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든 책방 -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한, 만만한 책방
노홍철 지음 / 벤치워머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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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쓰는 말이 있다. '판을 벌렸다' 구경거리가 많을 때 쓰는 말인데, '노홍철이 판을 벌리면' 뭔가 재미난 일을 시작했을 것 같아 주목하게 된다.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한국에 오면 꼭 만나고 갔으면 하는 사람이 '방송인 노홍철'이었다. 경제 전문가, 기업의 총수도 아닌 방송인인 노홍철을 꼭 만나고 갔으면 했다. 재미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이 만나면 분명 즐거운 일들이 생길 것만 같아서.



그런 연예인인 노홍철이 책방을 냈단다. 노홍철과 책방이라...이렇게 안 어울리는 조합이 또 있을까. '제일 시끄러운 애가 하는 제일 조용하지만 만만한 책방'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책방은 '해방촌'에 위치하고 있었다. 서울 살면서 단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던 곳, 해방촌. 요즘 그곳 이야기가 사부작이 들려오는 가운데 노홍철이 터를 잡았다는 말이 더해지자 정말 개성 강한 동네처럼 느껴져 궁금해졌다. 서울 여행길에 가로수길, 경리단길이 아닌 해방촌 나들이를 다녀와야겠다 싶어질만큼.



<철든책방>은 상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에 압도될 정도였다. 하지만 탄생배경이 궁금해서 펼쳐든 책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역시 노홍철스러웠으므로......!

 

 대형서점에 밀려 소규모 동네 책방이 사라지고 없는 요즘, 노홍철의 작은 책방도 한산할 거라고 생각했으나 철든책방은 목소리를 낮추거나 침묵해달라고 요청할만큼 사람들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공간이었다.  이웃과 더불어 탄생한 동네 책방이라는 점도 홍철스러웠다. 대문에 들어설 때 깜짝 놀라고말 홍철동상과 화려한 색감의 홍철전을 제외하고는 정말 심플하면서도 멋드러진 곳이 <철든책방>이다.

 

 

애초에 판매가 목적이 아닌 소통이 목적인 공간이었기에 책방은 1층에 위치하고 있고 2층은 오픈하우스로 꾸며졌다. 게다가 지하는 소규모의 전시 혹은 공연을 위한 문화공간(워크숍 룸),옥상은 독자들을 위한 루프톱 공간이라니....어쩜 이리 멋진 생각을 해냈을까. 그는.



TV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없다고 해서 인생이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님을 실감케 만든다. 연예인의 생명은 '방송'이 팔할정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알차고 재미나게 인생을 꾸려갈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시끄러운 방송용 노홍철보다 사람냄새나는 소통왕 노홍철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주어진 틀이 아닌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삶을 선택한 아티스트들이 모여든 해방촌 거리에서 그의 책방은 그 중 하나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별로 튀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좋아서, 이웃이 재미있어서, 머물러보니 좋아서져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주민이 된 방송인이 흔할 리 없다.

 

 

동전에는 양면만 존재하지만 사람에겐 무한한 면이 존재한다. 노홍철도 그랬다. 처음 보여진 겉면보다 세월의 흐름을 타고 조금씩 흘려지듯 배어나오는 '인간 노홍철'의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남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조심 또 조심하고 약간 소심한 듯 하면서도 즐거운 것을 찾아 나눔하려는 외향성도 지닌 사람. 하고 싶은 걸 해내는 사람을 응원하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 <철든책방> 속에서 발견한 그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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