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
쑤퉁 지음, 김재영 옮김 / 비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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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측천무후]는 여러 작가의 글로 봐왔다. 역사적 인물이고 배경과 사건이 비슷비슷해 소설도 비슷할 것이 분명한데 왜 한 인물에 대한 소설을 작가별로 보냐고 물어보던 친구가 있었다. 같은 소설을 두고 다른 번역본을 찾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였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그녀는 이해하지 못했다. 생각의 차이였으므로.

 

한 인물을 두고 한 사람의 입으로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판단한 사람에 대한 검증은 물론 그가 모든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라고 해도 한 인물에 대해서는 감정이입이나 설익은 판단을 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직접 겪지 않고서는 사람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는 편이며 언제나 상대방과 나의 관계는 1:1의 방식이 그를 판단하기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있을 수 없으므로.

 

인상깊었던 영화인 <홍등>의 원작소설인 <처첩성군>을 쓴 작가 쑤퉁이 바라본 측천무후는 어떤 여인이었을까. 제왕의 모습보다는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졌으나 희노애락의 감정이 짙지 않았던 <측천무후>는 깔끔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탕국을 마신 후의 느낌이랄까. 구구절절 설명하려들지도 않았고 억울함이나 분함이 하늘을 찌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담담했을까. 구중 궁궐의 치정을 역사드라마에서처럼 치열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 뿐, 소설은 빠르게 돌려지는 영화처럼 무서운 속도감을 붙여 읽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이미 다 아는 전개였다. 무미랑이 선제의 하룻밤 여자였다가 절에 비구니 승으로 가게 되고 아들의 여인이 되어 궁에 입성하는 스토리와 추후 황후의 자리에 올라 섭정하면서 언니와 자신의 아들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야기는...권력이 그리 만들었는지 ..... 원래부터 이런 여인이라 권력의 중심에 들 수 있었는지...닭과 알처럼 판단이 어려운 그녀의 일생을 다시 한번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스토리보다 인간이 살아낸 삶의 스토리가 더 드라마틱했다.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측천무후 같은 인물이.

후에는 없을 것만 같은 여인의 삶을 살다간 그녀는 대단했다. 열네 살에 입궁해서 성인들도 하루가 다르게 죽어나가는 궁에서 살아남아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으니....비범함을 타고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도덕적인 잣대는 빼고 보자면.

 

쑤퉁의 다른 책 <나, 제왕의 생이>를 옆에 두고 있는데 역사 소설 외에도 그가 쓴 현대소설이 있는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문득 궁금해졌다. 다른 번역가의 손을 탄 소설들은 어떠한지. 특히 현대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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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
서은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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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0  우리는 왜 일하는 걸까? 왜 직업을 갖고,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정직하게 알려주는 책이 바로 <걱정 마, 시작이 작아도 괜찮아>였다. 평생직장은 물건너간지 오래되었고 눈 뜨고 일어나면 신종 직업군이 생기지만 안정된 직장은 커녕 꾸준히 출근할 직장도 찾기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일'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로 전락해 버렸다. '일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고,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걸 하자니 또 그건 아니었다(p241)는 표현이 20대,30대의 마음을 딱 대변해주는 표현일 것이다.

 

'늦은 출발은 없다'라고 말하는 저자 서은진은 아줌마다. 홍콩에서 남편과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커리어는 20대부터 결코 멈춘 적이 없다. 스물넷에 파견 계약직 비서가 된 것으로부터 주식 트레이더, 채권 영업팀의 비즈니스 매니저, 금융기관의 채권 거리 컨설팅 및 세일즈 담당, 네이버 파워 블로거의 이력까지...30대가 아닌 50대라고 해도 믿을만큼 화려한 커리어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그녀에 대한 부러움도 잠시 책을 읽는 동안 '아, 그냥 얻어진 것은 하나도 없어'라며 그녀의 좌절과 절망, 한숨을 한몸처럼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성공담만 이어졌다면 감동은 마이너스곡선을 그리며 떨어져버렸을 것이다. 아마도.

 

스물 여섯, 누구나 부러워하던 '골드만삭스'에서 해고당일 쫓기듯 짐을 싸서 나와야했고, 나= 회사라고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았다. 보수가 괜찮은 직장에서 일하다가 돌연 홍콩행을 택했을 때도 말리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용감했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앞서가는 누군가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늘 함께 성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세계속에서 글로벌한 일터에서 일하기를 꿈꾸는 이는 많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이는 적다. 왜일까. 비전을 세우고 목표를 정해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기 보다는 포기하는 편이 쉽기 때문이 아닐까.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키는 '도전'에 있다. 시도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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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특종! 엽기 스캔들
김성기 지음 / 북랩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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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첫째 아들이면서 왕이 되지 못했던 혹은 되려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사내, 양녕대군. 역사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감초처럼 등장하곤 하는 그는 군주 곁의 현자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난봉꾼으로, 어느 순간에는 의뭉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곤 했다. 어느 모습이 진짜 그의 모습인지 알 수 없을만큼 그에 대한 해석은 다양했다. 하지만 언제나 양녕대군에 대한 이야기뿐이었고 그의 후손에 관한 이야기가 없어서 평범했나보다 했더니, <특종! 엽기 스캔들>에서 언급되고 있었다.

 

양녕대군과 첩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 '이구지'는 권덕영의 아내였지만 천례라는 사내종과 눈이 맞아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왕인 성종은 신하들을 향해 "그냥 덮어두어라"라고 했다고 한다. 셋째 아들 서산군 이혜는 또 어땠는가. 세종시절 홍치 호군의 상 중 첩을 덮치려다 미수에 그친 일을 필두로 친척과 더불어 한 기생을 번갈아 탐하기도 했으며, 문종 치하에는 "술김에 사람을 자주 죽였다"라고 실록에 기록되어져 있기도 했다. 양녕대군의 27명의 자식 중 대부분이 이러했다고 하니.....좀 씁쓸해진다. 갑질은 조선시대에도 만연했구나...싶어져서.

 

아침 막장 드라마보다 더 경악할만한 사건도 있었는데 중종의 아픈 손가락 같은 딸인 효정옹주는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평생 마음 고생을 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죽었던 것. 이 같은 비보를 해산한 딸에게 의원과 의녀를 보내면서 알게 되니 분노가 하늘에 닿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어진다. 왕의 딸과 결혼했으면서 그의 미움을 사는 부마라니....그런데도 왕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왕의 권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니...조선의 왕은 양반보다 그 힘이 미약했던 것도 아니면서...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막판의 끝은 효정옹주를 힘들게 했던 첩 풍가이를 상궁 은대가 납치해서 죽였는데 그녀는 효정 옹주의 이모였다고 했다. 사람을 죽였으니 국법으로 다스려야겠지만 그녀는 유배형이라는 제법 가벼운 처벌을 받았고 명종이 즉위하자 문정왕후에 의해 다시 궁으로 불러들여졌다.

 

지고지순한 여인과 나쁜 남편 그리고 그 사이의 안하무인격인 첩. 여인의 죽음과 가족의 복수까지...아침드라마 혹은 평일 7시대 저녁 일일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스토리가 이미 조선시대에 있었음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너무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라기보다는 사람 사는 곳에 있었을 법한 추문들이 예전부터 산재해 왔구나...라는 씁쓸함이 남았다. 분명 어느 역사 드라마에서도 본 적 없는 이야기들이긴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역사의 틀은 교과서 중심이었을 뿐임을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면서....좀 더 다양한 역사 읽기를 시도해봐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된다. 자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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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 저택의 살인
코지마 마사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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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사랑하는 사이에서 들은 말이라면 어쩌면 달콤할 수도 있을 이 말, 주범과 공범 사이에서 들어야하는 말이라면 족쇄가 된다. <무가저택의 살인>은 낳아준 부모님의 존재가 궁금해 의뢰를 했던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치오지 시 남쪽 카타쿠라 마을 고아원에 20년 전에 버려졌던 '미즈키'는 성인이 되던 날 키워준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건네 받았다. 

 

화자는 미즈키의 외삼촌. 재산이 많이 굳이 직업을 갖지 않아도 되는 삶의 주인공인 '타카치카'에게 아버지의 정부와 그 딸이 찾아왔고, 배다른 누이였던 '레이코'를 집에들여 대학에 보내주고 보살펴왔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별채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고백. 이 사연을 읽고 미즈키는 고민되지 않았을까? 혈육을 찾아야할지 말아야할지. 첫번째 넉넉한 재산, 두 번째 부모에 대한 궁금증, 세번째 살인사건에 대한 궁금증....이 중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생모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하게 만든 것일까. 

 

 

P460  나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나쁘다-. 

 

 

에도 시대부터 전해내려오던 아카자 가의 전설이 그대로 재현된 듯한 살인사건을 두고, 그것도 20년 전에 살인했노라 고백한 글을 읽고 찾아간 저택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알 수 없는 음산함이었다. 게다가 과거의 살인이 현재의 삶에도 영향을 끼쳐 또 다른 살인을 불러온다면....비밀은 꼭 파헤쳐져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고 만다.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마지막 장에 이르러 뭉크의 절규처럼 비명을 지르게 만들고 말았다. 타카치카와 사이토가 동일인물이라는 결과.....경악스럽다. 이쯤되면-.

 

2005년에 <하늘로 돌아가는 배>로 작가가 된 코지마 마사키의 추리소설 <무가저택의 살인>을 읽고 문득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졌다. 특히 <저주 살인의 마을>이. 번역본이 있는지 한 번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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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
사이토 아카리 지음, 박현아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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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을 줄 알았다. 이 책을 읽고.

30만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감동 소설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에는 강아지 사진이 한 장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 흔한 깜찍한 동물 캐릭터도 본문에서는 눈 닦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예상밖의 책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반려동물 책을 펼치면 귀여운 강아지 사진, 탐나는 캐릭터들과 마주치곤 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묵묵히 이야기만 읊조린다. 그래서 귀만 열어둔 채 눈은 바삐 이야기를 쫓아나갔다.

 

11살의 아카리는 '개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어린 소녀다. 딸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는 아직 인간이었어."(p19)라고 다소 엉뚱하다 싶은 이야기도 서스럼없이 내뱉는 엄마와 간호사들을 "엄마"라고 부르는 버릇이 있는 아빠와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었다. 너무 바빠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빠만 허락한다면 모녀는 개 한마리를 키우고 싶어했지만 가족 중 유일하게 개를 반대하는 아빠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엄마없이 살기엔 참 어린 나이 11살에 엄마를 잃고 12살의 봄을 맞이한 아카리에게 갑자기 찾아온 강아지 한마리는 죽은 엄마가 천국에서 보내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부녀 사이에 대화가 없는 것을 보다 못해 답답한 나머지 골든 리트리버를 몰래 두고 간 것 같았다. "삭스". 엄마방에서 그녀가 앉아 있던 그 방석 위에 앉아 있던 강아지는 그렇게 불리며 가족이 되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은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12살부터 21살을 함께 보내는 동안 이별의 순간도 있었고 그리움의 순간도 있었으며 다시 가족으로 합쳐지는 사연도 있어 <강아지와 나의 10가지 약속>은 감동의 두께를 두껍게 만든다. 개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9가지 약속을 알려주고 엄마는 떠나버렸지만 삭스와 함께 보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카리는 마지막 1개마저 채워 '10가지 약속'을 완성할 수 있었다.

 

                                                                    #

 

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눠 주세요

싸움을 하지 말아요. 저를 때리지 말아주세요. 저는 당신을 물지 않으니까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세요

말을 듣지 않을 때에는 이유가 있는 거랍니다.혼내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주세요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언제나 당신의 편이에요.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지만 저에게는 당신밖에 없어요

제가 나이를 먹어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세요

제가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당신과 제가 함께 보낸 날들을 저는 절대로 잊지 않을 거에요

제가 이 세상을 떠날 때는 곁에서 지켜봐주세요....그리고 부디 잊지 말아주세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

 

 

아, 절대 울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에 펑펑 울고 말았다. 이 10가지 약속을 읽으면서. 아직 이별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글자 한글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버렸다. 내게도 몇년 째 소중한 가족으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어서일까. 꼭 내 고양이들이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아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다가 어느새 소낙비가 되어 뚝뚝 떨어져버렸다. 그래, 꼭 지킬거야!! 이런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모두의 마음 속에. 그리고 그 착한 약속들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정말.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야 흑백으로 강아지 사진을 몇장쯤 볼 수 있었으나 이미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명작이 주는 감동보다 생활밀접형(?) 경험이 주는 감동이 더 좋다. 요즘은.

 

어제도,오늘도 반려동물을 버렸다, 학대했다는 소식들이 끊이질 않고 들려와 마음이 불편했는데 가뭄 끝 단비처럼 읽힌 이 책 한 권으로 그 불편함이 쑤욱 내려갔다. 앞으로 누군가가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한다면 이 책을 꼬옥 선물하려한다. 마음 속에 10가지 약속에 대한 각서를 스스로 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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