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심순의 봄 - 가족 찾는 예쁜 누렁이와 나의 이야기
홍조 지음 / 루비박스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기견 임보를 하던 저자에게 맡겨진 추정나이 4~5살의 누런 개. 파주 심학산 등산로에서 비쩍 마른 몰골로 발견되었다는 '리라'는 입양이 걱정될 만큼 착하기만 한 외모의 큰 개였다고 한다. 고양이 두 마리와 동거하면서 몇몇 유기견들을 임보해온 저자 역시 처음에는 임보를 거절했을만큼 자신 없어했던 리라. 하지만 인연이였을까.



일러스트레이터의 품에 안긴 녀석은  SNS에서 '예쁜 누렁이'로 불리며 견생 2막을 즐기고 있다. 물론 임보는 입양으로 이어졌고 이름 또한 '리라'에서 '제시카 심순'이 되었다. 책 대목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 눈에 귀여운 개들만 좋아하고 귀엽지 않으면 흥미를 갖지 않는, 그냥 개의 겉모습만 예뻐하는 사람이었던 거다(P21)". 한 문장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나 역시 다르지 않았으므로.



유기견, 유기묘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안타까움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계기의 문턱을 넘어서면 이 모든 순간이 반성으로 다가온다. 저자 역시 그 과정을 거치면서 '유기견 임시보호'를 시작했다. 그냥 예뻐할 줄만 알았지 한 번도 사랑한 적은 없었던 게 분명하다고 반성하면서 시작된 유기견 임보봉사.

저지레도 안하고 산책만 시켜주면 얌전하다는 제시카의 일상은 귀여움 자체였다. 인형과 나란히 이불 속에 누워 있는 모습, 판매되고 있는 햄스터 장 앞에서 애잔한 눈빛으로 버티고 앉은 모양, 모자쓰고 꽃 앞에 앉아 사진찍힌 환한 얼굴, 큰 가방에 담겨 지하철을 탄 웃지 못할 모습까지....어느새 큰 개임을 잊게 만드는 귀여움이 잔뜩 묻혀져 있어 내 고양이와 함께 구경하며 킥킥댔다. 그리고 1년 만에 '나랑 함께 살아줄래?' 결심한 페이지에서는 눈물이 왈칵!!알고 봐도 감동인 건 어쩔 수 없다.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는 누렁이라는 '제시카'는 그렇게 임보엄마가 아닌 진짜 엄마와 함께 두번 째 봄을 맞이했다. 해피엔딩으로 이어져 다행이다 싶고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기 때문에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감동의 무게는 묵직했다.

 

 

서울이라는 삭막한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건 역시 사람이다. 버리는 사람보다 품어주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유기견/유기묘'라는 말도 더이상 쓰지 않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구 온난화와 반대로 도심정서의 온난화는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 떠난지 참 오래 되었는데, 지하철 몇 호선을 타면 '제시카 심순'을 만날 수 있을까? 얘, 너 몇 호선 타니? 묻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