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6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와 함께 자랐고 고양이가 좋아 수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개'와 '고양이'보다는 '가축'을 다루던 시대에 수의사가 된 제임스 헤리엇. 대학 교재 안에도 마지막에 겨우 실린 '개'와 달리 고양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시절이라 결국 그는 꿈대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는 수의사'가 되지 못한 채 작은 시골 마을에서 가축을 돌보는 수의사가 되었다. 불황기를 겪던 1930년대 영국에서.

하지만 농장 어디에서나 고양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관대했던 마을 사람들 덕분에 수의사 헤리엇은 많은 고양이들의 주치의가 될 수 있었다. 정작 그는 반려묘가 단 한 마리도 없었지만. 요즘과 다른 그것도 영국의 시골 마을에서 일어났던 일이라고는 해도 대한민국의 도심보다 고양이에 대한 마음은 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째 과거보다 못한 현재를 살아가게 된 것일까. 우리와 도시의 고양이들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찾아든 묘연도 특이했지만 그들이 헤리엇과 쌓아온 시간 역시 참 따뜻할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 고양이진료는 직업이 아닌 로망이었으므로. 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듯 그들을 돌보았고 치료 후 삶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며 그 소식을 계속 들으며 살아갔다. 심지어 임시로 돌보았던 고양이를 찾아 부인과 함께 이웃마을로 달려가기까지 했던 수의사 헤리엇.

그가 만난 고양이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길고양이 혹은 집고양이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쏟아부은 한 수의사의 사랑과 관심은 헌신적이었다. 애타하고 안도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반려묘가 없어도 그는 일생 캣대디였다

 

반려묘 알프레드가 원인불명으로 시름시름 앓자 웃음을 잃고 함께 시들어버린 사탕가게 제프, 외지에서 이사온 럭셔리한 본드 부부의 고양이 보호소, 길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생을 함께 한 고양이 올리와 지니, 여행가의 고양이 에밀리, 돼지 무리 속에서 돼지 젖을 먹고 자란 갈대 숲에서 발견된 모세, 죽어가는 어미 고양이가 물고 온 새끼 고양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기고 소중히 기른 에인즈워스 부인.....그 어느 동화보다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 수의사의 삶에 펼쳐졌다. 고양이와 이웃들로 인해.

그에게 수의학은 의술을 넘어선 '삶을 이어나가는 간절함'이 아니었을까. 매순간 살리기 위해 손과 마음을 다해 고양이들을 대했던 수의사가 만난 특별한 고양이들 이야기가 짧게 수록되어 있는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의 다음 권이 있다면 그 책 역시 빨리 읽고 싶어졌다. 집사인 내게도 이 책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냐옹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5
노석미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호랑이를 똑닮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읽고 마음에 애잔함이 가득찼다. 길에서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는데 '도둑 고양이'로 불리던 아이들. 요즘엔 '길고양이'로 불리고 있지만 그 삶은 들여다보면 한없이 슬프고 아파서 가슴 한 켠으로 돌을 껴안듯 내려앉게 만드는 녀석들.

내 고양이를 닮아서 더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동화 <<냐옹이>>는 사람의 시선에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등어 태비무늬의 이름 없는 길고양이 한마리는 늘 배가 고팠다.
빗자루를 들고 쫓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1시 11분 눈썹으로 매섭게 노려보는 사람들까지....작은 고양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이었다. 하지만 고양이도 사람들이 싫었다(이 부분이 놀라웠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는 사람 외에도 수다스러운 새를 싫어했고, 방정맞은 개도 싫었으며 소년들은 정말 싫다고 했다. 그 싫어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테였고, 그 이유가 짐작가는 것들이어서 덤덤하게 쓰여진 짧은 문장은 고양이 집사의 마음을 아프게 후벼판다. 칼로 낸 생채기보다 글자가 그은 상처의 깊이가 더 깊다. 공원에 혼자 웅크리고 누운 고양이의 그림을 보는 순간 쭉쭉 깊어져간다.

모두에게 미움받는다는 생각. 세상에 홀로 던져진 고양이에겐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정말이지 모든 게 다 맘에 들지 않았다며 자신을 꽁꽁 싸맨 채 괜찮은 척 구는 걸까. 그때 안경을 낀 소년이 나타나 고양이를 조용히 불렀다.

 

처음엔 귀찮았다. 나옹이라니...제맘대로...! 비오는 날이 싫어 투덜대는 고양이에게 소년이 우산을 씌워주곤 빗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기까진. 마음이 움직여진 건 한 순간이었고 고양이는 소년의 집 앞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의 '냐옹이'가 되었다. 쑥스럽지만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되었다.

'꽃'이라는 시에서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더이상 외롭지 않았을 것이고 점점 싫어하는 것들보다 좋아지는 것들이 많은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소년의 집냥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모두 행복한 상상들이었다. 그래서 동화의 끝은 해피엔딩이라고 결론내렸다. 멋대로.

사람들을 보면 피하거나 반대로 위험한 사람에게도 다가서는 손탄 고양이들 소식을 접해 온 내게 투덜이 스머프처럼 '싫어'를 연발하는 고양이는 낯선 존재였다. 그래, 이런 고양이도 있을 수 있어!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으로만 불러봤던 길고양이들의 이름을 한번씩 불러주어야겠다 싶어진다. 익숙해지라고 부르는 이름이 아닌 적어도 '너는 내게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 발이냐옹 마성의 고양이 힐링 사진집 1
PIE International 지음 / 아르누보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찹쌀또옥~ 군단이 몰려왔다. 고양이 집사들과 랜선집사들의 마음을 훔쳐온 여러 고양이들의 말랑말랑한 솜방망이들이 가득한 책. 첫 페이지부터 사진이 주르륵!!!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힐링북 <누구발이냐옹>. 까만솜, 하얀 솜, 통통한 솜, 작은 솜 ...누구 발인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지만 제목은 '누구발이냐옹'인 얇은 책으로 힐링타임을 가졌다.

미세먼지 흩날리고 기침에, 콧물이 멈추지 않아 좀처럼 외출도 할 수 없는 요즘, 방구석에서 미소만개할 책을 찾아내다니....맨날 보는 발들인데 뭐가 그리 좋냐고 물으신다면...보고 또 봐도 좋다고 대답할 수 밖에. 어떤 발은 우리 나랑곰처럼 두툼하고, 또 어떤 발은 우리 라임이 발처럼 앙증맞아서 더 좋다면 이해가 될까.

고양이를 반려해본 사람들이라면 심쿵하고, 홀딱 반할 책은 사실 읽을 거리는 별로 없다. 등장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소개와 짧은 이력 정도가 소개된 페이지에서나 글자를 찾아볼 수 있을까. 죄다 사진들뿐이지만 행복지수는 절반을 읽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고양이 꼬리, 고양이 귀, 고양이 눈망울, 고양이 발만 보고도 흐뭇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분 나쁜 일도 고양이와 뒹굴다보면 다 잊어 버린다는 누군가의 고백처럼 나 역시 고양이와 살면서 많은 것들을 발견해나간다. 어느 날엔 삶의 철학을 발견하고 어느 날엔 인생의 여백을 즐기면서.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인 게 맞겠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카페 일기 2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다카페 일기 2
모리 유지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견 '와쿠친'이 떠난 지금, 가족들에게 이 책은 '추억이 물씬 담긴 책' 으로 읽히지 않을까. 담아내는 순간이 없었다면 기억 속에서 빛바래 바스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지난 '오늘들'. 성장하는 두 아이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러지고 서랍에 걸터 앉은 창의적인 자세까지 선명하게 되새겨 볼 수 있는 건 역시 '책'으로 묶어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런 의미로보면 참 부럽다. 이 가족.

쉽게 헤어지고 쉽게 버려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평범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함께 맛 볼 수 있는 건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것만큼이나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일상 공유가 그토록 이슈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흉측한 사건사고에 노출되어 감각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지루하지 않은 일상의 힘을 보여주는 책일랄까. 자극적이지 않아 평온한 마음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을 1권-3권-2권의 순으로 읽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어 버렸지만 나쁘지 않았다.

 

'사랑한다'는 단어가 반복되지 않았도 알 수 있었다. '소중하다'고 강조하지 않아도 드러났다. 사진 한 장 속에서 그 시선이 충분히 느껴졌다. 그래서 세 권 다 읽게 된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시카 심순의 봄 - 가족 찾는 예쁜 누렁이와 나의 이야기
홍조 지음 / 루비박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유기견 임보를 하던 저자에게 맡겨진 추정나이 4~5살의 누런 개. 파주 심학산 등산로에서 비쩍 마른 몰골로 발견되었다는 '리라'는 입양이 걱정될 만큼 착하기만 한 외모의 큰 개였다고 한다. 고양이 두 마리와 동거하면서 몇몇 유기견들을 임보해온 저자 역시 처음에는 임보를 거절했을만큼 자신 없어했던 리라. 하지만 인연이였을까.



일러스트레이터의 품에 안긴 녀석은  SNS에서 '예쁜 누렁이'로 불리며 견생 2막을 즐기고 있다. 물론 임보는 입양으로 이어졌고 이름 또한 '리라'에서 '제시카 심순'이 되었다. 책 대목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 눈에 귀여운 개들만 좋아하고 귀엽지 않으면 흥미를 갖지 않는, 그냥 개의 겉모습만 예뻐하는 사람이었던 거다(P21)". 한 문장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나 역시 다르지 않았으므로.



유기견, 유기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안타까움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계기의 문턱을 넘어서면 이 모든 순간이 반성으로 다가온다. 저자 역시 그 과정을 거치면서 '유기견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그냥 예뻐할 줄만 알았지 한 번도 사랑한 적은 없었던 게 분명하다고 반성하면서 시작된 유기견 임보봉사.

저지레도 안하고 산책만 시켜주면 얌전하다는 제시카의 일상은 귀여움 자체였다. 인형과 나란히 이불 속에 누워 있는 모습, 판매되고 있는 햄스터 장 앞에서 애잔한 눈빛으로 버티고 앉은 모양, 모자쓰고 꽃 앞에 앉아 사진찍힌 환한 얼굴, 큰 가방에 담겨 지하철을 탄 웃지 못할 모습까지....어느새 큰 개임을 잊게 만드는 귀여움이 잔뜩 묻혀져 있어 내 고양이와 함께 구경하며 킥킥댔다. 그리고 1년 만에 '나랑 함께 살아줄래?' 결심한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왈칵!!알고 봐도 감동인 건 어쩔 수 없다.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누렁이라는 '제시카'는 그렇게 임보엄마가 아닌 진짜 엄마와 함께 두번 째 봄을 맞이했다. 해피엔딩으로 이어져 다행이다 싶고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기 때문에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감동의 무게는 묵직했다.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버리는 사람보다 품어주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유기견/유기묘'라는 말도 더이상 쓰지 않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구 온난화와 반대로 도심정서의 온난화는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 떠난지 참 오래 되었는데, 지하철 몇 호선을 타면 '제시카 심순'을 만날 수 있을까? 얘, 너 몇 호선 타니? 묻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