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1 미도리의 책장 6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치 게임처럼....

나는 [신세계에서]를 읽으며 기시 유스케가 던져놓은 세상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보았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처럼 마법의 공간을 통해 이동하듯 쭈욱쭈욱-.

2008년 제 29회 일본 SF 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기존의 기시 유스케가 보여주었던 사회고발성 소설과는 사뭇 다르게 보여진다. SF라니...그것도 천 년 후의 미래. 

터미네이터가 나오고 아이로봇이 등장해야지만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와 역행하는 미래의 모습도 우리는 분명 가늠해보아야 할테니까 말이다. 완벽하게 보이는 이상향 속에서 전설은 잔혹한 모습으로 다가와 있었다. 지구는 네모나니까 그 끝으로 가면 떨어져 죽는다고 했던 지구 네모설을 믿었던 중세인들처럼 마을 경계밖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어른들의 말을 아이들은 믿어야 했을까. 

화자인 와타나베 사키는 23년이 흐르고서야 열두 살이었던 그날 밤을 회상한다. 우리는 그의 회상을 따라 과거로 잠입할 수 있으며 그 시작은 가미스 66초를 배경으로 하여 수장이었던 아버지와 사서였던 어머니가 자신을 낳던 날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된다. 

함께 자란 친구들과 금기시 되던 지역을 벗어나 요괴쥐를 만나는 것도 그들끼리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것도 정상적인 범위의 행위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하나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소설은 SF적임을 시사하고 있었고 판타지의 조각처럼 그 무엇이 나타난들 리얼리티를 고려하지 않아도 좋다는 점을 인지하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불필요한 기술을 버리고 초능력만 갖고 사는 신인류라는 점과 신세계는 완벽한 유토피아라는 점도 처음부터 인지되고 있었기에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진실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는 경고가 붙은 만큼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고 읽을 수는 없게 만드는 책. 바로 기시 유스케의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에 사는 너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나중길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여행자의 아내]를 재미나게 읽었기에 작가 오드리 니페네거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물론 그 다음 작을 읽어보아야 이 작가의 진정한 필력을 알 수 있겠다 싶기는 했지만........

드디어 작가의 다음 권을 읽게 되었는데 [더 미러]와 비슷한 느낌인 [내 안에 사는 너]는 2대에 걸친 쌍둥이의 사랑과 사연이 묻어있는 스토리였다. 엘스페스와 에디 자매는 일란성 쌍둥이인데, 에디가 엘스페스의 연인과 함께 도망가는 바람에 자매는 20년 동안이나 소원했다. 

도망간 연인인 에디와 그녀의 남편사이에서는 줄리아와 발렌티나라는 쌍둥이 자매가 태어났지만 남겨진 엘스페스와 로버트 사이에는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엘스페스는 두 쌍둥이 조카에게 자신의 유산을 남기게 되고....20살이 된 쌍둥이들이 엘스페스가 남긴 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진다. 왜냐하면 그 집엔 죽었으나 아직 떠나지 못한 엘스페스의 유령이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쌍둥이 자매의 사소한 장난으로 시작된 2대에 걸친 비극은 강박증이 있는 남자 마틴을 사랑하게 된 줄리아와 이모의 애인을 사랑하게 된 발렌티나에게로 이어지고....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결론으로 소설은 매듭지어지는 듯 보인다. 

사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보다 [내 안에 사는 너]가 더 재미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보아서일까. 전작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어서였을까....아쉽게도 그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리 망치 - 2005년 일본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블랙 캣(Black Cat) 10
기시 유스케 지음, 육은숙 옮김 / 영림카디널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세번째로 읽으면서 이만큼의 방대한 양을 한순간의 흐트러짐 없는 호흡으로 써내려 가는 작가에 대해 궁금증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읽었던 [13번째 인격]에서부터 [크림슨 미궁]과 [유리망치]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한 재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환경에 의해 사악해 지는 것일까. 아니면 환경을 탓하면서 사악한 본성이 드러나게 되는 것일까. 앞의 경우엔 장발장이 생각났고, 후자의 경우엔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떠올려졌다.

 

[유리망치]를 읽으며 닭과 달걀같은 이 문제가 머릿속을 파고든 까닭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고 나서였다. 그 전까지는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밀실 사건의 트릭을 파헤치기 위해 골머리를 앓으며 읽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반에서 범인이 트릭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보게되면서 인간의 사악함과 낮은 밀도의 죄의식에 대해 고민스러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아주 미미했다. 롯폰기 로쿠센 빌딩의 꼭대기 층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 꼭대기 층은 베일리프라 불리는 회사에서 사용중이었는데 간병보조 기구를 만드는 회사였다. 그 회사의 사장이 완벽한 자신의 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다. 아무도 드나든 흔적이 없던 완벽한 밀실 살인 사건인 셈이었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다른 방과는 다른 열쇠를 사용 중이며, 경비실에 기록을 남겨야 드나들 수 있는 건물,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12층 꼭대기 층에 가기 위해 그들만의 암호를 눌러야 올라갈 수 있는 층이었다.

 

 

이 까다로운 절차를 다 피해가며 사장실에서 사장의 뒤통수를 갈긴 범인은 누구일까. 용의자로 지목된 전문쪽에서 아오토 준코를 변호인으로 세우고 준코는 사건의 해결을 위해 방범 컨설턴트인 에노모토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간병 원숭이, 경비, 간병로봇이 차례로 거론된 가운데 명석한 에노모토의 추리에 반해갈 무렵 매력적인 범인이 나타나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범인인 아키라다. 부모의 빚으로 인해 대부업체 야쿠자의 빚독촉을 받게 된 남학생 아키라. 살아남기 위해 신분을 세탁한 채 도쿄에 숨어 살고 있었다. 여러 직업을 거쳐 유리청소를 맡게 된 그 앞에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숨기는 베일리프 사장의 모습이 눈에 띄고 더이상 숨어사는 일에 이력이 난 아키라는 사장을 죽이고 보석을 손에 넣을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탐욕이었을까. 물욕이었을까. 생명에 위협을 느끼며 살고 있어서였을까. 무엇이 한 어린 남학생을 철저하고 냉혹한 살인마로 만든 것일까. 에노모토의 말처럼 유리망치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유리로 만든 망치가 진짜로 위험한 흉기가 되는 것은 부서진 후인 것도 사실이다. 출소후 아키라가 갱생되어 나올지 훨씬 더 위험한 흉악범이 되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이 모든 사실과 가정을 뒤로하고 제목 [유리망치]는 처음과는 달리 섬뜩한 느낌으로 와 닿는 것은 인간의 추악한 면을 소설을 통해 깨달아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악의적인 주인공은 글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도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고발적 소설을 읽을때처럼 기시 유스케의 글들 역시 인간성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단 세 편의 장편을 읽고 나는 기시 유스케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가 되어버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균관 스캔들]의 걸림커플이 동성애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작을 읽어 그들의 의견을 웃으며 날리며 드라마를 재미나게 보고 있는 요즘, 읽고 있던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이라는 작품은 정말 동성애가 언급된 작품이었다. 

화율. 원래의 이름이 아닌 저승차사가 되어 붙은 이름이지만 그는 금지된 사랑으로 목숨을 잃은 과거이력이 있다. 바로 동성애. 그런 그가 수습 저승차사가 되어 인간계에 관계하게 된 시기는 영정조때. 좀 더 정확히 언급하자면 사도세자 사후의 영조 치하다. 

소론과 노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그 즈음. 성균관 스캔들에서 윤희를 사이에 두고 노론 선준과 소론 재신이 탕평을 이룬 것처럼 연홍과 수강은 노론과 소론을 떠나 부부의 연을 약속한 집안이다. 부모들의 당파를 떠난 친교로 인해 그리 되었지만 역적으로 몰리면서 가족을 잃게된 그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헤어지게 되는데 열 여섯의 수강은 혀를 잃고 연홍은 눈이 멀게 된다. 

연홍이 눈이 멀게 된 이유는 화율 때문이었는데 그의 실수로 말미암아 연홍의 눈이 멀게 된 것도 어쩌면 인과율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해가 쉽지만 이야기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전생과 현생이 섞여 이야기를 풀면서 헷갈려지기 시작하는데 아쉽지만 그 점이 이야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아닌가 싶어진다. 

그들의 운명이 얽힌 가운데 화율은 미리 받아낸 소원 하나를 "마지막 선택"으로 사용하게 되고 끊어지지 않은 인연이 현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끝맺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림슨의 미궁
기시 유스케 지음, 김미영 옮김 / 창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기시 유스케의 전작 [13번째 인격]을 충격적으로 읽으며 작가의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하나의 작품이 좋은 작품이었다면 다음 작품도 반드시 읽어 얻어 걸린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필력이 우수했음을 확인하고 싶은 못된 버릇 때문이었다.

 

기시 유스케. 그는 역시 연이어 읽게 된 작품에서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크림슨의 미궁]은 시작부터 좀 묘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었다. 목숨을 건 서바이벌이라는 소재는 흔한 소재가 되어 버렸다. 그 유명했던 일본의 잔인했던 서바이벌 영화도 있었고 미국 영화 쏘우도 그 류라고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헝거게임]에서도 그 맥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야 그 참신성과 잔혹함 때문에 입에 많이 오르내리게 되지만 잦아지면 익숙해져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라 [크림슨의 미궁]을 펼쳐들면서 "또"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미는 달라진다는 사실이 이 소설로 입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크림슨의 미궁. 꼭 그리스 어느 섬의 괴물이 나올 듯한 미궁을 뜻하는 제목 속에서 우리는 올드보이의 시작처럼 이동되는 시작을 맛보게 된다. 후지키 요시히코. 40세. 서바이벌 소설의 주인공으로는 다소 노쇠한 듯 한 주인공인 후지키는 큰 증권회사에서 근무하다 회사의 도산으로 실업자가 되었고 자식이 없는 가운데 아내와의 이혼도 예고된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실업자이자 동시에 노숙자가 되어 버린 후지키.

 

그를 기다리고 있는 앞날이라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우중충하고 어두운 것으로만 생각되던 어느 날, 전향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것처럼 낯선 곳에 버려진 자신을 발견한다. 앞 뒤의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 이상한 날에.

 

그에게 주어진 휴대용 게임기 화면 속에서 "화성의 미궁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시작되면서 그는 생명 서바이벌의 아바타 중 하나가 된다. 도중에 몇몇 플레이어들과 만나게 되지만 그 중 게임기를 망가뜨려버린 오토모 아이라는 여자와 함께 이동하게 되고 플레이어들은 게임기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 한 명만 살려준다는 게임의 세상 속으로....

 

인간은 한계 상황에 오면 인면을 상실하게 되는 것일까. 다른 팀인 나라모토,쓰루미 조가 함께 하던 세노오의 인육을 먹으면서 그들은 식시귀로 변해버렸고 다음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시시각각 후지키와 아이팀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은 꼭 바이오 하자드의 한 장면처럼 눈 앞에 펼쳐졌다.

 

현실인지, 가상공간인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인간인지, 아바타인지 구분이 모호해질 무렵 인육을 먹어 신체까지 변화되고 있는 나라모토와 쓰루미의 본능적인 추격을 받던 후지키는 가까스로 살아 [화성의 미궁]에서 탈출한다.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물음과 함께 그가 다시 기억을 되돌려보면 정작 아이는 너무나 이상한 점이 많은 여자였는데, 그녀는 이름에서부터 장애가 있던 청각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거짓같았다는 것이 결론내려졌다.

 

아이가 의심되는 가운데 후지키에게 친구 후카야가 들려준 이야기 하나는 아주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스너프 비디오계에서 세미다큐멘터리 식으로 리얼 서바이벌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구매자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게임처럼 리얼하게 찍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그들이 인간을 마치 아바타처럼 게임의 도구처럼 살생하게 몰아간다는 사실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재미를 위해 인간의 잔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드는 살생 게임. 그 현장성을 위해 카메라 장치를 단 인물도 그 사이에 밀어넣어 생생하게 리얼 생중계를 한다니......

 

[크림슨 미궁]은 그 붉은 책 표지 만큼이나 무섭고 잔혹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오랜세월 군만두만 먹고 살아남았던 것보다 더 잔혹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