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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부자 16인의 이야기 - 조선의 화식(貨殖)열전
이수광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부자가 칭찬받기란 참 힘들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이 그들의 부를 누리는데도 참 관대하게 바라봐주기 힘들다. 한 사람이 부를 이루는
과정에서 단 한 사람도 상처받거나 피해를 주지 않고 이루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저자는 부는
이루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고 책의 표지에 적어놓은 것이리라.
도서관 역사 서가에 서면 저자의 책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팩션의 대가라는 칭호가 당연하게 여겨질만큼 그는 많은 팩션형
역사서를 써 왔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왕의 여자 개시>,<조선 명탐정 정약용>,<조선국왕
이방원>,<정도전>,<인수대비> 처럼 인물에 포커스를 맞출 때도 있고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조선을 뒤흔든 21가지 재판사건> 처럼 사건에 주목하여 쓰여진
대중 역사서들도 있다. 어느쪽을 읽든 작가의 필체에 익숙해지면 이야기는 그 옛날 케이블 드라마인 별순검처럼 머릿 속에서 영상처럼 펼쳐진다. 꼭
왕이나 신하, 여인들의 궁중 암투만 재미난 것은 아닌 것이다. 민초들의 삶도 사건의 독특함이 양념처럼 스며들면 아주 흥미롭게 읽혀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자다! 의외다 싶었는데 그는 평소에 역사 외에도 경제에 관심이 많아 부자를 연구해 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장사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조선부자 16인의 이야기'를 미리
읽어둔다면 드라마 역시 더 재미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보여주는 모범적 인물을 우리는 소개받은 바가 없다. 책에도
등장하는 경주 최부자를 주인공으로 한 특집사극이 몇 해 전에 방영된 적이 있긴 하지만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사사로이
쓰지 않고 탕진하지도 않은 채 어려운 시국의 나라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타인들을 위해 내어놓는 일화들은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주기 충분했다.
우리네 선조들은 이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p7 우리는 열등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부자가 되어야 한다. 현대는 이를 생존기본권이라고 한다.
왜 부자가 되어야 하나? 에 대한 답을 멋지게 해 줄 멘토가 있었던가. 살면서 교육을 수차례 받으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실용경제에 관한
정기교육을 거친 적이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실용학문이 아니라 20년 전, 50년 전에도 배웠던 비슷한 과목/수업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정도전이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180도 뒤집는 교육안은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보니 가장
필요했던 교육이 경제개념과 시간활용이었다. 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책임까지 다하기 위해서는 기본 베이스로 몸에 배여 있어야 하는
것들이었다. 어른이 되어 홀로 뒤늦게 배우는데 책만큼 좋은 선생이 없었는데 저자의 책은 올바른 부에 대한 개념탑재 및 혼탁한 시대에 부자들이
걸어야 할 진정한 길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분명 부자가 된다는 것은 축적하고 증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조선 보부상의 원조 백달원, 성인군자 유기장인 한순계, 장사로 도의
경지에 이른 상인 임상옥,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경주 최부자, 러시아의 따뜻한 남자 최재형 등의 부자는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며 부자가
되지 않았다. 재물을 모으기 위해 민초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지도 않았고 권모술수로 그들을 꿰지도 않았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새카맣게 지우듯
어려웠던 시절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후대 그들의 평가는 후할 수 밖에 없다.
낙타가 바늘구명 들어가는 것보다 천국가기 더 힘들다는 부자. 이렇듯 부자가 좋은 평을 듣기란 참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이들 16인은 실행과
노력으로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 모범을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우리에게 삶으로 가르침을 전한다. 세월이 이렇게 흐른 뒤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