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디자인
닛케이 디자인 지음, 전선영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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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플하고 가벼우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 이케아에 대한 생각은 그랬다. 물론 한국내에서 책정된 가격은 약간 비싸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지향하는 이케아에 대한 책을 몇 권 보긴 했지만 닛케이 디자인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케아 디자인은 재미면에서는 1등이다. 그간 읽었던 책들이 이케아의 탄생 배경, 기업 이념, 성장과정 등등 읽기 위주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 <이케아 디자인>은 매거진을 구경하듯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전달하는 책이어서 단숨에 읽혀졌다.

 

 

분명 이케아는 북유럽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이 책은 일본 내 선점된 이케아의 인기를 반증하고 있다. 2014년 8월 매출이 771억 엔 이었던 이케아는 일본에서 2020년까지 매출을 1500억엔으로 올릴 목표를 세웠다. 스웨덴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전 세계 이케아 매장의 제품들은 똑같은 품질, 동일한 포장법, 가득 채워진 물류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것이 가능한 건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이 '데모크래틱'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라고 책은 설명하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널리 쓰이는 제품'이 될 수 있도록 품질, 디자인, 포장 규격까지 신경쓰고 있다는 거다. 이쯤되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제품군 위주로 개발해도 좋으련만 그들의 혁신은 멈추지 않았다. '데모크래틱 디자인 센터'라는 새로운 사옥을 건립하고 매년 200개 이상의 시제품을 만드는 공방을 주변에 배치했다. 놀라운 건 비밀리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개방형 혁신이라는 이름하게 누구나 디자인 개발에 참가할 수 있도록 사내 모든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오픈하고 있다는 거다. 우리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소통'을 이전부터 시행해온 기업이 있다니......!

 

 

이케아 오브 스웨덴의 쾌적함과 자유스러움도 부러웠지만 나사 하나까지 만들 수 있는 작업현장은 우리내 기업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라 이색적일 수 밖에 없었다. 단 몇 년만 지나도 이전 차량의 제품은 단종으로 구입할 수 있을 지 없을 지 알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어서 부러움이 더 커진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도 마찬가지인가보다. 2,3년이라는 장기 개발을 두고 일본에서는 일상용품에 이렇게 까지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쇼룸에서 박물관까지 보유하고 있는 기업, 이케아.

그들은 수직성장하는 기업이 아니라 질적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픈 곳이다. 물론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안전성, 국가별 가격 외에도 몇몇 사건이 도마에 올라 그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사건들도 매니아층의 소비를 멈추지는 못했다.

 

 

왜 이케아를 사랑하는지, 제품에 열광하는지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북유럽 스타일, 스웨덴의 가구 회사라고 지칭하기에 이제 이케아는 너무 커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세계속 글로벌한 기업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케아의 성공이 다른 기업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면 좋겠다. 소비자의 주머니가 아닌 마음을 훔치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기를 바라면서.

 

 

 

 

 

 

# P233  독특한 시도를 하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많은 소비자에게 심어 주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른 지역에 사는 고객에 대한 브랜드 파워도 높아졌다

# P6  모양이나 색은 디자인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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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울 것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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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픈 사람은 '생각만 깊은 사람'이 아니라  '깊은 생각을 멋지게 표현해낼 줄 아는 사람'과의 대화를 즐거워한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여러 갈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여유를 지녀 나의 좁은 시야를 탁 트이게 해준다면 금상첨화. 지식의 탑이 높은 사람은 때떄로 그 배움이 높은 우물이 되어 그 속에서만 진리를 논하기도 하므로 그보다는 지혜의 창공을 지닌 사람을 선호한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작가 임경선의 문체는 참 심플하다. 쉽게쉽게 쓰여져 술술 읽힌다. 잘난 척하는 문장도 찾아볼 수 없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 정도의 솔직함과 일상의 소소함도 그냥 지나침이 없는 특별함. 그래서 유명 여류 소설가의 소설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힌다. 에세이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를 찾아내는 일은 오히려 쉽다. 공감기류를 자아내는 에세이스트를 만나는 일보다. 어제 무심코 흘려버린 하루동안 나는 의미있는 생각을 몇 개나 하며 흘려 보냈던 것일까.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묘하게 반성이 된다. 이렇게 멋진 생각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면 이것저것 발목잡는 문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답답함을 친한 친구에게 토로한 적이 있는데 그녀의 답은 한결같았다. '너는 안그래도 돼'라고. 마치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한 권 뚝딱 읽어낸 <자유로울 것>은 클렌즈 쥬스를 마신 후련한 속처럼 내 속을 비워내 주었다. 일상을 좋은 생각으로 채워나가야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 p281   이제부터는 그저 '해냈다' 가 아니라 '잘' 해야 한다

# p19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나름 행복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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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이동섭 지음 / 아트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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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화가, 배경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감상했다. 미술관으로 가서 그림 앞에 서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집에 누워 편안하게 커피 한잔 홀짝이며 책으로 보는 그림이라 시간,공간 제약 없이 원없이 보고 또 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큰 그림으로 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그림 전체가 아니라 그 속 고양이들을 찾아가며 보는 깨알재미가 톡톡하여 지루할 틈이 없었기 때문에.

 

 

 

저자는 친구 고양이를 돌보아 주었던 것을 계기로 고양이의 매력에 빠졌고 명화 속 고양이의 모습에도주목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관심을 가지는 만큼 애정이 커진다는 말은 진리일 수 밖에 없나보다. (고양이 집사로 살고 있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놀라운 건 고양이들이 사랑받게 된 건 불과 몇 년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거다. 아주 오래전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양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함께 살아왔으며 사랑받아왔다. 다만 몇몇 오해와 학살의 시기가 있었지만(가령 마녀사냥같은) 생각보다 꽤 꾸준한 사랑을 받은 존재들이었다는 거다.

그림 속 소녀의 손길에 행복한 표정으로 부비부비하는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라든가 가족과 함께 하고 있는 모습, 심지어는 최후의 만찬에서도 고양이의 모습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집트에서 신으로까지 추앙받던 고양이들이 이집트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사랑스러운 생명을 먼나라 타국인 한국에서 만나볼 수 없었을 수도 있다니.....!

 

그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사람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은 건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귀여운 고양이들이 가득한 그림들을 즐거이 구경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데, 어딜가도 이렇게 고양이가 등장하는 그림만 몰아서 볼 수는 없기에 이 책을 통해 실컷 감상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반려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귀여운 고양이 모습을 보면 웃음이 먼저 나지 않을까. 간혹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cf를 보면서 웃음이 터질 때가 있는데, 30초짜리 광고 속 고양이를 보면서 얼굴을 찌푸리거나 욕설을 내뱉는 사람은 없을 줄로 안다. 마찬가지다. 그림 속에서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면 참 반갑다. 친밀감으로 가족화 되어 있는 모습도 모습이려니와 예전부터 사랑받았구나 라는 안도감도 함께 든다. 그래서 이 책! 앞 뒷장을 펄럭이며 참 즐겁게 읽었다. 끝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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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드는 동물 목각 인형 - 따라하다 보면 작품이 되는 목조각 입문
하시모토 미오 지음, 이지수 옮김 / 심플라이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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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처음 만드는 동물 목각인형 / book>

 

 

 

 

구도를 잡고, 스케치를 하고, 색을 입히고...유치원때부터 그려온 그림이라 손에 익어 그냥 슥슥 그려대던 시절이 있었는데, 한참 그림을 그릴 때도 조각만큼은 엉망이었다. 비누깎기를 할 때면 그 큰 빨랫 비누를 이리 깍고 저리 깍다가 결국엔 동전보다 작은 조각만 남기기도 했고 조각칼에 손을 베기 일쑤였으며 스트레스로 이불 속에서 며칠 끙끙대기까지 했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 내고 싶었던 어린 마음 대신 즐거움을 가득 품어보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텐데...

잘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즐거운 마음이 우선이라는 것을 세월의 파도를 한참 타고 어른이라는 바다에 다다라서야 깨닫게 되었다. 뒤늦게. 사실 시각이 변했고 마음가짐이 변했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종이에 베이고, 칼에 베이고 휴지걸이에조차 손을 다치는 엉망인 어른으로 산다. 산만한 것은 아닌데, 머릿 속에 몰입할 생각이 하나 주어지면 다른 제반의 것들은 싹 잊혀지는 인간형이다보니 종종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이 멋진 책을 손에 들었을 무렵에도 크게 다친 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응급실을 거쳐 통원치료를 병행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책이나 실컷 보자'는 심정으로 도서관에서 발견한 목각서적 한 권.  다른 완성품이었다면 그저 구경만 하고 욕심내지 않았을텐데, 좋아하는 동물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또 마음 한 구석에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자리잡았다.

나무 고르는 요령부터 스케치하고 채색을 입히는 과정을 알려주는 저자 역시 자신의 시바견 '츠키'를 모델삼아 작업하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를 알아듣는 동물이라곤 해도 오랜 시간을 같은 자세로 멈추어 줄까? 싶었는데, 츠키는 정말 얌전하게 앉아 제 모습이 완성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특히 츠키랑 목조인형 츠키상이 함께 기다려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놀라울 정도였다.

 

 

생명이 깃들여 있다고 믿어지지 않던 나무 조각 하나가 서서히 그 형태를 갖추면서 살아숨쉬는 듯한 동물의 형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생생했고, 어려운 전문 용어가 아닌 초보자도 마음과 도구, 시간만 넉넉하다면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일게 하는 책이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누구나.

 

 

책 속에는 내 고양이를 닮은 녀석도 있었고, 이웃의 고양이, 강아지를 닮은 녀석들도 있었으며 평소에는 관심없던 당나귀가 예쁘게 조각되어 있어 탐나기도 했다. 평생 살면서 다시 조각해볼까?라는 마음이 들거라고 상상해 본 일이 없는데 이 책을 보고 있자니 완성품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잘 만들지 못해도, 빨리 만들지 않아도, 나와 내 고양이가 함께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놓는 것! 멋진 일 같이 느껴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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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복수 발터 풀라스키 형사 시리즈 1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단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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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번역본 출간이 늦어지면서 이 지루한 시기를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범죄<가을의 소설로 채워나가고 있다. 딱 세 권 읽고 홀딱 반해버린 작가인 안드레아스 그루버는 1968년 오스트리아 빈 출생으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제약회사의 파트타임으로 근무하며 투잡형식으로 글을 연재하다가 2014년, 전업작가가 된 소설가다.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지옥이 새겨진 소녀>에 이어 세 번째 소설로 읽게 된 <여름의 복수>는 각각의 사건을 쫓는 두 명의 추격자가 연결되는 순간 그 시너지가 폭발하는 재미가 보장된 범죄소설이다.


 

잔혹함엔 시효가 없고 사회 엘리트층의 아동성범죄는 추악하기만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리는 것과 반비례하는 몰상식한 그들의 선택은 언제나 구린내가 진동을 한다. 캐면캘수록 역한 냄새 때문에 구역질이 올라오는 사건의 시작은 변호사 에블린 마이어스가 주목한 두 사건이 시발점이 된다. 에어백이 터지면서 죽음을 맞이한 뮌헨의 시참사회 위원(하인츠 프랑게)과 하수구에 처박혀 죽은 소아과 의사(키슬링거)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타살임을 밝혀내면서 그녀는 아버지처럼 따르던 홀로베크의 죽음도 그들과 연관이 있음을 알아채곤 깊은 충격에 빠진다. 과거, 프리트베르크호를 탔던 사회 고위층 인사들을 살해하고 있는 호리호리한 십대 소녀를 찾아야했다....


또 다른 장전된 총알격인 전설의 형사 발터 풀라스키는 10년 전 같은 일을 겪고 정신병리 시절에서 치료 중이던 두 소녀의 죽음에 주목했다. 석연찮았다. 고아, 성폭행, 폭력, 해리성 장애(다중인격)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10대의 소녀들이 3일 상간 '심장마비', '자살'로 위장된 죽음을 맞이했다. 소녀들을 살해하고 있는 중년의 남성을 잡아야 했다...

 

'특별한 물건'(?)이 준비된 프리트베르크호의 추악한 진실을 묻으려는 자와 복수하려는 자 사이에 사건을 쫓는 두 명의 추격자인 풀라스키와 에블린이 있다. 교차되며 풀려나가던 의문은 그들이 만나 함께 수사하는 순간부터 그 재미가 증폭되고 독자를 귀머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실제로 좋아하는 재즈음악을 걸어놓고 읽고 있었는데도 그 가사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몰입도는 대단했다. 이 소설-. 어느 순간부터는 호흡하는 것도 잊어버린 채 빠져들고 말았다.

 

 

'살인의 추억','그 놈 목소리','시그널','터널'의 공통점은 미치도록 잡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는 점인데, <여름의 복수>를 읽는 동안 같은 마음이었다. 단 한 놈도 남김없이 죽여 버리든가,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 가중처벌을 때릴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소망하나로 마지막장까지 단숨에 읽어나갔다. 방대한 양이나 내용면에서는 마라톤 같은 작품이었지만 독자는 단거리 선수마냥 앞만보면서 질주하게 만드는 소설. 참 오랜만에 읽는다. 촘촘하게 잘 짜여진 그물처럼 독자를 옭아매는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노련함에 혀를 두르면서 그의 다음 번역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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