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시그널 2
이인희 지음, 김은희 소설 / 클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과거는 바뀔 수 있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말아요"

 

 

 

며칠 전 한 케이블 방송에서 드라마 <시그널>을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연방했다. 매주 같은 시각, 가슴을 졸이며 기다리던 그 드라마를 쭉~ 연결해서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감동도 여전했고. 결말을 뻔히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역시 김은희 작가의 필력은 대단했다. 다시봐도 그 재미는 떨어지지 않았다. 단 한 장면에서도.

 

 

개인적으로는 대본집으로 볼 수 있길 바랬던 작품이었으나 소설집이 출판되었다는 말에 얼른 펼쳐들었는데 실수로 2권부터 읽게 되었다. 그래도 좋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고 꼭 처음부터 읽어야 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2권의 이야기는 '홍은동 연쇄살인사건'  시작된다. 과거의 수현이 연쇄살인범에게 목이 졸리는 부분부터. 당시 범인을 놓쳐 총 9명의 피해자를 더 발생시킨 사건이었다. 어린 시절 학대 당했던 아이가 외로운 어른으로 자라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성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안타까운 사건이었던 '홍은동 연쇄살인 사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목격자인 수현.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 선 수현을 통해 경찰이기 이전에 여자이며, 피해자이고, 인간인 수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재한의 마음 또한 엿볼 수 있었던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문제의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 .

 

 

재한과 해영을 서로 이은 사건인 동시에 수현과 재한을 헤어지게 만든 사건인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은 씁쓸함을 많이 남긴 에피소드였다. 역시 '무전유죄 유전무죄'인가? 쓴 약처럼 삼킬 수 밖에 없었던 미제사건을 파헤치던 수현과 해영은 재한의 백골 사체를 찾아냈다. 실종된지 15년 만에 돌아온 재한의 사체. 무전기 너머론 여전히 살아 있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지만 그는 곧 죽는다. 형의 죽음을 막지 못했던 해영과 그 죽음을 헛되지 않게 끝까지 파고들었던 재한.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를 살리고자 한 수현. 이 세 사람이 '기적'을 만들어냈음을 안다. 드라마를 끝까지 시청했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소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독자를 몰아간다. 드라마가 매주 금/토 시청자를 몰아갔듯이.

 

 

 

 

"11시 23분, 형사님이 죽은 그 시간.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모든 사건이 미제로 남는 게 힘들었던 거죠?
그 간절한 마음으로 내게 무전을 보낸 건가요?
p187"

 

 

 

간절한 외침이,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이 과거를 바꿨다. 권력 앞에서 비굴했던 1999년이 어쩌지 못했던 사건들이 하나, 하나 해결되었다. 미제사건을 남기지 않겠다는 바람,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의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리고 그들 세 사람 사이의 약속이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했다.


감동 드라마도 종영했고, 소설 읽기도 끝났지만 부끄럽게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위님이 사는 그 세상은 다르겠죠'라고 쓴 이재한 형사의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그 대목을 읽던 날, 세월호가 떠올랐다. 여전히 많은 의문과 진실이 묻혀진 가운데, 정말 잡고 싶은 범인들, 7시간의 히든타임, 3년이라는 시간동안 바닷속에서 잠들어야했던 배 한 척이 간직한 비밀....이재한,차수현,박해영,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그들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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