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김영림 지음 / 북에테르나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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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동물에 관심없던 사람을 캣맘으로 만들어 버렸다. 고양이를 무서워해 질색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매혹의 정점을 찍고 중국에서 밥을 주던 길고양이 한마리를 한국으로 데려오려는 노력까지 불사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쯤되면 귀를 기울이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라는 책의 내용에-.

 

정말 우연히....아무 생각없이 뒤뜰로 던졌던 밥 한 덩어리. 그 덩어리가 갑자기 궁금해져 창문을 열었더니 귀신같이 쏙 사라지고 없었다. 이후 몇번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귀신이 곡할노릇. 어찌된 영문인지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서였다. 카오스 어미가 아주 작고 작은 삼남매를 데리고 먹거리가 던져지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애처로워 사료를 챙기고 고기를 챙기다보니 어느새 비만 와도 빗속을 뚫고 달려나가는 캣맘이 되어 있었노라고 저자는 고백하고 있다.

 

삼남매중 첫째인 순둥이는 그 이름으로 짐작가는 것처럼 양보와 배려의 아이콘으로 동생들을 살뜰히 보살피며 앞마당에서 애교있게 버텨왔다. 그리고 그 순둥이는 빠르면 올 9월 즈음해서 한국으로 들어온다. 길냥이에서 집냥이로 입양오는 것. 저자의 고양이가 되어 이제는 평생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또 어디 있을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 제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그에 반해 앙칼진 성격의 둘째는 낳은 아이도 잃고 그 마지막까지 볼 수 없도록 어느날 사라져버려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몸이 약해서 언제나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던 막내 역시 고양이별로 돌아가버렸을 거라고. 길냥이들의 삶이 원래 이렇게 척박하다지만 마음주고 정성 쏟고 그 공감의 기류를 만들어냈던 또 하나의 가족임에 분명한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것은 마음에 대못을 박는 일과 진배없기 때문에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마음이 참 무거워질 수 밖에 없었다.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 역시 고양이에 별 관심이 없었고. 반려동물을 키워야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조차 없을만큼 바쁘게 살아오다 어느새 다묘 가정의 집사가 되어 있고 절대 길냥이들의 정기적인 밥엄마는 되지 말아야지 일회성 사료만 챙기며 살아야지 다짐했건만 다리에 매달려 오던 한 아이로 인해 캣맘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는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도 되고 내 이웃의 이야기도 되며 내 친구의 이야기도 된다. 그 사연이 비슷비슷하여 오히려 순둥이, 막내, 둘째, 살금이, 금복이, 금순이, 오드아이 모녀들이 내 밥터의 아이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세상 모든 반려동물의 가족들이 그러하듯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가 유통기한이다. 집냥이들이 통상 10년~20년을 거뜬히 살아내는 것과 달리 길냥이들은 길어야 3년을 생존한다고 한다.  좀 더 좋은 환경이라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테지만 사람에게도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 아니듯 이 아이들에게도 기회의 문은 좁다. 그러니 길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삶만 생각해도 속상해 미치겠는데 제발 이러저러한 핑계로 집냥이들을 버리는 일들만은 그만두어주기를 바라게 된다. 이렇듯 저 먼 타국에서 잠시 밥주던 아이도 데려오기 위해 이토록 애쓰는 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쉽게 가족으로 살아온 세월을 포기하고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오늘도 이 아이들과 동화되어 함께 울고 웃는다...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이 녀석들도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모든 이들이 깨달아주기를 희망한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 이 책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기를 나는 소망한다. 특히나 수익의 일부가 동물보호협회에 기부된다니 더더군다나 그 소망을 강하게 빌고 빌어본다. 누군가는 버리고 누군가는 구조하는 세상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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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다이어 1
미셸 호드킨 지음, 이혜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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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가지 면에서 홀딱 반해버렸고 세 가지 면에서 황당하게 만들어버린 소설이 바로 아름다운 작가 미셸 호드킨의 <<마라 다이어>>다. 처음에는 무슨 뜻일까 했던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가명이라고 첫부분에서 밝히고 있지만) 이었고 이 이야기는 어떤 사건과 맞물려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는 한 10대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마치 트와일라잇에서 재혼한 엄마의 스케쥴로 인해 서먹서먹한 아빠쪽으로 전학가서 새 삶을 살게 되는 트와일라잇의 벨라가 그랬던 것처럼.

 

 

p13  6개월 뒤, 두 사람은 죽었다

 

 

로드아일랜드 한 병원에서 삼일만에 깨어났을 때 마라는 기억을 잃었다. 헤어진 남자친구 주드와 그의 여동생 그리고 제일 친한 친구 레이첼은 태멀레인이 무너질 때 그 속에서 사라남지 못했다. 두 소녀는 장례를 치루었고 주드를 경찰들이 수색하는 가운데 마라는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로 전학수속을 밟았다. 그리고 그 일들이 일어났다.

 

트와일라잇에서 벨라는 신비로운 미소녀 분위기의 전학생이었다. 그리고 그 학교에서 제일 멋진 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그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마라 역시 전학생이었고 누군가와 어울리기 보다는 혼자인 편이 편해 제이미 외엔 친하게 된 친구가 없지만 그녀의 새 학교에도 눈에 띄는 남학생이 한 명 있었다. 모든 여학생들의 로망 노아. 느슨하게 맨 넥타이, 척척 걷어 올려진 소매, 멋진 미소와 함께 영국식 억양까지....깨죄죄하다는 표현으로 그를 묘사하고 있지만 상상은 벌써 학교에서 제일 멋지고 잘생긴 남학생으로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딱 좋은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데이트 걸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린다는 노아의 표적에 걸린 마라는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끌리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노아 역시 마라를 향한 관심을 숨기지 않아 어느새 교내 모든 학생들의 적으로 돌려진 그녀는 철저하게 외톨이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이코 선생 한 명까지. 여기까지면 달달한 로맨스로 딱 좋았을텐데...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전 학교에서 죽은 세 아이들이 마라의 현재 생활에 나타나 괴롭히기 시작했던 것. 환영은 거울 속에만 머물지 않고 그녀의 정신상태를 흩트려 놓기 시작했다. 악몽에 쫓기고 환영에 시달리고 분노와 동시에 주변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학교 근처에서 학대당하는 개를 발견한 마라는 분노하고 말았고 다시 그 집에 가 보았을 땐 자신이 상상했던대로 집 주인이 처참히 살해되어 있었던 것. 그리고 자신에게 부당하게 F 학점을 날린 선생 역시 학교에서 갑자기 죽어버렸다. 무엇이 그들을 죽게 만들었을까. 이들을 죽인 힘이 마라의 내부에 잠재된 힘인 것일까. 환상적인 로맨스가 미스터리 SF 범죄물이 되어가는 순간에도 주인공들의 로맨스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p264  그 애는 키스를 잘못한 거야

 

 

 라는 멘트와 함께 키스의 역사가 새로 써지는 것과 동시에 마라의 비밀이 노아에게 밝혀져 버린다. 놀라지 않는 노아.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되는 노아의 이상한 고백. 너를 보기 전부터 너를 알고 있었다는 말. 나를 멘붕에 빠지게 만든 남자 주인공의 고백은 잠시 접어두고 더 경악하게 만든 것은 전 남친 주드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었다. 잃었던 기억을 돌아왔을 때 마라를 두렵게 한 인물은 바로 주드. 그로 인해 그날 밤 그 모든 일이 벌어졌기에 마라에게 그는 악마과 동급인 인물인데 그가 살아 있었다. 채 2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곳에....그가 바라보고 있었다. 마라를.

 

그리고 가장 황당 했던 사실은 이 이야기가 1권이라는 거다. 아무도 내게 시리즈물이라고 말해주지 않았는데 이 책은 1권이며 한참 재미나게 읽고 있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다음 권에 계속 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끝나버렸다.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2권에 대한 실마리도 주지 않은 채. 아, 다음 권을 언제까지 목타게 기다려야하는 것일까.

 

있을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한 이 소설 속에는 좀비도 뱀파이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빼놓고 읽을 정도로 재미있으며 황당하리만큼 놀래키며 궁금증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녀가 미쳤는지 신들렸는지 알 수 없다고 내용을 소개하고 있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미쳤는지 제대로 이해하며 읽고 있는지 헷갈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마리로 혼을 쏙 빼놓고 읽었다는 거다. 매혹적인 금단의 로맨스 2권은 대체 언제 나오나......출판사에 전화라고 해봐야하나? 미셸 호드킨에게 메일이라도 적어 보내야하나.....고민 중이다. 어느 쪽이든 빨리 2권을 손에 쥐게 되는 쪽으로.....!!!

 

마라 다이어 몇권으로 종결될지 모르는 스토리지만 다음 권에서도 부디 이 재미의 끈을 놓지 않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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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읽다 - 행동심리학으로 풀어 본 인간관계 해법
김재득 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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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좀 찾아줘'라는 소설이 있었다. 물론 반전에 반전이 가미된 미스테리 범죄 로코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런 인격의 여자조차 자신을 찾아달라고 외친다. 하물며 정신상태가 노말한 우리는 더 말해 무엇하랴. 언제나 타인을 향해 입을 다문 채 제발 내마음을 알아줘! 라고 외치는 자아가 내면 깊숙이 하나씩은 존재한다. 하지만 과연 타인에게 읽히는 게 좋기만 할까. 그래서 마음은 항상 이중적일 수 밖에 없다. 내 마음을 그 순간은 알아채어주되 다 읽지는 말 것! 우리의 마음 속 주문은 바로 그것.

 

DISC를 신입사원 교육시 활용하곤 했는데, '나를 알고 너를 알면 그나마 조금 더 오래 재미나게 회사를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아이스브레이크 타임처럼 즐거워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벌써 그 세월이 10년전이다.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집필한 [당신을 읽다]는 DISC를 아는 사람이건 모르는 사람이건 상관없이 재미나게 읽어볼 수 있도록 쓰여졌다. 혈액형, 타로, 사주, MBTI등등 에 호기심을 단 한번이라도 두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 내용이 흥미롭게 읽힐 것이다.

 

사회적인 성향과 개인적인 성향의'나'가 다른 타입인 나는 사람들에게 DICS중 'D'나 'C'유형 즉 'DC' 유형으로 비치는 사람이었고 혈액형은 'O'형으로 오인받기도 했다. 사회 생활이라는 것이 조직에 나를 맞춰야 하는 일이기에 기꺼이 맞춤형 인간으로 일하다보니 그렇게 보여졌나보다 싶어 특별한 감정을 부여한 적은 없으나 사실 나는 'A'형에 DISC유형 'S'가 가미된 'I' 유형이다. 몇번의 해봐도 가장 높은 점수는 'I'형에 머문다. 개인적인 나의 성향은 후자가 딱 맞다. 틀에 박힌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맡겨진 일이 즐거우면 열심히 하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그 다음부터는 고행길의 연속이다. 그래서 항상 재미나게 일하기 위해 나 나름대로의 방법들이 고안되기도 했었다. 즐겨야 일할 수 있는 타입이므로.

 

장단점을 알기 때문에 오해하는 행동보다는 이해하는 행동으로 사회생활을 꾸려왔고 관리급이 되어서는 인적 자원에 최선을 다하되 꼭 필요한 충고는 따끔하게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도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정말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사람인 그룹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이만하면 그동안은 인복이 있는 삶을 살아왔다 싶어진다.

 

책에서 던진 결론처럼 인간관계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제갈 공명처럼 현명하게 치고 빠지고 장점은 앞세우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어 갈 수가 있는 꾀가 보인다. MBTI, 에니어그램,TA,MI,빅파이브까지 활용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DISC하나로도 지금과는 다른 마음 가짐으로 나를 바라보고 너를 이해할 수 있는 포용을 기르기에는 부족함 없이 적당하다. 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은 나름의 장단점이 있다. 어느 것에 좋고 나쁨이 없다. 가령 드라마 <미생>팀에서는 'D'와 'C'유형이 많았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I/S/C'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었으며 <왔다! 장보리>의 두 주인공은 "DC"의 동일한 유형이었다. 궁금했던 <응답하라 1994>의 경우는 "D"나 "C" 유형들이 많았다.

 

또한 조선의 왕중 70퍼센트는 'S'유형이었는데 D유형이 개국하고 S유형으로 몰락했다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는 "D"가 많았는데도 조선이나 대한민국이나 도찐개찐인 것을 보면 딱히 S유형 때문에 망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재미난 사실은 'D'의 성향일 줄 알았던 22대 정조대왕과 15대 광해군은 SC로 유형은 같지만 후대의 해석은 달랐고 선조는 S 유형의 단점인 우유부단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인물이었으며 태종 이방원과 세조 이유는 'DC'로 서로 성향이 같아 비슷한 정치행로를 보였다는 점이다.

 

기질, 속담, 십이지간, 조선의 왕, 역대 대통령, 우화, 드라마 캐릭터까지 분석해 놓은 내용은 재미나게 읽고 맨 마지막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나'는 어떤 유형인지 확인해 보는 것도 이 책을 100% 깨알같이 활용하는 멋진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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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 스토리콜렉터 3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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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를 가르는 기준은 하나 밖에 없는 것일까.

 

넬레 노이하우스의 이번 이야기는 산 자를 죽은 자로 만들고 죽은 자의 것을 활용해 산 자를 만든 사람들에게 복수하는 복수스토리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차례차례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그 순서 상관없이 옴니버스 시리즈처럼 독립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은 작품이 바로 넬레 노이하우스의 범죄소설들. 가볍게 읽어도 좋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읽고나서는 묘하게 잔향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쉽게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일까.

 

평화로워보이지만 사실 잊혀질만 하면 새순이 돋듯 돋아나는 범죄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역, 타우누스. 휴가를 앞둔 피아 앞에 던져진 사건은 연관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두 할머니의 순차적인 연쇄살인. 경찰에서는 탄피 하나조차 남기지 않는 치밀한 저격범을 '스나이퍼'라고 명명하며 뒤쫓고 있고 남들 몰래 비밀 재혼을 한 피아는 남편과 함께 휴가갈 준비를 이미 다 해놓았지만 결국 그녀는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보덴슈타인과 함께 스나이퍼의 뒤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하는데....

 

FBI에서 큰 공적을 세웠다는 애송이 떠벌이의 말은 모두 허세. 산책을 하던 할머니와 집에서 손녀와 함께 부엌에 있던 할머니의 죽음만 보자면 할머니만 노리는 묻지마 살인사건 같을 수도 있지만 다음 범죄는 27세의 건강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다가 심장에 구멍이 뚫리며 발견되면서 가설은 무너져버렸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범죄심리수사팀이 투입되었다면 완벽한 프로파일링을 통해 범인을 일찍 검거할 수 있었을까? 싶긴 해도 여기는 타우누스,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있는 곳이다. 이 명콤비는 끈질긴 추적끝에 범인을 찾아내고 그가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이유 아래에는 썩을대로 썩은 장기이식판의 실체가 깔려 있었고 범행은 이 더러운 관행들을 세상 위로 뽑아 올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것. 어느 쪽을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의사에게만 맡겨두어도 좋은가? 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 이 작품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그 의견이 분분한 대로 토론의 장을 열어보는 것 또한 좋은 주제가 될만한 소설이었다.

 

범죄만 보지 않고 심리에만 국한 되지 않으면서 사회 전반의 썩은 고리들을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범죄 소설. 미야베 미유키와 넬레 노이하우스는 그 무게감이나 필체는 달라도 내겐 같은 시너지를 내게 하는 힘있는 필력의 작가들이어서 언제나 신작은 놓치지 않게 만든다. 이번 작품도 좋았다. 여러각도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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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정원 - 고대 그리스인들이 발견한 자기 발견 놀이터
울리히 코흐 지음 / 보누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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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즈 러너]는 소년들이 어느날 정신을 차려 보면 미로에 갇혀 있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다. 그 속의 미로는 거대하고 웅장하면서도 계속 변화한다. 큐브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서 괴물이 나타나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공간이다. 이 미로는 대체 누가 언제 만들어낸 것일까.

 

독일의 디자이너 울리히 코흐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았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아내이자 왕국의 왕비인 파시파에는 그만 황소를 보고 홀딱 반해 버렸다. 포세이돈이 왕에게 보낸 하얀 황소는 너무도 유혹적이었던 것. 판도라가 상자를 열어버린 것처럼 파시파에 역시 황소와의 하룻밤을 위해 최고의 발명가 다이달로스의 솜씨를 빌려 암소형상을 만들었고 이후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절반은 사람이고 절반은 소의 모습을 한 미노타우로스. 분노한 미노스 왕이 아내의 불륜의 상징인 그 반인반괴를 가두기 위해 다시 한번 다이달로스를 궁으로 불러들였는데 절대 나올 수 없는 미궁 '라비린토스'는 그렇게 탄생된 것이라고 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복잡하고 머리 아픈 미로에 빠져드는 것일까!!

 

아마도 누구나 할 수 없는 그 '제한적'인 매력에 푹 빠져든 것은 아닐까. 반드시 빠져나와야 한다는 목적성을 가지고 헤매는 것이어서 시작하게 되는 건 아닐까. 책을 보면 '왼손의 규칙'을 언급하고 있는데 만약 미로에 출입문이 하나인 경우는 길을 잃었을 때 갈림길에서는 언제든지 왼쪽으로 가다보면 원위치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미로같은 괴물의 집(?)에서 헤맨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는 거울이 있는 방이든 귀신이 있는 방이든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그날 엄청 헤매고 고생했던 기억이 가득해서.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로나 미궁은 언제나 미스터리하면서도 두근두근하게 만들어 자주 골라 보는 편이다. 미로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나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책인 줄 알았는데 울리히 코흐의 [미로 정원]은 사실 미로 찾기 놀이 책이었다. 스도쿠에 열광했던 것처럼 두꺼운 이 책 속 미로들을 하나하나 점령해나가면서 느낄 성취감 또한 멋지리라 기대한다.

 

물론 첫장에 등장하는 '대성당으로 가는 길'부터 만만치 않다. 한번에 찾아지지 않았다. 미로라고 해서 똑같은 패턴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벌집 구조/ 기하학적 대칭 / 아라비아의 옛 성채 / 악몽의 자전거길 /체스 나이트의 행마 / 빛의 피라미드 / 시카고 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딱 떠올려지는 형태가 있는가 하면 아리쏭하게 감조차 오지 않는 형태들도 있기 때문이다. 총 80여 개의 미로를 정복하고나면 이제 더이상 미로길이 무섭지 않게 될까.  좀 더 재미나게 그리고 헷갈리지 않게 해 보기 위해 나는 12색의 색연필을 새로 구비했다. 그리고 그 첫장을 시작했다. 역시 만만하지 않았다. 이제 1번 미로를 빠져나왔을 뿐인데 말이다. 앞으로 79개의 미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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