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열두 달의 연가 1 열두 달의 연가 1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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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화 된다는 <왕은 사랑한다>를 읽어볼까? 하다가 그보다 <열두달의 연가>를 먼저 읽게 되었다. 할리퀸 로맨스 중 중세 역사 스토리에서 등장하곤 했던 몰락한 가문의 발랄한 캔디형 여주인공이 이 소설 속에도 등장한다. 그녀의 이름은 혜완.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가족들을 병으로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가문의 재산을 절에 시주로 바치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어머니의 시줏돈을 대느라 허리가 휘는 혜완에게 첫사랑처럼 자리잡은 한 남자와의 만남은 겨우 열두살 무렵에 스친 인연이었다.

 

좀 꼬장꼬장해뵈는 하지만 정의로운 미남도령인 '시율'과 건들건들 한량도령인 '지량'. 그 둘을 형님으로 모시며 따라다니는 철없는 순수도령 '재경' 삼인방은 소위 꽃도령들. 아, 비슷한 소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조합은 달달함을 기대하게 만들고 읽고 싶어 몸서리치게 만든다.

어린 시절 한번 스친 인연으로 7년 후 그 남자를 알아볼 수 있을까? - 시율 & 혜완
나쁜 남자에게 이혼당하고도 순진하기 그지 없는 빈털터리 이혼녀와 순수도령의 사랑 - 귀영 & 재경
벗이 좋아 풍류가 좋아라고 하지만 실연의 아픔을 품은 사내와 도둑질하다 걸린 앙큼한 기녀의 만남 - 지량 & 영롱

세 커플이 엮어가는 삼색 러브 스토리를 관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퓨전 사극으로 만들어져도 '성균관스캔들'처럼 예쁘고 달콤한 화면이 이어질 <열두달의 연가>는 1권만 읽어도 전혀 심심할 틈 없이 독자를 몰아댄다.

 

 

귀신이 붙어 온 가족을 잡아었다는 술사의 복서(점괘). 남편과 자식들을 잃자 술사의 복서를 맹신한 서씨가의 부인은 어린 딸의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불사에 정성을 기울이며 전국을 떠돈다. 열두살의 혜완은 어머니의 친우인 재경의 집에 맡겨져 살지만 어느 날 밤, 귀신을 쫓는 사람인 '나자'를 만나 짧은 주문을 전해듣는다. 그녀, 액운이 풀려 스무살을 넘길 수 있을까?

열다섯 도령 시절, 어린 소녀에게 주문이라며 몇 마디 읊어주었던 시율은 훌쩍 커버린 그녀와 마주했지만 어린 날의 그 소녀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소녀가 열아홉이 되는 해 섣달 그믐날 새벽에 다시 만나 귀신을 쫓아주겠다고 약속했던 그는....어린 날의 그 약속을 기억하고 있을까?

 

성균관 스캔들의 꽃도령 송중기처럼 유들유들하면서도 뛰어난 혜안을 감추고 있는 '지량' 은 보기에 따라 시율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친구의 로맨스를 뒤에서 몰래 이어주려는 우정어린 성격이면서도 그 어투엔 유머와 미소, 여유가 곁들여져 있고 세상사에 초탈한듯 하지만 그 누구보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 이런 인물에게 어떻게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

 

 

세상 모든 사랑 이야기는 닮아 있는 것 같으면서도 다 다르다. 로맨스가 재미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똑같다면 지루해질 법도 한데, 비슷할 망정 다 다르고 볼 때마다 열광하게 된다. 작가별 필력차도 있겠지만 같은 로맨스도 맛드러지게 버부리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작가 김이령의 소설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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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항공 승무원 청소년을 위한 진짜 진학, 진로, 직업 멘토링 1
MODU 매거진 편집부.이정호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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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부끄러운 세상에 살고 있었다. 이런 세상 속에서 꿈을 가지라고 독려할 수 있을까. 수능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조희연 교육감의 발표문을 들으며 절로 한숨이 쉬어졌다. 이 시대 투표권이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는 다음 세대에게 참 많이 부끄러워해야만 한다.

딱 그런 마음이 들때 손에 들려진 책이 공교롭게도 "청소년을 위한 진짜 진학/진로/직업 멘토링"이라는 부제가 붙여진 책이어서 잠시 미루었다가 읽을까? 잠시 고민되기도 했다.

하지만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보자! 마음 먹고 첫 장을 펼쳐 들었다. 아시아나 베테랑 승무원 두 사람은 비행연차를 확인하고 깜짝 놀랄만큼 동안이었다. 사무장으로 근무중인 송현주 승무원은 19년차, 캐빈 서비스 훈련팀 안전교관으로 근무중인 오윤혜 승무원은 12년차 항공인이었다. 남다른 꿈을 꾸었던 그들. 어떤 아이였을까.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버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송현주 승무원은 비행기는 보지도 못했던 경기도의 작은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항공정비사인 아버지 덕에 오윤혜 승무원은 비행장 옆에서 살며 항공사 근무를 꿈꾸며 자랐다고 했다. 한번쯤은 꿈꿔봤을 '스튜어디스'라는 직종. 시험은 어떻게 진행되며 그 준비는 어떻게 해 왔었는지 현장에서 근무중인 그들에게 듣는 것이 가장 유용한 팁이 아닐까. 물론 외항사인지 국내 항공사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고 국내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재상에도 차이가 있긴 하니 '아시아나 승무원의 경우에는' 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는 것이 좋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데 승무원 면접은 예쁜 사람을 뽑는 게 아니에요
손님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를 찾는 거죠
송현주 승무원

 

 

 

 

지원법이나 합격팁이 기재된 페이지가 도움이 되겠지만 이 책을 좀 더 넓은 의미의 숲처럼 활용하자면 승무원 준비부터 합격 이후 노력해야할 점, 받게 되는 교육, 갖추어야하는 소양 등 근무시 수칙들까지 한 눈에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이 <리얼 항공 승무원>의 장점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고 하지만 읽을 거리들이 꽤 많다. Q&A로 의문점을 풀어주면서 한발 더 나아가 예비 승무원들을 위한 멘토링까지 아낌없이 알려주려는 그 배려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작년에 승무원이 되려면 어느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 좋은가? 문의해 온 학생이 있었는데, 사실 학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항공계열 학과를 졸업한 것은 아니지만 승무원 시험에 응시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가끔 승무원들이 낸 책을 보면서 '그때 승무원이 되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잠시 해 본다. 그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아 즐기며 근무했겠지만 그 대신 선택한 인생 또한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하지만 꼭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은 그 꿈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올해도 승무원이 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묻는 대학생이 있었다. 그녀에게 책 몇 권과 도움이 될만한 사이트 그리고 갖추어야 할 요건, 항공사마다의 차이점을 알려주며 현직 승무원을 소개해주고 만나보라 권해주었다. 선배의 멘토링은 때론 꿈을 향해 나아갈 촉매제가 되어 주기도 하니까. 그녀의 용기 있는 도전에 응원을 보태면서 이 책도 선물해 줄까 한다. 비록 청소년은 아니지만 소중히 읽고 같은 꿈을 꾸는 다른 후배에게 건네지길 바라면서. 릴레이북처럼 전해지며 꿈들이 더 커져가기를 희망한다.

 

 

승무원- 선임 승무원(2년차)-부사무장(자격심사)-사무장(부사무장 근무 3년차/자격심사)-선임 사무장(사무장 근무 후 4년차/자격심사) - 수석 사무장

 

수석 사무장까지 근무하게 되는 승무원이 몇이나 될까? 보통은 승무원~ 사무장까지 근무하다 퇴직하는 모습들을 봐 왔는데 수석 사무장까지 근무해보라고 꼭 권해봐야겠다 싶어진다. 다음 세대에게 노하우를 전할 수 있을만큼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일도 무척이나 의미있는 일처럼 느껴지는 요즘, 빨리 국정이 수습되고 사회 전반이 새롭게 정비되어서 많은 도전과 꿈을 이뤄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고 싶은 바램이 생겼다. 이 나이쯤 되면 바라는 것은 있어도 꿈꾸는 일은 적어지겠구나 했으나, 2016년 대한민국에 닥친 불운은 온 국민의 소망을 하나로 뭉쳐 놓은 듯 싶다!!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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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중심 영어어순 - 아는 자의 영문법
최광호 지음 / 렛츠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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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만큼 좌절감을 맛보게 하는 과목이 또 있을까.
오랜기간 친해지고 싶었으나 밀당하듯 미소 한 번, 등돌리기 한 번씩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과목. '수학'처럼 확 포기하기도 '국어'처럼 대부분이 잘하는 과목도 아닌 정말 공든탑처럼 공부했다가 한순간에 우수수 무너지기 일쑤였던 과목.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하게 만드는 오뚝이 의지를 불사르게 만드는 과목, 애증의 과목이 바로 영어였다.

 

 

정말 어순이 달라서 공부하기 힘든 것일까.  <비정상회담> 패널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걸 보면 어순이 달라서라는 말은 어쩌면 핑계일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좀 더 쉽게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덜 잊어버리는 방법이 분명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어 서적들은 기초에 충실하라, 미친듯이 파고들어라, 문화를 익혀라 등등의 충고가 곁들여저 있을 지언정 '문의 5형식'과 '동사 12시제'를 쳇바퀴 돌다가 포기하게 만드는 건 비슷했다.  단어만 미친듯이 외우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숱하게 봐왔다.

 

<명사중심 영어어순>도 비슷하겠지! 라며 큰 기대 없이 펼쳐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첫장부터 쉬웠다. 영어를 한참 잊고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이 팍팍 붙도록 책은 쉽게 출발했다. 1day~부터 30day까지 하루 한 목차씩 훑어나가면 딱 30일 걸린다. 한 달. 늘어지지 않게 집중하며 공부하기 딱 좋은 시간이 아닌가.

 

무엇보다 '동사를 잘 구사해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왔던 말에서 벗어날 수 있어 행복했다. 저자는 '영여가 명사 중심의 사고방식을 담은 명사 중심의 언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100년 전 일제 강점기 시절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일본 영어 학자들이 '동사 중심'영문법 이론을 도입하면서 지금껏 교육한 결과 읽을 줄만 아는 언어가 되어 말하고 쓰고 듣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미국 버클리 대학교 교수의 인터뷰에 따르면 영어권 사회의 서양인들은 명사를 많이 사용하고 동양 사회의 사람들은 동사를 많이 사용하는 차이가 있다는 말도 설득력이 높은 말이었다.

 

 

첫 장에서 왼쪽 페이지를 단어들을 봤을 땐, 한글타자를 처음 익힐때 했던 타자게임인가? 했을 정도였으나 오른쪽 페이지의 단어들을 조합하여 영어 문장을 완성하면서 자신감은 쑥쑥 붙어나갔다. 영어, 이렇게 쉬워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물론 이 책은 문법의 완성을 돕는 영어교본은 아니다. 그렇다고 단어를 만 단어, 이만 단어씩 확장시켜주는 단어책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퍼즐 놀이하듯 재미나게 문장의 순서를 잇고 서양인들처럼 명사 중심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훈련을 반복하게 돕는다. 여기에서 '재미나게'라는 말이 중요하다.

 

 

영어에 흥미를 잃은 사람이건 다시 영어공부를 시작해야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에게 '재미'를 찾아주기에 적합한 책이어서 만족스러웠다. 특히 학창시절에 공부하듯 연필을 들고 연습장에 새카맣게 써가며 하는 공부가 아니라 책 읽듯 넘겨보면서 입으로 웃으면서 말하듯 공부할 수 있어 좋다.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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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고양이들
짐 튜스 지음, 엘렌 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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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회담>에서도 살짝 언급된 적이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뉴욕과 뉴요커들이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뉴욕 사이에는 갭이 꽤 있는 듯 하다. 비단 뉴욕 뿐만이겠는가. 파리, 밀라노, 런던..도 다르지 않으리라.

사실 한 1년 쯤 살다 오고 팠던 도시인 뉴욕에 대한 환상이 걷힌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뉴욕의 고양이들"이라고하면 어쩐지 세련된 모습에 럭셔리한 장신구 등을 주렁주렁 단 채 집사의 팔에 안겨 옮겨다닐 듯한 상상을 하곤 했었는데 방송작가 짐튜스가 쓴 <뉴욕의 고양이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는 듯 했다. 새침한 표정의 도시 고양이들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어리버리하면서도 순진한 얼굴, 놀란 표정, 호기심 어린 눈동자....우리 동네 고양이들의 표정과 다르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쿨한 고양이들과의 인터뷰'라는 부제가 달려 있는 <뉴욕의 고양이들(felines of new york)>속에는 117편의 짧은 인터뷰가 등장한다. 한 페이지에는 고양이 사진이, 다른 한 페이지에는 짧은 메모 형식의 고양이 독백들이 실려 있는데 처음에는 무슨 명언인 줄 알았더랬다.

코가 분홍분홍한 고등어 태비, 하얀 양말을 신은 귀여운 노랑 고양이,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턱시도 고양이, 부츠를 아빠라 믿고 애정하는 러시안 블루, 아파트 안의 모든 물건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회색 고양이까지...수많은 고양이들과 인사하며 그들의 머릿 속을 잠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이 책은 집사들에겐 완전 '힐링북'이 아닐 수 없겠다.

물론 처음 기대했던 것과 책의 편집은 달랐다. 그동안 봐 왔던 고양이 서적들처럼 사연을 일부 적고, 그 고양이와 집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나 일상이 약간 정도 오픈된 책이 아닐까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심플했고 좀 더 단편적이었다. 그래도 좋았다. 고양이들이 가득하니까

 

집사로 살면서 많이 행복했다. 과거형으로 쓰긴 했지만 여전히 행복하고 앞으로도 그 행복은 도망가지 않고 곁에 머물겠지만 그 외에도 참 많이 배우며 산다. 마음이 안달날 때면 그 여유로움을 배우게 되고 완벽하지 못해 화가 치밀 때면 '뭐, 어때!!'라며 마음의 여유를 허락 받는다. 고양이처럼 한 세상 살다가는 것도(마음만이라도) 괜찮지 않을까.

뉴욕의 한 고양이가 그랬다. '어디에 사느냐로 누군가를 판단하면 안 돼'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이라는 세련된 도시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쿨한 모습, 새침한 얼굴로 살아가는 것 같다. 물론 그래도 사랑스럽다. 저자의 고백처럼 고양이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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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완벽한 집 - 비좁고 답답한 집을 살기 편하고 아름답게
사라 엠슬리 지음, 소피아 신 옮김, 레이첼 화이팅 사진 / 윌스타일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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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사라 엠슬리'의 <작지만 완벽한 집>에 주목한다.
꿈꾸던 인테리어들만 모아놓은 책 한 권. 이런 집, 이런 감각 참 좋다!!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색감, 우아하지만 아늑한 분위기. 넓은 집도 좋지만 작은 집은 작은 집 나름의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 또 좋은 법. 청소하기도 편하고~

 

 

디자인, 스타일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작지만 완벽한 집>의 표지로 살아보고 싶은 다락방이 등장한다. 숨이 턱턱 막히는 좁은 방도 이렇게만 꾸며져 있다면 한결 따뜻한 공간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온도감이 전해지는 나무결, 차가운 것이 아닌 청량감이 느껴지는 1층 소라빛 칼라, 넉넉한 수납공간과 잘 짜여진 수납쇼파까지...참 깔끔하다. 표지부터.


집이라는 곳이 그저 잠만 자다가 나오는 공간일 때도 있었다. 한창 바쁠 때는 겨우 몇 시간 눈만 붙이다 나오는 곳 혹은 며칠에 한 번씩 들어가는 곳이기도 했는데, 요즘 내게 집은 내 공간,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이 강해 좀 더 아늑하게 하지만 심플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정리하면서 살고 싶은 욕망(?)의 구역이다.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거나 나눔하고 갖고 싶은 가구나 소품도 두 세번 생각해보고 구매하는 습관이 생겨 자연스레 소유물품들이 적어졌다. 다만 책에 대한 욕심과 고양이 물품만은 예외로 두고.

 

작은 공간을 개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중요한 것은 공간의 결정적인 특징이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p15

 

그나저나 언제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일까.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기구독 잡지 중에 인테리어 관련 매거진도 있었고 내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면서부터 '이렇게 꾸미는 것은 어떨까.','이런 색깔은 어떨까' 머릿 속으로 상상해 오게 된 듯 하다. 너무 화려한 집 보다는 숨겨진 수납이 많을 것, 구석구석까지 제대로 활용된 공간 디자인, 간결한 동선, 고양이들을 위해 복잡하지 않은 것 등등을 비롯하여 튀는 색보다는 블랙 & 화이트가 기본이 되고 포인트가 되는 색감 한 두색 정도가 어우러진 균형있는 집! 그런 집을 꿈꾸다가 맞춤 디자이너를 만난 격이랄까.


프랑스 파리 11구에 위치한 7.6평의 집은 그 사이즈를 잊고 보게 만들만큼 넓고 짜임새 있게 꾸며져 있다. 70년대 말에 그의 부친이 구입했다고 고백하지 않았으면 그 역사도 가늠할 수 없을만큼 세련되고 스마트한 하우스 그 자체. 낡은 부분은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 위치한 주방도 왠만한 원룸은 울고갈만큼 갖춘 모양새가 근사했고 로망인 긴 다리 의자도 비치되어 있었다. 화이트와 잿빛 바이올렛 컬러, 스트라이프로 세련미를 더했지만 가장 감각적인 부분은 바닥이었다. 낮은 채도의 색상이 미술관 같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좁은 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답답함을 잊을만큼 멋진 감각으로 꾸며진 파리의 꼭대기층 아파트는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한 번 쯤 살아보고 싶었던 꿈의 집은 덴마크 퓐 섬의 12.7평짜리 별장이었다. 표지에도 등장하는 근사한 다락방이 있는 이 별장은 높은 천장이 있어 환하게 빛이 들어차 있었고 데크쪽 문을 열면 파도가 굽이치는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휴가를 즐기기에 금상첨화인 장소였다. 책 한 권이 절로 써 질 듯한 힐링존이어서 무척이나 탐이나는 집이었다.


물론 리옹의 10.6평짜리 아파트처럼 커다랗게 늘어지는 독특한 등장식이 있는 우아한 공간도 멋졌고, 스웨덴의 빈티지하게 꾸며진 아파트도 스타일리시한 감각이 스며 있었다. 그런가하면 텍스타일 디자이너 안느의 25.5평 아파트는 앞에서 보여진 공간들과 다르게 컬러풀 했는데 알록달록한 색감이 톡톡 튀며 신선한 느낌을 더했다. 형광색, 땡땡이 무늬, 네이비 블루와 핑크색까지... 한껏 화려한 듯 하지만 균형미를 잃지 않은 것은 푸시-풀 방식의 수납장의 심플함, 동일한 사이즈의 공간박스로 통일감 있게 정리해 놓은 깔끔함 덕분이었다.   

 

 

 사실 생각보다 좁고 오래된 낡은 집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부터 훑어보면 그 평수를 잊게 만들만큼 넓어보였고 완벽했다. 현대적이면서도 깔끔했지만 신축은 하나도 없었다. 역시 감각이 가장 중요했음을 깨닫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한참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든 누군가처럼 돈을 쌓아놓고 산다면 모를까. 보통의 우리들은 선택에 제약을 받는다. 교외로 나갈수록 좀 더 넓은 집을 구할 수 있겠지만 도심을 선택하면 작은 집에 만족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불평불만만 늘어놓기보다는 좋은 안목과 감각으로 내 공간을 가장 안락하게 꾸며놓고 '들어가고 싶은 집'을 완성하는 것.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지 않아도 이 정도는 관심만 기울인다면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바꿔 보려 한다. 먼저 책이 알려준 것처럼 천장의 높이, 창문의 크기, 문이 열리는 방식...부터 눈여겨 보면서 관찰하고 있다. 그랬더니 정말 보였다. 내 공간의 특징들이. 아파트처럼 수평적 공간이 아닌 복층 구조의 수직적 생활 공간에서 살고 있었구나....! 라는 것도.


거주하고 있는 집이 '자가'가 아니므로 파드나 큐브를 설치할 수는 없겠지만 수납법이나 소품활용 방식은 당장 적용할 수 있을만큼 깨알팁들이어서 포스트 잍을 붙여가며 메모하고 있다. 열 번을 다시 보아도 질리지 않는 <작지만 완벽한 집>은 '이러다 통째로 머릿 속에 집어 넣어버릴 지도 몰라!'라고 감탄하면서 또 다시 첫 장부터 넘기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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