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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지레 1 - 나폴레옹의 첫사랑
안네마리 셀린코 지음, 고정아 옮김 / 서커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베르나딘 외제니 데지레가 그를 만난 것은 갓 열 네살이 될 무렵이었다. 전년도 11월에 열 네살이 되었고 그 다음해 3월 하순 경에 운명과 마딱드려졌으니 그녀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왕조가 붕괴되고 단두대가 세워지고 혁명이 발발하던 그 암울기에도 사랑은 피어나기 마련인가보다. 외제니는 한 사건을 통해 조제프를 알게 되었다. 그는 나폴레옹의 형이었다.
마르세유에서 성공한 실크 상점의 딸로 태어난 외제니는 티없이 맑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오빠의 구명을 위해 나섰다가 뜻밖에 그녀는 나폴레옹과 만나게 된다. 언니 쥘리와 조제프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며 결혼으로 이끌었지만 그녀 역시 형부의 남동생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장군이라고 하지만 나폴레옹은 많은 가족을 거느린 가난한 가장이었다. 오로지 그의 수입으로 살아가던 가족들에게 쥘리와 외제니의 지참금은 로또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언니가 결혼하고 나폴레옹의 청혼을 받아들여 약혼기간에 있으면서도 외제니는 그와의 사랑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야망이 큰 남자를 믿었던 것. 외제니의 실수였을 것이다.
먼 길도 마다하지 않고 사랑하는 남자를 찾아 그의 부임지로 간 외제니 앞에 나타난 광경은 나폴레옹과 조제핀의 결혼이었다. 권력을 갖게 된 그에게 부유함은 이제 별볼일 없는 사소한 것에 불과했고 유리한 인맥을 형성해줄 조제핀이 더 쓸모있는 여자였을 것이다.
그는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리고 부유함대신 권력과 황제의 왕관을 차지했다. 나폴레옹은 행복해졌고 외제니는 불행해졌다. 여기에서 끝나버렸다면 외제니는 우리 앞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외제니라는 이름을 버리고 데지레가 되면서 다시 한번 운명의 파도가 그녀를 맞이 한다. 프랑스 황제가 버린 여인이 스웨덴의 왕비가 되는 것이다.
책은 데지레 클라리가 나폴레옹의 첫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읽다보면 되레 데지레 클라리의 첫사랑이 나폴레옹임을 알게 된다.아주 아름다운 도시 파리. 하지만 결코 아름답지 않았던 시절. 소녀가 여인이 되면서도 잃지 않았던 순진함을 우리는 이 역사와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