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 -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남녀를 위한 평생연애법
염소연 지음 / 시너지북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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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두고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했다. 그런데 그 뒷말로 꼭 이런 말이 덧붙는다. "그러니 해봐"라고. 후회할 거라면서 꼭 해보란다. 딱 한 친구를 제외하고는 결혼한 친구가 없던 내게 지난 몇년 사이 슬슬 결혼말이 오가는 친구들도 보이고 후딱 결혼해버린 후배도 있다. 전혀 이른 나이가 아닌 것을 감안한다면 정상적인 수순이겠지만 우리 중 단 한 명 쯤은 멋진 독신으로 살아주기를.. 희망하고 있던 친구조차 어느새 결혼하여 애 엄마가 되었단다. 딱 10년 전에 결혼해볼까? 라는 마음을 먹어보곤 현재까지 아직은 연애가 좋으네~ 하며 살고 있는 내게 결혼은 목전에 와 닿은 숙제가 아니라 꼭 남들처럼 살 필요는 없으니 한 번 생각해 볼 카테고리에 넣어져 있는 아이템 정도일 뿐이여서 내일 당장 닥칠 일처럼 와 닿지는 않았다. 책의 내용이.

 

하지만 서글퍼지는 구석은 있었다. 책의 곳곳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남편","증권회사에 다니는 남편","보통의 직장인에 비해 비교적 연봉이 높은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여져 있는 그녀의 남편과 27살이라는 나이에 결혼한 그녀는 좋은 남자와 결혼했지만 100% 행복하지는 않았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티격태격 싸우고 있으며 서운한 구석들이 있노라 이야기한다. 9년이나 살았는데 이정도면 서로 맞춰지지 않았을까? 싶지만 같은 부모, 같은 생활 공간, 같은 문화권에서 자라난 형제자매들도 제각각이며 싸우면서 20~30년을 가족으로 묶여 산 세월을 생각하면 9년이라는 시간은 참 짧다. 살아온 문화,가치,환경들도 천차만별인데......! 많은 책에서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고 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이 말은 정말 결혼을 해서 그 삶 속으로 들어가보지 않는다면 정신적으로 체감하기 힘든 말이 아닐까 싶다.

 

sns상 이웃 중에 참 예쁘게 사는 주부 이웃들이 있다. 20대 초반에 일찍 결혼한 톡톡 튀는 그녀는 주부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성격 그대로(?) 톡톡 튀며 아내로서,엄마로서 예쁘게 산다. 일반적인 주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와 반대로 갓 결혼하여 여전히 신혼인 이웃은 20대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참하게 살림을 하면서 얼마전에는 살림관련 책도 출판했다. 비슷한 나이때이지만 그녀들의 삶은 대조적일 정도로 달랐다. 하지만 서로의 색이 다르다고해서 색의 아름다움이 다운그레이드 되지는 않았다. 각자의 방식에 맞게 참 예쁘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결혼 그 역시 내 방식대로 예쁘게 살면 될텐데...괜히 어렵게 생각했나? 싶어질 정도다. <결혼 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들>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들도 100% 우주에서 온 전혀 듣도보도 못했던 내용들은 아니었다. 어느 책에서 봤던 내용 혹은 누군가에게 들었던 내용과 비슷한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다. 아마 사람의 삶이 주는 공통분모가 있어 '결혼'이라는 삶 속에 사는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과 성장점을 거치나보다.

 

남편에 대한 불만을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어느날 시어머니가 "그럼 이혼 해라!"했다는 그녀. 부부싸움 후 나갔더니 갈 곳이 없더라~ 그래서 이후에는 남편을 내보낸다는 그녀. 하루 종일 육아에 시달리다가 남편이 퇴근해 올 때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매력발산하곤 했다는 그녀는 왠지 좀 여우같다. 이래서 사랑받나? 싶을 정도로-. 옛말에 여우같은 여자와는 살아도 곰같은 여자와는 살 수 없다고 했던가.

 

화성에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만나 결혼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부부다. 이전보다 훨씬 편해졌고 두근거림보다는 편안함으로 서로를 대하게 된 곧 결혼 10년차가 되는 주부. 그녀의 충고 중에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긴장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부분만큼은 결혼이든 연애든 다르지 않았다. 편안해지는 순간, 상대가 예전같지 않음은 눈에 자꾸 보이고 내가 느슨해진 부분은 둔감해지다보니 자꾸 싸울 일이 생긴다. 그래, 봄도 왔고 다시 예뻐져볼까? 싶은 시기에 자극이 되는 책 한 권을 잘 탐독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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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왜? - 고양이의 마음을 알려주는 107가지 진실
고양이연구소 지음, 박재현 옮김 / 엑스오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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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로 산지 어언 7년차. 여전히 고양이에 대한 책을 보면 덥썩 집어들고 말고 고양이 캐릭터는 어떤 물건이건 보는 순간 지갑이 열린다. 고양이와 살면서 그야말고 고양이가 '갑'인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참 행복하다. 우짜지?

 

첫고양이인 샴은 태어난지 2달이 넘을 즈음 해서 가족이 되었는데 하얀 떡(?)같이 생긴 애가 허구헌날 비실비실대다가 머리만 콕 박으면 자는 모습을 보고 '병약한 앤가?'했다. 혹시 초보집사인 우리 가족을 만나 애가 잘못될까봐 여기저기 지인 찬스도 많이 쓰고 동네 수의사에겐 허구헌날 찾아가서 물어댔으며 도서관, 서점 할 것 없이 고양이 책이란 책은 다 구해 읽고 급기야 수의학과까지 찾아갔으니...이 정도면 나도 참 극성이다 싶지만...생명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튼튼하게 자라준 샴냥이는 세 딸을 낳고 그 딸들과 함께 곁에서 비오는 오늘도 뭉쳐서 잘 잔다. 서평을 올리는 이 순간에도.

 

지금은 안다. 고양이는 하루 평균 14시간을 자는 동물이라는 것을. 하지만 숙면을 취하는 논렘 수면은 고작 3시간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고양이마다 다르다는 것도 알 정도는 된 집사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벌떡벌떡 잘만 깨는 고양이 넷과 엉덩이를 쿡쿡 찔러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자는 고양이 둘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 고양이가 각양각색이라 어떤 내용은 잘 맞고 또 어떤 내용은 고개를 갸웃갸웃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고양이에 관한 책이라면 언제나 환영.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고양이 울음소리에 대해 잘 분석해 놓았는데 특히 작년에 구조해 집냥이로 들어온 나랑이가 '오롱오롱~","아오아오아오~~~"하는 소리를 낸다고 다른 집사에게 말했다가 웃음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 의하면 녀석은 중성화 수술을 했지만 암컷 고양이를 찾는 소리를 내고 있었고, 때로는 할 말이 있다고 집사를 불러대는 소리이기도 했다.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야옹'이 고양이 소리라고만 알고 있겠지만 그 높낮이, 늘어지는 정도, 스타카토음처럼 끊는 속도 등등에 따라 그 소리가 각각이라는 것은 역시 함께 살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얼마나 신비로운 동물인지,,,,,또 얼마나 매력적인 생명인지는 관심을 가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저 캐릭터나, 귀여움으로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길 곳곳에서 보일 때에도 관심과 사랑을 받는 생명이 될 수 있도록....사람들의 인식이 점점 바뀌어가기를 희망하게 되는 책이다.

 

단 고양이는 혈연관계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은 동조할 수 없는데 실제로 엄마냥이와 그 딸 셋이 함께 살며 엄마 곁에가서 여전히 찌찌도 찾고 그루밍도 받고 응석을 부리는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양이 입 속에 파스튜렐라라는 균이 있어 물렸을때 상처로 들어간 균으로 인해 곪기도 한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영역싸움으로 머리에 상처가 난 경우라면 상대와 정면승부를 했던 힘 쎈 고양이라는(힘으로 밀리지 않았다는 증거)것을 보며 현재 엄마냥이인 샴냥이와 새로운 냥이인 마요가 힘으로는 비등비등한 상대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로 머리 주변에 상처가 난 것을 보면 우리집 냥이들은 그 힘겨루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녀석들이구나!!! 싶어지는 것이다. (조금 양보하고 져 주어도 좋으련만)

 

고양이 개체수를 늘일 때 주의해야 할 점, 먹어도 먹어도 자꾸 마르는 내 고양이, 눈물 나고 눈곱 생기고 할 때, 울음소리에 따른 그 생각이 궁금하다면....이 책,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초보 집사도, 베테랑 집사도 알아야 할 상식들이 간략하게 하지만 107가지나 기록되어져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111가지를 알려준다는 [개는 왜?]를 읽어볼 기회를 놓쳤다는 것. 급한 마감을 해 놓고 곧 개에 관한 책도 읽어볼 예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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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혜 2022-10-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구매하려다 보니 서평을 읽게 됐어요~ 샴냥이들이랑 여전히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바래요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제가 올해 어미 길냥이랑 7마리 새끼를 거둬다 키웠는데요, 새끼 2마리만 남기고 5마리는 분양을 보냈는데 어미냥이랑 2마리는 여전히 서평에서 말씀하신 그런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분양보내고 한달 뒤에 1마리를 데려와서 같이 백신 맞히려 어미 및 형제들이랑 합사한 날 난리가 나는걸 보고 ‘한달밖에 안됐는데 어미 자식 간 서로 못알아보다니!‘ 하고 깜짝 놀랐어요. 4마리 다 서로 하악질 하고 공격모드에 어미는 흥분해서 원래 같이 지내던 2 자식도 몇시간 동안 못알아보더라구요. 암튼 서평 잘 읽었고 책은 구매해서 아가들 잘 키워보도록 할께요. 아가들이랑 행복하세요!

마법사의도시 2023-03-12 17:07   좋아요 0 | URL
지금은 합사가 잘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네요. 결국은 가족이므로 해피엔딩이 아닐까 기대해봅니다.

고양이 집사로 살아가는 일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행복한 삶이라 매일매일 여러 사건(?)들과 마주하지만 전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집사님도 행복하시기를~!!!!
 
우리 고양이는 왜? - 고양이가 집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100가지 이야기
고이즈미 사요 지음, 최아림 옮김 / 앨리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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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양이를 그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고이즈미 사요의 그림 속 고양이들은 깜찍했다. 조금 더 진솔하게 고백하자면 세밀하지도 않고 단순한 그 그림 속 고양이에게 홀딱 반해 버렸다. 이 여자! 고양이집사다!! 딱 감이 왔다. 그렇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상의 소소함들이 너무 많이 드러나 있으니까.

 

포토그래퍼나 화가는 그 시선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사물이나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 색감이나 각도 그리고 스케치에서 드러나곤 한다. 그래서 열세 살부터 고양이와 살아왔다는 그녀가 고양이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 고양이는 왜?>에 등장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는 현재 그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조지로, 라쿠 남매라고 한다. 남매? 한 배에서? 전혀 닮지 않은 두 녀석은 한 엄마의 뱃 속에서 나온 녀석들이었다. 아빠가 다른게지~~~! 이 역시 집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진실이다. 고양이는 동시에 두 수컷냥이의 아이를 임신할 수 있으므로-.

 

집사 7년차. 꽤 많이 알 것 같지만 몇 해만 보태면 강산이 변할만큼 녀석들과 살아온 나 역시 내 고양이에 대한 부분에 관해서만 잘 알지 세상 모든 고양이에 대해서는 문외한 일 수 밖에 없다. 몇 마리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모든 고양이에게 일반화 될 수 없을만큼 고양이라는 존재는 무궁무진하며 신비로운 생명체이므로.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나뉘는 고양이 세상. 알고나면 한없이 매료되는 존재인데, 모르면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게 되는 존재라니.....안타깝기 그지 없다.

 

7년차 집사도 몰랐던 <우리 고양이는 왜?> 속 내용들 중 꼭 실험해 봐야겠다 웃으며 결심하게 된 그림은 바로 고양이의 신축성대한 내용이었다. 골뱅이처럼 둥글게 말고 있을 때는 그런가보다~ 했을 뿐인데 그걸 또 cm로 재어보았다. 놀랍게도. 왜 나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웃음이 날 정도로 독특한 생각이었다. 쭉 몸을 늘려 벽에 붙여 섰을 때 80cm인 저자의 고양이 조지로는 더운 여름날이나 전기장판 위에서는95cm까지 늘어난다고 했다. 이는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을 때의 약 3배 가량이라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없으랴!! 우와, 그렇게나 늘어나다니...사람의 몸과 확실히 다른 신축성이 아닌가.

 

'골골송'에 대한 수치 또한 재미있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무릎 위에 올라와 있는 나의 고양이가 1초 동안 20~30번이나 골골골 한다니....이 작은 소리가 26~44 헤르츠나 된다니...놀라우면서도 재미있다. 이 진동!  뿐만 아니라 발바닥 중에서 젤리에만 땀이 송글송글난다는 사실로 7년차 집사로 살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림이 귀여워 신나게 넘겨보던 책을 다시 첫장부터 꼼꼼히 읽어보고 있다. 의외의 재미난 상식들이 많이 적혀 있어서.

 

가끔 입을 헤벌쭉~하며 변태표정? 바보표정을 짓는 이유가 입천장에 위치한 '제이콥스 기관'이라는 후각 조직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 표정도 더이상 바보스러워보이질 않았다. 왜 저런 표정을 짓지?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제이콥스 기관으로 페로몬 냄새를 맡은 모양이야...하고 또 웃음이 났다.

 

알고 보면 고양이라는 생명은 미워할 구석이 없는 존재인데, 모르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참 그 삶이 각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책, 서평, 누군가의 사진, 글....하나하나가 그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희망한다. 집사의 한 사람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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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23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집 앞 고양이가 넘 친절하게 아는척 해와서
`너 ㅡ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
했더니...`그 손에 든 건 뭐냐 옹`
...그러더라는 ..
냐...옹!~~~

마법사의도시 2016-03-23 14:47   좋아요 1 | URL
하하하...봄이 왔으니 맛난 것 좀 가져와 보라옹!~~~ 아마 그 말이었던 것 같아용~

[그장소] 2016-03-23 16:44   좋아요 0 | URL
그래도 ㅡ원래하던데로 하라고 그래줬어요!
시크를 잃지마 ㅡ개냥!!^^
이럼서...ㅎㅎㅎ

마법사의도시 2016-03-24 16:33   좋아요 1 | URL
ㅋㅋㅋ...그 아이 오래오래 보였으면 좋겠네요~

[그장소] 2016-03-24 16:41   좋아요 0 | URL
그 녀석만 아는척 한건데 ㅡ이 동네엔 개냥이 군이 꽤 됩니다..^^
부르면 옵니다..저리 가라 냥~~!!
제가 인간인지 ㅡ냥인지 ㅡ
나비인지 ㅡ저 나비야가 사람인지 ...그럽니다.=^^=
 
여행자의 글쓰기
정숙영 지음 / 예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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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가 되려면..."

시중에 나온 책 중에는 절망을 안겨주는 책과 희망을 가지라고 말하는 두 부류의 책이 나와 있는 것 같다. 최근 여행작가에 관심을 가진 누군가로부터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어, 여행작가!"이런 푸념을 들은 적이 있으므로. 반대로 내가 읽은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작가가 되려한다면 도와주마! 의 내용이 담긴 책이어서 카톡으로 책 표지를 찍어 그에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읽어봐!'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때 보냈던 책이 <여행자의 글쓰기>라는 책이다. 화끈한 전환점이 필요했던 노 퓨저 상태의 20대의 어느 시기에 저자는  한달 기간의 유럽여행을 택해 다녀온 후 여행자로 사는 삶을 택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여행 웹진 <<노매드>> 기자생활을 거쳐 <금토일 해외여행>,<일주일 해외여행>,<노플랜 사차원 유럽여행>등등 꽤 많은 여행서적을 출판해온 저력의 여행작가이며 10여 년을 여행 글을 기고해오며 꿈꿨던 여행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여행서적이 아니라 여행작가가 되는 책을 출판했다. 왜?

 

 

스팸 메일만큼이나 받고 있다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여행작가가 될 수 있나요?'의 질문에 대한 답을 책으로 던져주기 위해 집필을 시작했다는 그녀의 책은 크게 143쪽까지(여행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와 144쪽부터(여행글쓰기)로 나뉘어져 있었다. Travel Writer로 검색된다는 여행작가는 다양한 여행관련 이야기를 쓰는 사람을 뜻한다. 여행정보, 특별한 노하우, 새로운 여행지 안내, 나만의 팁, 아름다운 풍경, 만난 사람들, 여행 에피소드 및 감상, 문화 / 역사 /예술,  깨닫게 된 인생스토리 등등 무궁무진하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나가보면 여행서는 정말 차고 넘친다. 국가별, 테마별,,,,고르는 족족 재미나게 보이는 책들을 서너권을 쥘 수 있다.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골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겠으나 쓰는 입장에서는 머리가 꽤 아파질만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어떻게 여행작가로 살아남아야 할까. 직업적이면서도 전문적이되 금전적인 부분을 함께 얻어가고 싶다면 여행 잡지나 여행사 공채를 추천한다고 했다. 반면 수입보다는 시간적 여유를 택하며 살고 싶다면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가끔씩 여행 관련 저술 활동을 하라고 권한다. 마지막으로 수입과 불규칙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천직이다 싶으면 직업으로 삼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현명하고 멋진 첫번째와 두번째를 제치고 3번의 자세로 살아남았다는 저자는 스스로를 번뜩이는 기획자 형+입담 좋은 이야기꾼형이라고 분석하고 있었다. 

 

 

영어에 능통하고 제2외국어를 구비한 잡학다식형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편하겠지만 이 모두를 갖추지 않아도 여행작가로 살 수 있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여행자의 글쓰기>는 정말 여행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꼼꼼히 읽어야 할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진지하면서도 꼼꼼하게 스스로를 분석해 본다면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섰다고 해도 후회가 적은 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여행작가라고 하면 여행가서 멋진 사진을 찍고 글로 그 감상을 기록해 와서 기고하거나 책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10년 차 여행작가의 여행즐기는 노하우는 역시 남달랐다. 시간에 쫓기듯 구경만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쿠킹 클래스를 즐기는 것은 물론 자체 휴가를 만들어 1박 이상은 푸욱 쉬는 여유까지 누려본다고 하니, 조금 놀랍기도 했다. 이렇게 여행작가라는 직업군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면 144페이지부터는 실질적인 글쓰기의 팁을 살펴볼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여행에세이를 쓰는 법과 여행 가이드북을 쓰는 요령은 달랐다. 여행기획물 쓰기의 성패는 아이템이었다. 글쓰기 외 사진찍는 요령에 대해서도 언급되고 있었는데 여행작가로서 찍는 정보성 사진의 경우 객관적인 풍경사진/외관 사진/ 장식 사진/ 음식 사진/ 숙소 사진 을 찍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들을 간략하게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10년 차 여행작가 그것도 책을 몇 권이나 낸 작가의 여행치고는 30개국은 적은 숫자였다. 어느 직업에나 고충은 존재하듯 여행작가로 살아가는 일도 고난과 고단함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행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여행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힘'은 설레임 이었다. 예전에 NGO 활동가 한비야씨가 말했던 그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1인이었다. 그래서 참 부러웠다. 읽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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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벽 - 벽으로 말하는 열네 개의 작업 이야기
이원희.정은지 지음 / 지콜론북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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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이 무너졌다. '벽'이란 언제나 단절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열네 개의 작업 이야기가 수록된 <그리고 벽>을 보며 '관계'이며 '공간'이자 '가능성' 을 대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벽'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같은 공간이라도 누가 꾸미냐에 따라 인테리어의 느낌이 다르듯 벽 또한 그러했다. 활용하는 사람의 취향이나 직업 혹은 필요성에 따라 독특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 열네 개의 작업 이야기

 

페인터, 포토그래퍼, 쇼콜라티에,현대 자수가, 위빙 디자이너, 원예가, 식물 세밀화가...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멋지게 활용하고 있는 벽은 때로는 은밀한 작업장으로 때로는 방문객과 함께 즐기는 '소통'의 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인 벽면의 모습을 보여준 사람은 쇼콜라디제이라는 이름으로 광화문에서 작업하고 있는 쇼콜라티에 이지연이었는데, 총 3개의 벽을 작업자의 공간, 손님과 함께 나누는 공간, 공간을 가리는 벽면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만 보아도 익히 우리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공간이었다. 다만 서른 즈음 우울증을 겪었다는 그녀가 인용한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를 상대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벽에 등을 대고 있어야 한다' 라는.

 

 

 

특이했던 벽은 자명종을 싫어한다는 아티스트 미미 정이 만들어내는 벽이었다. 직조의 방식으로 만들어낸 곡선의 벽은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했는데, 혼자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주인의식을 갖게 한다는 '벽'이 위빙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화제일지 몰랐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중 가장 나와 비슷한 방식의 벽을 가진 사람을 꼽자면 페인터인 크리스틴 테세이라였는데 그녀는 모든 기억을 색으로 남기는 특색있는 사람이었다. 빈 벽에서 압박감을 느껴 빨리 덮게 된다는 그녀와 의미는 다르지만 내게도 벽은 즐거운 놀이터이자 채움의 공간이라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많이 갔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실제로 나의 책상 앞 벽은 노란 포스트 잇이 은행잎처럼 가득 붙여져 있다. 머릿 속에서 빼내어진 생각들이 메모지에 옮겨져 붙여져 있는 것이다. 제 자리를 찾을 때까지는. 그래서 나의 벽은 잠시 머물러가는 정거장이기도 했다.

 

 

 

p30 관계는 돈독할수록 진중하고 얄팍할수록 간사하다 

 

 

 

온라인 서점 중에서 유명인들의 서재를 오픈하는 곳이 있다. 새로운 누군가의 소재가 소개될 때면 어김없이 들어가 보곤 했는데, 그 재미가 참 쏠쏠했다.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고 어떤 디자인의 책장을 사용하고 있는지....나의 서재와는 어떻게 다른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궁금한 공간이 하나 더 늘어났다. 그들의 벽! 어떤 색감이며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소통하고 있을까. 닫아놓고 있을까. 등등 여러 모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바로 '벽'이었던 것이다.

 

이제 어딜 가든 벽부터 보게 될 것 같다. 공간의 첫인상은 벽에서부터...아마 그렇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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