 유기견이었던 진국이랑 복동이도 또롱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연우의 외면을 받고 마음의 상처를 얻었다. 동물들이 그 마음을, 말귀를 못알아들을 줄 알고 마구 내뱉은 말에 얼마나 상처받는지....이 소설을 읽으면 뜨끔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참 가슴아픈 대목이었다. 상처받은 연우의 말에 무너진 개와 고양이의 마음은.....그리고 끝까지 밥을 챙기던 주인을 지켰으나 얻어맞은 채 버려져야했던 크레마의 이야기는......!

 

 

갓 독립한 어린 고양이 크레마는 은주라는 재개발 지역에 사는 여학생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챙겨주는 음식을 먹으며 연명하다가 은주를 따라 이사를 했다. 그리고 외출냥이로 살았다. 그런데 감옥에 있던 아빠가 돌아오면서 폭력에 시달리게 되었고 급기야 은주의 엄마를 맥주병으로 때리려하는 순간 달려들어 필사적으로 말리다가 던져지고 두드려 맞아 머리가 짓이겨졌다. 연우네 집에 와서도 뺑뺑도는 것으로 보아 아마 뇌쪽에 문제가 생긴 듯 보였지만 은주가 그리워 마음에 생긴 병이 신체적인 불편함보다 더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듯 했다.

마루는 취준생에게 길들여졌으나 버려졌다. 반려동물을 버리는데는 늘 이유가 따라붙는다.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기합리화는 지난 몇년 간 지겹게 들어 귀에 딱지가 앉았기에 그들의 사정보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보미가 버린 마루도 그랬다. "나를 데리러 다시 올 거야?"라는 그 물음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린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앞서 보았던 '모리'와 '크레마'의 사연도 슬펐지만 버려진 '마루'의 이야기도 가슴 아팠다. 마루는 사람에게도, 고양이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낼 것처럼 사료에 집착하며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거식증에 걸린 사람처럼 반복했다. 그 사이 모리는 당뇨와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다. 외면당하거나 버려진 고양이에게 생긴 트라우마는 이토록 무섭다. 예전 동물농장에서 보았던 고양이 '준팔이'처럼 녀석들의 상처도 나을 줄을 몰랐다.

 

 

고양이주제에 무슨 트라우마냐고. 우울증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연우처럼. 모리의 슬픔이 자신의 슬픔만큼 깊을 리 없다고 오만하게 판단하고만 연우처럼. 모리는 우울증을, 크레마는 눈을 잃었고, 마루는 거식증을 앓고 있다. 고양이 엄마가 흘리고간 꼬꼬마 고양이 '레오'가 새 가족이 될 때 즈음 연우는 고양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그 마음을, 그 상처를 알게 되면서 삐뚤어졌던 지난날을 반성했다. 크레마를 위해 은주를 수소문하고 모리와 대화하면서 레오를 돌보며 살게 된 것이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다른 존재로 메울 수 없다는 걸 알만큼 성장한 연우의 곁에 고양이들이 있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인천에서 태어난 작가는 강화로 터전을 옮겨 농사를 짓고 아이들, 고양이를 돌보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녀의 고양이가 또롱이, 모리, 레오,,,,,였다. 고양이 네 마리, 개 일곱 마리와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녀의 지난 날이 이 소설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하는 법을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노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나역시 다르지 않았다. 고양이를 돌보며 산다고 말할 수 없을만큼 그들에게 위로받고 그들로 인해 매일 성장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키의 성장이 멈춘 어른이 된 시점에 만났 녀석들인데도 마음의 성장점은 아직 닫히지 않았는지 쑥쑥 자라고 있다. 매일매일-. 고양이들로 인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