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Turn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이재오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3시 15분. 
같은 시간. 같은 하루. 반복적인 하루가 계속되면 우리는 어제의 후회를 줄일 수 있을까. 아니면 도리어 무료해져버릴까. 운명을 바꾸기 위해 반복되는 하루를 이용하는 경우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많이 봐왔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그랬고, 수퍼내추럴에서도 봐왔던 에피소드라 낯설지 않았다. 게다가 아주 오래된 영화 속에서도 라디오 소리에 눈을 뜨는 반복적인 하루를 사는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본 바가 있다. 이토록 낯설지 않은 소재로 그토록 희안한 글만을 써온 기타무라 가오루는 어떻게 표현할까. 


시간의 반복 속에서 나를 만나다

"시간과 사람의 3부작 중 하나인 [턴]은 작가 자신도 특별한 작품이라 칭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짧은 제목의 소설에 호기심이 일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반복적인 시간 속에서 만나지는 것은 나라는 존재인지, 그 시간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이 모든 것들이 호기심으로 다가와 책을 가까이 하게 만든다.

보안원인 엄마와 함께 사는 마키는 판화가이며 스물아홉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다음부터 매일 같은 시각으로 되돌아오는 기이한 현상을 겪고 있다. 혼수상태인 "나"와 시간의 반복을 겪고 있는 "나"로 나누어버린 그날 아침의 그 사고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머무름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책을 읽으면서 꽤 여러번 놓았다가 다시 잡기를 반복해야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자꾸만 책을 놓게 만들었고 결국 여러번의 다시잡음끝에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었는데 왜 그래야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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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3세 만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주혜 옮김, 패트릭 워런 그림 / 좋은생각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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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욕망의 불꽃]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철공소집 둘째딸 윤나영은 필요에 의해 스스로를 악하게 몰아가는 여인이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선택에 따라 인간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은 나영 자매의 다른 삶이 잘 보여준다. 결국 행복은 많이 가진 자의 것도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자의 것도 아닌 듯 했다. 특히 나영의 시가 식구들을 보면 가정에 돌아와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이익을 위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그 속에서도 불행해하기 보다 욕망을 위해 점점 더 손길을 뻗는 그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리처드 3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 3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어려서부터 즐겨 읽던 것들이 지겨울 만큼 익숙하게 느껴졌는데도 나는 리처드 3세라는 작품을 알지 못했다. 결국 이야기의 탐독에도 틀이 있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고 혹시나 모를 다른 작품들까지 찾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생년도에서부터 최후 유언장까지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이 이야기꾼이 바라본 리처드 3세의 욕망의 화신이었다.  노트르담의 종지기처럼 곱사등에 악마같은 흉측한 얼굴의 사내는 그 누구보다 강한 성공의지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영악하고 술수에 강했던 그는 피바다를 지나 대영제국의 왕관을 머리에 얹게 된다. 하지만 영웅이나 황제의 근엄함 따위는 어울리지 않을 악마의 자식같은 음울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게 묘사되어 있고 그림컷의 면면마다 그가 나타날때면 스크린톤이 한톤 정도는 더 무겁게 입혀진 듯한 착각이 일곤했다. 

평범한 인간들의 내면에도 괴물이 한 두 마리쯤은 숨어 있다는데, 숫제 하이드 같은 이 사내의 검은 속내는 그 자신조차도 판가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스터 공작이었던 리처드는 형과 조카들,신하들,심지어는 억지로 얻은 아내까지 숙청하는데 망설임이 없었으며 그의 야심에 반하는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하여 12년에 왕이 되었지만 세조처럼 찬탈왕위를 지키는데는 미흡했는지 그 역시 후일 헨리 7세가 되는 리치먼드에게 제거당한다.

마침내 케퓰러와 몬타규의 화해가 이루어지듯 오랜 세월 "장미전쟁"이라 불리는 싸움을 해온 랭커스터가와 요크가 사이의 장미전쟁이 엘리자베스와 헨리7세의 결혼으로 마침내 그 유명한 튜더 왕조의 시작점을 열게 된다. 어딘지 그림이 참 익숙하다 느껴지는 패트릭 워런의 그림 속 리처드 3세는 너무나 무섭게 그려져 전설의 고향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는데, 인물에 대한 기본 지식없이 살펴본 [리처드 3세]는 그 빠른 전개로 인해 생략된 부분이 많아 먼저 공부하고 보았다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나 훌륭해서 셰익스피어 원작이라는 타이틀을 굳이 붙이지 않고서도 충분히 어필될 스토리 라인이었으며 고전을 뛰어넘어 새로운 감각으로 야만의 시대를 구경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만든다. 1471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쟁 속에서 리처드 3세는 그 짧은 기간의 왕좌가 만족스러웠을까. 왕이 된 그에게 남겨진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대의 악당 한 명과 마주하고 있다. 여전히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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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콜라 쇼콜라
김민서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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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들어도 달콤해지는 소설이 있다. [쇼콜라쇼콜라]는 칙릿도 아니고 남녀의 근사한 로맨스도 아니면서 여성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달콤함이 담긴 소설이었다.

 

너무나 다른 두 여자. 그것도 태어나면서부터 늘 비교당해왔던 두 사람.

 

미스 엄친딸인 단희는 너무 맑은 물이라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늘 왕따를 당해야했고 미스 오지랖인 아린은 학벌,직업, 남친에 이르기까지 엄마의 자랑이 되지 못한 채 껍데기뿐인 20대를 살고 있었다.

 

백단희와 도아린은 이제 한 집에 산다. 서로가 가진 것에 더 높은 점수를 주며 살았던 그들이 한 지붕 아래 산다는 것은 묘하게 이질적이면서도 또한 묘하게 기대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보태게 만들고 있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사회 속에서건 가정 속에서건 언제나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 점점 변해가는데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단희와 아린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어 상대를 변하게 만들게 될지가 읽는 내내 궁금했었다. 추리소설을 야금야금 읽어가듯 조금만 더 읽으면 조금만 더 보면 나오겠지 싶어지는 조바심때문에 소설 한 권을 순식간에 후딱 읽어 버렸는데, 역시 소설은 제목만큼이나 달콤한 엔딩으로 우리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아린의 2층에 사는 무시무시하게 뚱뚱한 여인의 사연을 듣는 날 그녀의 입으로 내뱉어진 대사가 진정 작가가 내뱉고 싶은 말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그 대사를 나는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인생에나 탈출구는 있는 법이야. 찾으려는 의지가 있느냐, 언제 찾느냐가 문제지.."라던.

 

다른 소설에서 나왔다면 교과서적인 교훈이 될 법한 문장이 쇼콜라 속에선 달콤함 속에 숨겨진 짜릿함처럼 단물과 함께 배여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생이 그러하듯 모든 것이 지난 후 그들은 모두 행복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삶을 다 산 것이 아니니 모두가 행복해졌다는 식의 해피엔딩 멘트를 남기기 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은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행복해지고 있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표현 같았다.

 

그들 앞에 나타났던 것은 터닝 포인트도 티핑포인트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정답 없는 인생에서 이제 인생을 정답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찾게 되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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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 여자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유리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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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가의 붕괴]를 읽으면서 이 작가 꽤 괴짜스러운데가 있구나 라고 느꼈지만 [이야기꾼 여자들]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굳혀졌다. 


....부잣집 도련님인 "그"는 시간이 많았지만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해 책을 읽게 된 사람이었다. 책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던지 아라비아의 왕을 흉내내면 젊은 이야기꾼 여자들을 모집해 재미난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국에서 모인 이야기꾼 여자들이 내뱉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시작부터가 괴짜스러운 소설은 처음 등장하는 [초록 벌레]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작은 등이 하나 켜지는 것처럼 번쩍거리게 만든다. 초록색 갑충을 먹고 낳은 아이는 무슨 색의 옷을 입게 되더라도 초록빛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어떻게 더 전개되거나 사건을 일으키는 일도 없이 딱 고까지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짧게 하지만 어이없이 끝나버리는 그녀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몽환적이거나 판타지적일뿐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없이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고 끝나는 형식이었다. 

남편이 아내몰래 아내와 똑같이 만든 마네킹을 아내처럼 여기고 사는 [내가 아니야]라는 이야기도 그러했고, 스이코의 일족이라며 고백해온 남자 미즈가 머리에 물을 담고 산다면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서 잠든다는 이상한 이야기 [스이코]도 평범의 도를 넘어선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학생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오는 여자마다 족족 비밀스럽지만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신비한 경험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해서 이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중이다. 

작가의 다음 소설 [턴]을 읽기 전에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어본다. 이젠 놀라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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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피어나는 지점토 이야기
린멍샹 지음 / 혜지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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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아닌 타이완 여인이 20년간 만들어오고 사랑해온 지점토들은 사실 우리 나라 엄마들도 한때 유행처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배워왔던 인기 취미 생활이었다. 그 시절, 어느 집 할 것 없이 지점토로 만든 시계나 티슈통 정도는 있었을 것이고 취미 미술반도 많았는데 이젠 문화 센터에서 배울까. 엄마들의 다양한 배울거리로 인해 그 인기가 조금은 식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예전처럼 지점토만 배우는 엄마는 없어 보인다. 

지점토. 그냥 흙이 아닌 흰색같기도 하고 회색빛깔을 띄기도 하는 이 흙은 펄프, 석회, 접착제, 물의 혼합물로 이루어졌으며 이전의 지점토들이 무거웠던데 반해 요즘엔 초경량 지점토가 발명되어 전통 지점토를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지점토라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더 좋은 품질이 개발되고 있나보다. 색까지 입혀져 나온다고 하니 채색이 귀찮은 이는 색점토를 구입해서 써도 좋을 듯 싶다. 취미생활도 이젠 편리함에 편리함이 더해져 만드는 즐거움과 과정의 편리함까지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 감탄할 지경이다. 

이 지점토를 쉽고 다양하게 활용해서 만들기에 응용한 작품들과 그들을 만들기 위한 도구와 부품들을 구경하면서 기본부터 배워 초급-중급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그때마다 예쁜 작품들이 생길테니 한번 배워볼까 싶어지기도 했다. 특히 [남자의 자격]에서 장기 프로젝트로 가수 김태원은 알공예까지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지점토는 덜 까다로워 보여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면 꽤 많은 생활용품들로 집이 가득 메워지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정말 배울 시간이 허락될지는 미지수지만 크리스마스 풍 벽걸이, 티슈케이스, 예쁜 수저통, 병아리 장식품, 꿀벌 액자. 토끼 커플 시계, 인형 열쇠함 등은 너무나 예뻐 그냥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해도 그 비용이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손재주가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참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만들기 서적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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