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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지레 2 - 나폴레옹의 첫사랑
안네마리 셀린코 지음, 고정아 옮김 / 서커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장- 바티스트는 나폴레옹의 정적이었다. 그는 스웨덴의 왕세자가 되었고 데지레는 왕세자비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너무나 멍청했다. 그래서 남편과 아들의 장래를 위해 프랑스로 귀국해야했다. 하지만 그녀는 평온했다. 멍청하다기보다 편안해졌기 때문이었다. 궁전은 그녀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데지레에겐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프랑스에 와서도 그녀 주변은 늘 뒤숭숭했다.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파혼. 그리고 나폴레옹의 새 결혼식과 후계자의 출생. 뒤이은 나폴레옹의 패전 등등. 프랑스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했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늘 불안한 삶을 떠안아야했다. 그 가운데 평온하게 여전히 해맑은 상태의 데지레가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도무지 심각한 것이 없었다.
그녀는 조제핀처럼 영악하지도 못했으며 마리루이즈처럼 냉정하지도 못했다. 직분과 상관없이 여전히 실크 상인의 딸일 뿐이었다. 갓 왕세자비가 되었을때는 많은 궁정 사람들 앞에서 왕세자인 남편에게 신발을 벗겨달라고 하질 않나, 볼모로 붙잡겠다는 나폴레옹에겐 생떼를 쓰질 않나, 긴 잠옷 바람으로 스웨덴 궁을 활보하질 않나...그녀는 도무지 변할줄을 몰랐다.
하지만 그 모습 또한 사랑스러웠다.
장-바티스트는 데지레가 목숨받쳐 사랑한 남자는 아니었다. 나폴레옹 이후 그런 남자는 없었다. 하지만 장-바티스트는 나폴레옹이 가지지 못한 미덕을 갖춘 남자였다. 데지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남자, 그녀의 순수한 면을 감싸안을 줄 아는 남자였던 것이다. 그의 자상함은 늘 그녀를 있는 그대로 살 수 있게 만들었다. 비록 그들의 첫날밤은 장미와 가시로 시작되었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데지레가 죽은 아버지에게서 받은 노트에 일기를 쓰면서부터 시작되고 끝나게 된다. 일기의 형식을 빌렸다는 것이 그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쓰여진 것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