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이명수 지음, 고원태 그림 / 해냄 / 2017년 2월
평점 :
제목이 너무 강렬했다, 이 책. 살다보면 누구나 지워 버리고 싶은 흑역사 한 두개 쯤은 있고, 마음 속 지옥을 오갈 때가 수차례일텐데
과연 책 한 권이 그 마음을 다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책읽기였다. 심리기획자인 이명수 작가는 내 마음 속 고통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분담하는 자리에 서 왔던 사람이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및 그 가족들을 위한 심리 치유 공간인 '와락'을 기획한 사람이며
세월호 유가족과 살아남은 이들의 치유과정을 돕고자 안산으로 이주해 '치유공간 이웃'을 열었다. 국가조차 책임지지 않았던 상처 속으로 뛰어든
용기는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의인이나 영웅은 멀리 있지 않았다. 망토를 두르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주변의 '사람'. 따뜻한
마음과 누구보다 먼저 내미는 손길이 바로 의인이고 영웅이었던 것이다.
극찬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개인의 치유를 목적으로 책을 집어든 만큼 감탄보다는 내 상처에 약을 발라줄 페이지들을 찾아 헤맸다. 몇몇 페이지들은 위로가
되었다. 마침 '나만 탓하는 나'의 함정에 빠진 이의 사연을 지난 주 들은 터라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머리가 복잡했던 것에 비해 나는
'지옥'가까이에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보다. 구원이 절절하면 가슴으로 읽혔을텐데, 머리로 읽고 있었다. 이 좋은 내용의 책을.
사람과의 인연도 타이밍인 것처럼 책과의 인연도 이렇듯 가끔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싶어진다.
비록 지금의 내게는 가장 가까이 와닿는 글이 아니었을망정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이 가슴팍에 팍팍 와닿는 사람들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순간!! 그래서 눈물을 참기보다는 책장을 넘기면서 펑펑 울어 아픈 마음을 씻어내려버렸으면 좋겠다 싶다. 한때 사람이 좋아
많은 사람 속에 있었지만 또 사람이 징글징글해서 훅 다 끊고 살아도 본 내게도 이 책은 아직 멀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내공이 쌓일만큼
쌓인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내 마음이 지옥일 때>를 읽으며 통감하고 있다.
아직 멀었다. 그래서 아마 더 큰 파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살면서 이
책의 도움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필요할까. 그때를 위해 소중히 책장에 꽂아 두어야겠다. 몸이 아플 때 약을 꺼내 먹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
꺼내 읽을 책도 필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