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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사이토 아카리 지음, 박현아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6년 7월
평점 :
울지 않을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고.
30만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감동 소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에는 강아지 사진이 한 장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깜찍한 동물 캐릭터도 본문에서는 눈 닦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예상밖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반려동물 책을 펼치면 귀여운 강아지 사진,
탐나는 캐릭터들과 마주치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묵묵히 이야기만 읊조린다. 그래서 귀만 열어둔 채 눈은 바삐 이야기를
쫓아나갔다.
11살의 아카리는 '개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어린 소녀다. 딸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직 인간이었어."(p19)라고
다소 엉뚱하다 싶은 이야기도 서스럼없이 내뱉는 엄마와 간호사들을 "엄마"라고 부르는 버릇이 있는 아빠와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었다. 너무 바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빠만 허락한다면 모녀는 개 한마리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개를 반대하는 아빠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엄마없이 살기엔 참 어린 나이 11살에 엄마를 잃고 12살의 봄을 맞이한 아카리에게 갑자기 찾아온 강아지 한마리는 죽은 엄마가 천국에서
보내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부녀 사이에 대화가 없는 것을 보다 못해 답답한 나머지 골든 리트리버를 몰래 두고 간 것 같았다. "삭스".
엄마방에서 그녀가 앉아 있던 그 방석 위에 앉아 있던 강아지는 그렇게 불리며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12살부터 21살을 함께 보내는 동안 이별의 순간도 있었고 그리움의 순간도 있었으며 다시 가족으로 합쳐지는 사연도 있어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은 감동의 두께를 두껍게 만든다. 개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9가지 약속을 알려주고 엄마는 떠나버렸지만 삭스와 함께 보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카리는 마지막 1개마저 채워 '10가지 약속'을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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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 주세요
싸움을 하지 말아요. 저를 때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당신을 물지
않으니까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세요
말을 듣지 않을 때에는 이유가 있는 거랍니다.혼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주세요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에요.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저에게는 당신밖에 없어요
제가 나이를 먹어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세요
제가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당신과 제가 함께 보낸 날들을 저는 절대로 잊지 않을 거에요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곁에서 지켜봐주세요....그리고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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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펑펑 울고 말았다. 이 10가지 약속을 읽으면서. 아직 이별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글자 한글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내게도 몇년 째 소중한 가족으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어서일까.
꼭 내 고양이들이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아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어느새 소낙비가 되어 뚝뚝 떨어져버렸다. 그래, 꼭 지킬거야!! 이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모두의 마음 속에. 그리고 그 착한 약속들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정말.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야 흑백으로 강아지 사진을 몇장쯤 볼 수 있었으나 이미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명작이 주는 감동보다 생활밀접형(?)
경험이 주는 감동이 더 좋다. 요즘은.
어제도,오늘도 반려동물을 버렸다, 학대했다는 소식들이 끊이질 않고 들려와 마음이 불편했는데 가뭄 끝 단비처럼 읽힌 이 책 한 권으로 그
불편함이 쑤욱 내려갔다. 앞으로 누군가가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한다면 이 책을 꼬옥 선물하려한다. 마음 속에 10가지 약속에 대한 각서를 스스로
쓸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