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한비자의 가르침
하야시 히데오미 지음, 이지현 옮김 / 전략시티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인간의 증명'이라는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인간은 자기 합리화는 기본이고 들키기 전까지는 악마로 변할 수 있는 생명체임을 체감했다. 비단
소설에만 국한 된 것은 아니었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지는 않지만 몇몇 이런 사람들을 곁에서 볼 기회들이 생겼고 그 중 몇몇은 여전히 그렇게
간악하게 살아가고 있다. 새로 개편된 일밤 애니멀즈 인터뷰에서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인간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라는 생각에 일부 동의하는 까닭도
거기에 있다.
p 24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세순응형으로, 들키지만 않으면 쉽게 악마성을 드러낸다
사람의 마음 속에 악마가 산다. 학창 시절에 배운 '성악설'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선과 악 어느 쪽으로든 상황에 따라 방향을 틀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인격적인 장애가 있어야지만 지킬과 하이드로 나뉘지 않는다는 거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타인을 공격해서 곤란하게
만들고 희열을 느끼는 것을 악마성이라고 한다면 어느 사회에나 숱하게 존재"해 왔다고 한다. 대세를 따르며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만 관심을 쏟는
일반인이 60%라고 말하면서.
눈 앞의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준을 버려야만 하는 것일까. 의문을 안고 한나라 '한비자'를 통해 사람읽기에 나섰다. 한비자가 춘추전국
시대의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그에 대해 얕은 지식 외에는 그 이상 아는 바가 없었는데, 이 책 한 권으로 옆집 아저씨보다 더 한비자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우선 그는 놀랍게도 평민이 아니었다. 기원전 280년 즈음해서 출생한 그는 왕의 아들이었지만 서자였다고 한다.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어미의 출신과 상관 없이 왕의 아들은 서출이 아니라 왕의 계승권자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낮은
신분의 모친에게서 탄생한 것이기에 모든 친족들이 그를 무시했던 것일까. 그 핏줄의 반은 왕족인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한비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상대의 속마을을 꿰뚫는 감각을 익혀 사상가로 그 이름을 역사에 남겼다. 젊은 시절 순자에게
학문을 사사받은 까닭에 그의 사상인 '성악설'을 익힐 수 있었고, 그를 기본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심화해나갔다.
<한비자>를 통해 '법치'를 강조하는 법치론을 펼쳤으며 군주가 가장 경계해야 할 백성은 바로 측근이라고 밝혔다.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변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쟁이가 자신의 죽을 날을 알지 못하듯 한비자도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사약을 삼키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으니 진시황의 호감을 산 것을 시기한 그의 벗 이사의 질투로 말미암아 그는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p111 지혜로운 사람은 쓸모없음을 한탄하지 않는다
정말 잘 하지 못하는 일이 '싫은 사람과 잘 지내는 일'인데, 겉으로 표시를 낼만큼 어리석지는 않지만 그 스트레스가 속으로 쌓여 언제나
속이 괴롭다. 하지만 정말 그릇이 큰 대인배는 싫은 사람도 부릴 수 있도록 자신의 사이즈를 키워놓은 사람일 것이다. 책은 100퍼센트 성격이 잘
맞거나 마음이 맞는 일은 우선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주어진 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시련일지라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며.
한비자는 군주가 사용해야 할 술책을 일곱 가지로 나누었다. 이른바 '칠술'. 참과/필벌/신상/일청/궤사/협지/도언으로 나뉘는데 이 중 나는
몇가지나 활용하며 사회생활을 해왔던 것일까. 좀 부족했던 면도 있고 아주 잘 해낸 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완벽하진 못했던 것 같다. 한비자의
사상을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사람 스트레스없이.
인간을 깊이 이해하는 일. 평생을 살아도 숙제처럼 던져진 무거운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