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꾼 여자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유리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시미가의 붕괴]를 읽으면서 이 작가 꽤 괴짜스러운데가 있구나 라고 느꼈지만 [이야기꾼 여자들]을 읽으면서 그 생각은 굳혀졌다. 


....부잣집 도련님인 "그"는 시간이 많았지만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해 책을 읽게 된 사람이었다. 책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었던지 아라비아의 왕을 흉내내면 젊은 이야기꾼 여자들을 모집해 재미난 이야기를 직접 듣고자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국에서 모인 이야기꾼 여자들이 내뱉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져 있다. 시작부터가 괴짜스러운 소설은 처음 등장하는 [초록 벌레]를 읽으면서 머릿속에 작은 등이 하나 켜지는 것처럼 번쩍거리게 만든다. 초록색 갑충을 먹고 낳은 아이는 무슨 색의 옷을 입게 되더라도 초록빛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까지였다. 어떻게 더 전개되거나 사건을 일으키는 일도 없이 딱 고까지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짧게 하지만 어이없이 끝나버리는 그녀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몽환적이거나 판타지적일뿐 소설처럼 기,승,전,결이 없이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고 끝나는 형식이었다. 

남편이 아내몰래 아내와 똑같이 만든 마네킹을 아내처럼 여기고 사는 [내가 아니야]라는 이야기도 그러했고, 스이코의 일족이라며 고백해온 남자 미즈가 머리에 물을 담고 산다면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서 잠든다는 이상한 이야기 [스이코]도 평범의 도를 넘어선 것은 마찬가지였다. 

중학생 소녀부터 할머니까지 오는 여자마다 족족 비밀스럽지만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를 털어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신비한 경험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해서 이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중이다. 

작가의 다음 소설 [턴]을 읽기 전에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어본다. 이젠 놀라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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