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 사용하는 법 - 화내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마고트 슈미츠 & 미하엘 슈미츠 지음, 엄양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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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욱"이 항상 문제였다. 정의감에 호르륵 불타버리게 되는 순간도 잠시, 곧 "3초만 참을 걸"이라고 후회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내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욱"을 다스리는데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여전히 팔할 정도만 참아낼 뿐이지만 그래도 나는 그 정도로 많은 위험을 피해갈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과 의사인 마고트 슈미츠의 [내 감정 사용하는 법]은 그래서 읽게 된 책이었는데, 화내지 않고 휘둘리지 않으면서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똑똑한 종지부를 찍게 도와줄 책 처럼 보였다. 표지에서부터 신호등 마냥 빨갛고 파랗고 노란 얼굴들의 표정이 깔끔하면서도 재미있어 책을 읽기전부터 사실 기분은 산뜻해졌다.

 

감정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똑똑하게 감정을 다스리는 법의 시작은 이렇게 웃음으로부터 시작되었고 행복을 부르는 감정연습을 끝으로 책은 내용전달을 끝내지만 머릿속에 남아 내게 필요한 3초를 벌어주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말했다. 적어도 불행은 제대로 진단할 수가 있다고. 그 법칙은 1에서부터 23번까지 붙여져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언제나 주관적이던 감정은 객관적이라는 것의 함정에 빠져 환상 속에서 허우적 댄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은 슈미츠가 처음이었다. 언제나 객관적이라는 것은 기준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에서부터 빠져나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현명함을 겪고 나니 세상의 모든 구조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여러개로 다가오는 "감정"이라는 녀석으로 우리는 삶의 높이과 깊이를 체험하기에 언제나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똑똑하게 내 감정을 다스리는 법에 통달해야 하는데 나는 드라마 속에서 이 통달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을 바로 떠올릴 수가 있었다. 미실. 바로 그녀였다. 그녀에겐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도 잘 다스릴 수 있었기에 원하는 바를 다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감정을 이성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을까? 적어도 왜 그런지 알게 된다면 이해는 되지 않을까?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도록 뇌에서부터 감정의 이성적 이해를 돕게 만드는 일까지 책은 도와주고 있다. 다소 딱딱한 내용이긴 했지만 내게 책은 똑똑하게 사용하라!는 강한 메시지는 확실히 머릿속에 새겨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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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자존감 -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
정은혜 지음 / 서울문화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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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을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세상의 많은 엄마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하지만 엄마가 주고 싶은 최고의 선물이 딸의 자존감이라는 다소 독특한 생각이 너무나 행복하게 들리는 발상이라 깜짝 놀랐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내용면으로도 홀딱 반할만큼 멋있어서 여기저기 포스트 잇을 덧대고 메모하기 여념이 없었다.

 

저자 정은혜는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재원이었지만 웹마스터, 광고기획, 학교 선생님, 학원 강사 등등 3개월씩 14개의 직업을 바꿔가며 적성을 찾아헤맨 열성가였으며 지금은 억대 연봉을 받은 재정컨설턴트 및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가난한 목회자의 딸로 태어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며 의지를 다지기 위해 10년 후 미래에 태어날 딸을 상상하며 편지처럼 일기를 써왔다는 그 내용 속에는 엄마의 인생을 바꾼 42가지 삶의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감동적이었다. 어느 엄마가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위해 삶의 원칙들을 써내려 나갈 수 있으며, 그 삶의 원칙을 받아들 딸을 위해 힘든 순간에도 삶의 끈을 놓치지 않으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남다른 생각이 있기에 그녀는 남다른 성공을 이룬 것이리라. 무엇이 인생을 바뀌게 했을까. 그 물음은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 바로 발견되었다. 엄마가 세상을 시작하는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이런 것들이 아닐까. 물질적인 것보다 "너는 너라서 아름답다"라고 말해주는 부모.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하는 "자존감". 자존감이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진리와 믿음이야 말로 딸의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임을 딸은 자라면서 알게 될 것이다.

 

사실 많은 독립여성들이 회사에서는 상사의 잔소리에 집에서는 어머니의 히스테리에 시달리다 그 잔소리가 부정적인 에너지화되어 스트레스는 과도해지고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다 못해 독립을 결심한다고 한다. 낮은 자존감을 가졌던 저자도 독립으로 인해 부동산에 대한 감각뿐만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현실감도 키워내어 남편을 만나고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지금 그녀는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밝고 좋은 기운이 있는 곳에서 긍정의 힘이 나온다는 것을 딸에 전달하며 하루하루의 고된 이야기도, 하루하루의 즐거움도 함께 담아 그 1년을 고스란히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사랑은 세상에 갓 태어난 그녀의 딸이 이해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훗날 엄마의 고마운 선물을 받고 얼마나 감격할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딸이기에. 이런 엄마를 한번쯤은 꿈꾸어 봤기에.

 

무엇이 삶을 변화시켰던 것일까.

 

나는 사랑하고 나를 독려하고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고 나를 바로 세운 일. 바로 그 일로 인해 그녀는 삶이 참 많이 변했다. 가장 필요한 순간, 가장 필요한 충고가 누군가가 자신의 딸에게 남긴 글로 인해 내게도 찾아왔다. 고마운 일이었다. 세상은 아직 이렇게 따뜻한 구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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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귀결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3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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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사각],[도착의 론도]를 읽으며 최종편인 [도착의 귀결]도 반드시 읽어내리라 마음 먹었건만 오리하라 이치의 [도착의 귀결]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먼저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목매다는 섬]과 뒤에서 부터 읽어야 하는 [감금자]의 이상한 편집방식에도 놀랐지만 각각의 이야기인 그이야기가 합쳐지는 가운데 봉인되 부분을 절취해 읽어도 더 헷갈리기만 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중견추리소설가인 야마모토는 이상한 섬에 도착했다. 마음 속 어딘가에선 그 섬에서 도망치라고 권하고 있지만 진흙속에서 발을 뺄 수 없듯 그는 점점 더 섬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수수께끼. 섬에는 수수께끼가 있었는데 대대로 섬의 선주였던 니이미 가문에서 예전에 한 스님이 익사했고 백년이 지난 후 가문의 외아들과 그 아비가 죽음을 맞이했다. 찝찝한 그들의 죽음은 급사이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자살로 위장된 타살같이 보였기에 추리소설 작가인 야마모토에게 섬 사람들은 탐정처럼 미스터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가문의 번영을 기원하고 어부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니이미 가문의 "부신당"은 어떤 미스터리를 갖고 있는 것일까...에 주목할 무렵 이야기는 점점 사람들의 관계속 미스터리를 파고들게 만들었고 풀면 풀수록 더 기묘하게 얽히는 사건 속에서 추리소설가 야마모토의 내일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더 기이하게 읽혀진 책이 바로 [도착이 귀결]이다.

 

그간 오리하라 이치의 책을 읽으면 때론 무서워지기도 했고 때론 감탄하게 되기도 했지만 이토록 기이하게 느껴지는 일은 처음 이었다. 그리고 어렵게 느껴진 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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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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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불같이 내 의견을 거침없이 주장하던 어린 날을 뒤로하고 배려와 관용의 미덕을 알아가면서 나는 점점 내 생각을 갖는 일이 어려워졌다. 쇠고집으로 일관하겠다가 아니라 내 생각을 피력해야하는 순간이 와도 둥글려진 생각밖에 내뱉지 못하게 된 "사회화된 인간"으로 길러져 버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때가 한 두 번쯤 있다.

 

그래서 더 인문서적을 파고들며 생각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식의 권유]는 인문서적처럼 보이는 자기계발서다. 자기계발서로 분류되어 있어 깜짝 놀랐으나 읽는 내내 나는 어느 인문서적보다 더 알찬 읽을거리와 고급단어들을 뽑아 내것화 할 수 있었는데 부제로 붙여진 것처럼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권유로 적당한 책이었다. 정말.

 

[지식 e채털]의 pd인 저자는 암기=지식의 틀을 깨고 지식=생각하는 힘이라는 공식을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하며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는데, 이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어 참 아쉬웠다. 책을 읽기 전 프로그램을 보았더라면 더 매료되어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지식"! 세상엔 그런 지식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책을 통해 처음 깨닫는다. 특히 공시성과 통시성을 안철수와 오바마라는 인물에 적용해 풀어내는 방식은 색다르면서도 재미있게 각인되어졌다. 동시대의 사건들과 관계 속에서 풀어내는 것이 "공시성"이라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적 맥락을 통해 생각해 보는 것이 "통시성"이라고 했다. 단어만 들어서는 어려워보였던 두 단어들이 정의내려짐을 통해 살펴보니 생각보다 쉬웠다. 이렇게 쉽게 풀어주는 책을 왜 이제야 만나게 된 것일까.

 

10대와 20대에 누군가 내게 인문학읽기를 강요했더라면 나는 평생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스스로 찾아 학습하게 된 학문 속의 글들은 재미난 소설의 그 한 줄 마냥 나를 즐겁게 만들고 있다.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도 지적 담금질을 동시에 할 수 있다니...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지식의 균형 잡힌 식단을 나는 이 책 한 권에서 발견했고 또 시작한다.

 

안다는 것과 생각한다는 것의 차이를 고민하게 만드는 책. 이미 있는 지식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지식의 이면을 수면 위로 떠올려주는 책. 그래서 내게 [지식의 권유]는 동시대를 살아가되 삶의 잣대가 되어주는 어느 벗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 친구 지금 이시간, 무얼 하고 있을까. 나 너에게 이 책을 선물해도 좋을까,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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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 조선 마지막 황제 순종의 도쿄 방문기
박영규 지음 / 살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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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황제]는 그 드넓은 대국의 왕이 시대의 탁류에 휩쓸려 그 개인의 삶마저 먼지처럼 사라지고만 안타까움이 가득해 나는 그 영화를 수많은 찬사와 달리 바로 보지 못했다. 좋은 영화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 영화를 보면 마음이 쓸쓸해질 것만 같았고 그 영화의 길이가 아무리 길다해도 한 인물이 살아온 그 인생을 다 담기엔 너무 짧은 것 같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는 왕이었다. 망국의 왕이었고 망한의 세월을 살다간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한을 가슴에 품고 살다간 이가 있었다. 조선의 마지막 왕족들이 그랬다. 덕혜옹주도, 순종도, 영친왕도, 의친왕의 삶도 순탄하지 못했고 그들은 원하는대로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시간에는 스리슬쩍 지나쳤던 근현대사를 파고들며 그들의 삶을 더 알고자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왠지 슬퍼질 것 같아서. 짓밟힌 역사를 되살리는 일은 너무 속상할 것 같아서.

 

하지만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는 공부해야하며 알려져야한다는 누군가의 강의를 들으며 생각을 달리하게 되던 순간 찾아온 책과의 인연은 그렇게 묘할 수 밖에 없었다. [길 위의 황제]. 그 길은 인생의 길이기도 했을 것이고, 주어진 삶의 길이기도 했을 것이고, 떠돌아다녔을 그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쓸쓸한 그 이야기는 아버지이자 왕이었던 고종이 그에게 남긴 뼈 아픈 당부가 굵직한 중심이 되어 이어진다.

 

"이기는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

 

16년간 창덕궁에서 머물다 생애를 마친 황제였지만 그는 한번도 황제였던 적이 없던 사람이었고 궁궐에 살았지만 한번도 군림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아비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은 이였고 어미 민비가 끝까지 지켜낸 아들이기도 했다. 칼보다 강한 것이 세월이라지만 그에게 그 강한 세월은 과연 "약"이었을까, "독"이었을까.

 

단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생을 눈과 귀와 입이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서 살아남아야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래서 참으로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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