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지은 남자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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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헨닝 망켈 or 헤닝 만켈로 불리는 스웨덴 작가의 책에 심취해 있다. 이 가을-.

뒤죽박죽 순서로 읽고 있지만 순서따윈 이미 상관없어졌다. 그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전장르 글쓰기에 완벽을 기하고 있는 헤닝 만켈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역시 발란더(혹은 발란데르) 시리즈인데, 그 중 한 권인 <미소지은 남자> 역시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다.

 

 

 

홈즈 시리즈처럼 이번 이야기 역시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든다. 독자를 안달하게 만드는 그의 스토리 속엔 묵직한 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서린 작가의 일침도 포함되어 있기에 결코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단순히 "범인이 너였구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거다.



1993년 10월, 늙은 변호사의 죽음, 그의 아들인 또다른 변호사의 죽음, 그들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늙은 여인을 지뢰로 죽이려했던 미수사건까지... 수상한 죽음이 나열되며 발란더를 사건으로 이끄는데 이제껏 봐왔던 시리즈에서와 달리 그는 폐인이 되어 있었다. 힘차고 뚝심있게 범인들을 쫓던 형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여행과 알코올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그에게 과거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시리즈를 순차대로 읽지 않았기에 그 앞 이야기 속에서 그가 어떤 사건과 맞딱드렸고 그 안에서 왜 피폐해져버렸는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곧 나머지 시리즈를 완독하게 되면 모든 퍼즐이 맞춰지리라)

 

 

어쨌든 <미소지은 남자>라는 이중적인 제목이 붙여진 소설 속에서 그는 친구 스텐으로부터 자신의 아버지는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의뢰를 받게 되고 뒤이어 며칠 상간에 그 친구마저 죽어버리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수사에 착수하게 되어버린다. 그토록 거절했건만 그도 김전일이나 남도일(코난)처럼 사건을 몰고다니는 유형인듯 하다.



변호사인 아버지와 아들에 이어 그의 늙은 비서까지 죽이려했던 인물은 좋은 평판을 듣고 있는 재벌 하더베리라는 인물임이 밝혀지고 그의 가면을 벗겨내기 위해 목숨을 건 추격을 시작하게 된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했으나 이 소설을 진정한 묘미는 직접 읽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말을 늘일 필요 없이 책을 다 읽고나서 몇몇 친구에게 책의 표지를 찍어 카톡을 보냈다.

 

 '다음에 만날 땐 이 책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자!'하고. 독서토론식의 대화를 내키지 않아하는 나의 특별한 추천작이기에 "오케이"라고 금새 답변을 보내온 친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이 책 한 권으로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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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코비 야마다 지음, 매 베솜 그림, 피플번역 옮김 / 주니어예벗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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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하는 일은 부지런하지 못한 것이라고 여기며 살았는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일이 더 슬픈 일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때로는 나이는 그냥 먹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데 '생각'에 관한 부분이 바뀐 것도 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야마다'라고 해서 일본인이 쓴 동화일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면 그가 서양인의 외모여서 한 번 놀랐고, 그림을 그린 매 베솜의 국적이 궁금했는데 쓰촨 미술 대학원을 졸업했다는 프로필을 보고 두 번 놀랐고, 마지막으로는 성인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 아닌 예쁜 그림이 삽입된 동화의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어서 놀라웠다.

 

 

그래서 내용은 너무나 쉽고 간결했다. 마치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무엇보다 매 베솜의 그림이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다워 벽화로 담아두고 싶을 정도였다. 얼마만인지 모른다. 이런 따뜻한 그림을 만나게 된 것이. 장면장면마다 색채는 최소한 사용되어 있어 마치 흑백영화 보듯 흑백 사진을 넘기듯 읽게 되는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는 어린왕자를 닮은 한 어린이에게 노란 달걀모양의 '생각'이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고 아이를 따라갔다. 관심받길 원하는 생각과 결국 친구가 된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가 상처받기도 했지만 '내 생각'을 보호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키워나갔다. 그리고 이젠 생각이 없는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아이의 내적성장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할 수 있다니...이 책은 삽화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관점 자체가 아름다운 한 권의 동화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것은 생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가 대한 해답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아이는 너무나 궁금해했지만 생각은 쉽게 답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생각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그냥 잊기도 했다고 한다. 아, 이 순수함이란!!! 어른이었다면 분명 답을 찾고자 했거나 분석 혹은 제압하려 했을지도 모르는데...아이들은 이렇게 이해관계를 따지지도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고 흥미를 잃어버리면 그냥 가만히 두어 버린다. 단순하지만 평화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아이들의 무관심이 이럴 때엔 참으로 부러워진다.

 

 

나만의 생각을 모두와 나무면 결국 '생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을 어린 아이들에게 쉽지만 아름답게 알려주는 동화였다. 어떤 어른이 '생각하며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이처럼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처음엔 '하나의 생각' 이었을뿐인 그  작은 시작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생각으로 소중히 키워나간다면 결국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교훈은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위안을 안겨주는 힐링 메시지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예쁜 동화책은 이미 훌쩍 자라버린 내 마음에도 안도와 평온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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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더 행복하다 - 헬기조종사 배서희의 비행 청소년에서 비행 소녀가 되기까지
배서희 지음 / 시너지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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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인생은 당신만의 것이다. 인생의 기준 축은 당연히 당신 자신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인 와다 히데키가 한 말이다. 이 말이 <오늘, 나는 더 행복하다>의 저자와 딱 맞아떨어진다. 학창시절에는 문제아였으나 서른 다섯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11년차 여군장교로 멋지게 살고 있다. 남다르게 자랐고 남들 시선보다는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을 용감하게 선택해왔던 그녀의 인생은 그녀만의 것이었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전학을 밥먹듯이 했을 그녀는 세 딸 중 유일하게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게다가 남편까지 대위이니 완전 군인집안인 셈인데, 특이하게도 그녀의 꿈은 줄곧 군인이었다. 퇴직금까지 다 날린 아버지가 알아서들 대학공부를 하라고 딸들에게 엄명을 내렸을 때도 그녀는 씩씩하게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냈고 밥값까지 아껴가며 유학까지 다녀왔다. '참 열심히 살았다'며 혀를 내두르게 되는 그녀의 삶. 열심히 살아왔기에 자신있게 이 말을 내뱉는 것이 아닐까. "서른 다섯까지는 연습이다!!"라고.

 

 또한 딱딱하고 권위적일 것만 같았던 군인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 배서희 대위는 배움 대한 욕구가 큰 사람이었다. 스킨스쿠버 어드벤스, 한자 2급, 컴활 2급, 한식조리사, 바리스타, 킥복싱 1단, 심리상담사, 선물포장, 가죽공예, 십자수, 홈패션, 캘리그래피, 웅변, 서예, 플로 라이더, 스키, 보드, 재즈댄스 ....군인으로 살면서 그것도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어떻게 이렇게 부지런하게 욕심껏 배울 시간을 쪼갤 수 있었을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다닌 여행은 20개국도 넘는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싱글라이프를 즐기며 살았다고 한들 그녀보다 더 많이 누리며 살진 못했기에 앞으로 '시간이 없어서...'라고 변명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녀의 이야기를 슬쩍 들려주어야겠다. 좀 더 인생을 열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책임지는 삶을 사는 사람의 인생은 언제나 고되다. 하지만 또한 명예롭다. 타인에 대한 원망도 없고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도 언제나 당당할 수 있다. 배서희 대위도 그런 사람이었다. 단단한 인생을 엮어온 '진짜 어른'.



간혹 나이만 더해졌을 뿐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한숨이 지어지곤 했는데, 그녀는 정말 간만에 마주하게 된 '참된 어른'이어서 멋지게 느껴졌다. 바쁘게 살았지만 인생의 속도를 늦추거나 미룬 부분도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인이 되었고 20대에 결혼을 해서 출산을 거쳐 워킹맘으로 살고 있다. 그 여정이 녹록했을리가 없다. 

 

 하지만  예상처럼 씩씩했다. "정해진 길이 없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속 길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을 말이다. 그것이 편하고 남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P94) 라고 말하고 있으므로. 남자들도 버티기 힘든 군대에 소위 '말뚝을 박은'여자인 그녀처럼 여군에 매력을 느낀 여성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육사는 40:1, 공군사관학교는 70:1, 해군사관학교는 65: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니...놀랍다.

 

 

 

 

단 한번도 꿈꿔 본 적이 없었던 길이었건만 이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하고 땀흘리는 사람들이 이처럼 많았던 거다. 군은 규율과 정확한 시간으로 돌아가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그곳도 사람사는 곳이었다. tv속에서 보여지던 엄격한 생활지인 동시에 이렇게 열심히 살아내는 사람들이 근무하는 근무지이기도 한 것이다.

 

 군대에 대한 찬사나 전문직군(헬기 조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만 같았던 <오늘, 나는 더 행복하다>는 친한 친구의 지난날을 듣는것처럼 편하게 읽혔다. 딱딱하지 않았고 한방향의 정답만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오피라이터(장교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욕심많은 배서희 소령(진급소식이 말미에 실려 있었다)의 '오늘'은 열심히 살았던 '어제'가 선물한 그것이었고, 즐겁게 준비하고 있는 '내일'로 연결되는 그것이기도 했다.

 

 

 

'내 삶이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이 말, 참 좋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부분이든 "총량의 법칙"이 적용된다는데, 용기와 꿈만큼은 총량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무한대였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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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비밀 - 아프리카에서 보낸 편지 아침이슬 청소년 11
헤닝 만켈 지음, 이미선 옮김 / 아침이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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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완벽하지 않다. 빠른 산업화로 여기저기 곪았던 고름들이 터져나오고 있고 문화적 완급을 다져오지 못해 소실된 부분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날,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NGO활동가 "한비야"씨가 했던 말이 떠올려졌다. "전쟁을 겪고 난 후 후원을 받던 대한민국이 이젠 후원을 하는 나라가 되었다" 라고-. 당시엔 그저 감동이었던 이 말의 참뜻을 이해하게 된 건 후원을 받았던 국가가 후원국으로 거듭난 예를 그 후론 발견하지 못했디 때문이리라.


현재 많은 나라에서 아프리카를 돕고 있지만 아프리카는 자력의 힘이 미약하다. 언젠가 우리 나라처럼 후원국에서 지원국으로 우뚝 서 주길 소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들려오는 이야기는 가슴아픈 것들 투성이다. 학창시절 읽었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뿌리' 에서 얼마나 멀어진 것일까. 그들의 삶은...그리고 기회는...!!!

 

 

<빨간 리본>을 읽으며 찾아보게 된 북유럽 작가 헤닝 만켈(혹은 헨닝 망켈).
범죄소설이었던 <빨간 리본>에 비해 책의 두께는 훨씬 얇고 그 잔혹함은 덜할지 모르나 남겨진 것들의 힘은 훨씬 컸다. 한 어린 소녀를 통해 결코 우리가 잊어서는 안되는 삶에 대한 의지와 강인함 그리고 희망을 엿보았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죽은 사람들이 가득한 세계로 쫓겨나게 되었을까"   - P25  - 

 

 

 

이 한 문장이 사람의 마음 속 울음을 짜낸다. 어린 소피아의 모든 삶이 폭발해 버린 건 아버지가 그녀를 살리기 위해 죽던 날이었다. 시체가 켜켜이 쌓이고 집들이 불타 없어진 날 살아남은 가족들과 마을을 떠나면서도 알고 있는 것보다는 궁금한 것이 더 많았던 모잠비크 소녀가 소피아였다. 누구나 헷갈려할만큼 쌍둥이 자매처럼 똑닮은 자매 마리아를 잃던 날 두 다리까지 함께 잃었지만 소녀는 의족을 달고 일어섰다. 장애에 대한 인식보다 새 남편을 맞이한 엄마와 떨어져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를 더 고민했던 소피아는 바느질을 배우며 어둠보다 빛을 향해 걸어나갔다.



잃어버린 것이 참 많았지만 그로 인해 좌절하기 보다는 내일 얻어질 것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는 모습을 통해 작가는 아프리카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폭력적인 새 남편이 감옥에 가게 되고 딸 소피아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 바느질 가게를 열게 되었을 때쯤, 엄마에게 소피아는 더이상 짐스러운 아이가 아니라 사람들의 존중을 받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 있었다.

 

 

지뢰를 밞아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 소녀 소피아의 이야기 속에서 여러 교훈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교훈이 첫 번째였고, '누군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두 번째 깨달음이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소피아가 무언가를 하고자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그녀를 도왔다. 많이 가져서 나누는 것이 아니었다.

 

 

삶이 팍팍했지만 소녀를 치료하고 도시에 머물도록 도와준 닥터 라울, 배움을 계속 해나가야한다고 일러준 조제 마리아 신부, 두 다리를 잃고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때 기꺼이 친구가 되어준 호르텐시아, 집에 갈 차비를 보내준 간호사 라우린다, 바느질을 알려둔 파티마, 재봉틀을 물려준 토티오 할아버지....등등 많은 사람들이 소녀를 도왔다.

 

 

그래서 소설은 현실의 슬픔에도 불구하고 매우 희망차다. <불의 비밀>은 희망으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소녀의 삶을 묵묵히 보여주며 슬픔의 땅 아프리카의 내일을 꿈꾸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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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리본
헨닝 망켈 지음, 홍재웅 옮김 / 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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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이틀을 잡아먹었다. 핸드폰의 소리도 무음으로 죽여놓고 밥 먹는 시간도 잊은 채 꼬박 이틀 동안 집중해서 읽은 헨닝 망켈의 <빨간 리본>은 제프리 디버의 크라임 소설에서 놀라곤 했던 '전문성'과 요코미조 세이시의 밀실트릭에서 보여주었던 '재미'를 합쳐놓은 것 같은 괴물소설 이었다.

요 네스뵈, 스티크 라르손 만큼이나 뛰어난 소설들을 집필해온 헨닝 망켈은 1948년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스웨덴 북구에서 어린 시절을 내며 16세에 학교를 그만두면서 무대 조연출로 경험을 쌓으며 여러 편의 희곡과 소설을 써왔던 작가였다. 그동안 번역본이 없던 것이 이상했을만큼 유명했고 그 작품의 내용 또한 가볍지 않아 좋았다. '모방범' 시절의 미야베 미유키처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냉철한 작가였다.

 

특히 쿠르트 발란데르 형사 시리즈로 유명한데 그 마지막 권인 <불안한 남자>를 최근에 읽은 바 있다. 하지만 빨간 리본은 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감히 몇 년 간 읽은 소설 중 최고!! 라고 칭하고 싶을 정도였다.

 

스토리는 간단하지 않았다. 자식들은 장성해 모두 곁을 떠났고 남편과 단둘뿐인 집에서 섹스리스로 1년 째 살고 있을만큼 서로에게 무덤덤해진 위태로운 권태기를 보내고 있던 비르기타는 판사로 재직 중이다. tv 텍스트 뉴스를 보던 중 눈에 띄인 어느 노인 마을을 학살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직감한 그녀는 열 아홉명이 살해 된 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 사건을 접했지만 범인에 대한 윤곽조차 잡지 못한 채 돌아와야했고 이야기는 사건을 쫓는 판사, 1863년 형제들 중 홀로 살아남아 흙수저 노예 삶을 영위했던 '싼', 조상의 복수에 눈이 멀어 친누나까지 사살한 사이코패스 야뤼의 이야기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단순히 끔찍하게 살해된 노인들의 치정극의 범인색출을 기대했다면 딱 그까지만 읽어도 좋다. 하지만 1863년 미국의 철로 건설 현장으로 팔려와 노예처럼 부림당하던 사람들의 고통스런 삶, 변화하는 중국내부의 혼란, 철퇴를 휘두를 것 같은 스웨덴 법구조의 구멍에 이르기까지...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점들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북유럽에서도 자행되고 있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스웨덴 대문호의 소설 <빨간 리본>을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 두어도 좋을 듯 하다. 누가 범인인가? 에 치중하기 보다는 어떻게 이런 일들이 자행되었나에 분노를 느껴야 마땅한 소설 한 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결말과 상관없이 참 많은 생각들을 머릿 속에 담게 만든다. <여명의 눈동자>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마음 상태라면 그 감상이 상상이 될려나. 실제 사건 두 건을 엮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완성했다는 <빨간 리본>은 의심할 여지 없는 역작이다. 다소 복잡하고 방대한 스케일로 독자를 압도하기도 하지만 절대 헷갈리게 만든다거나 가독성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인간의 본연의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다시금 깨달으면서 ...
소설은 참 슬프고도 무서웠지만 그래도 그 시작이 종결지어졌다는 점에서는 안심이 되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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