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밥상 - 농부 시인의 흙냄새 물씬 나는 정직한 인생 이야기
서정홍 지음 / 우리교육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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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삶보다 시인의 서재나 밥상이 더 궁금하다면 이상한 일일까?

왜 시인은 도시에서 고뇌하기보다 농촌에서 여유롭게 사는 모습이 더 어울리는 것일까!

 

나 역시 편견에 사로잡힌 한 인간임을 발견하는 순간 겸허해질 수 밖에 없었다. 남 욕할 것 없이 나 역시 딱 생각할 수 있는 만큼만을 볼 수 있는 인간이었으므로. 부끄럽지 않은 밥상은 이런 내게 삶을 가르쳐줄 고마운 스승이었다. 서정홍 시인은 그 시 보다는 삶이 더 유명한 사람처럼 보여졌는데 미안하게도 그의 시 한구절보다 그가 살아가는 한시간, 한시간을 더 눈여겨 보게 만드는 까닭 때문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땅을 일구고 유기농 채소들을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스 없이 살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농장을 가진 주변 지인의 가족들을 보며 삶이 참 여유롭게 보이면서도 가진 사람들이 이젠 더 건강을 챙기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닐까 싶어 약간 씁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를 따라 가끔 시골 집에 간다는 후배의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부러움반, 즐거움반이 되는것은 후배가 다녀올때마다 다람쥐처럼 재잘재잘 알려주는 깨알같은 시골의 삶 때문이다. 비록 일주일에 하루뿐이지만 그녀는 시골집에 다녀올때마다 건강해져 돌아오는 것 같았다.

 

시인의 삶도 그러했다. 이웃들과 삶을 나누고 여유를 나누면서도 농촌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우리 먹거리를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우리밀 우리밀 하면서 우리밀 만두로 광고하던 상품들이 몇년 새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렸다. 또한 우리 밀이 우리 땅에 있기나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온통 수입 먹거리인 우리네  밥상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농촌의 삶을 낱낱이 보여주기를 꺼려하지 않아 그 정직함을 엿볼 수 있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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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처럼 사는 - 스물아홉 김지희, 스물아홉 김지희
김지희 지음 / 공감의기쁨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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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아홉의 그녀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화가가 이토록 아름다워도 좋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며 고뇌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넉넉한 환경에서 그려온 그림그리는 삶. 그녀에 대해 알면알수록 부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서양화나 동양화가 아닌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앤디 워홀이 그려낸 그림처럼 화려하고 특이한 시리즈였는데, 막대사탕 같은 안경을 쓴 뽀글머리 소녀가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들의 다른 버전들이 책을 읽는 내내 펼쳐졌다.

 

일러스트 화를 구경하는 듯한 즐거움을 함께 선사해주었던 [그림처럼 사는]은 화가 김지희의 스물 아홉 해가 실려 있고, 스물 아홉해를 사로잡아온 그녀의 그림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 화려한 시리즈 속에 단 한 그림이 시커멓게 자리잡고 있어 눈에 확 띄였는데 섬찟하면서도 무서워보이는 그 그림이 있던 페이지만 금새 지나쳐 버리곤 꼼꼼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다시 태어나도 예술가로 살고 싶다"고 회고하는 화가 김지희는 남들이 미쳐 보지 못한 자신의 내면 속 고통들을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는데 화가가 죽어야 그림값이 오른다는 옛말을 뒤집어 버리고 어린 나이에 스타 화가가 되어 우리 앞에 우뚝 섰다. 탤런트처럼 예쁘장한 얼굴 뒤로 화가의 고뇌가 숨겨져 있을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내면의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엄청난 작업량으로 승부하고,외로움과 고통을 녹여내는데 성공했다.

 

꿈을 이루어내어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인지 그녀의 아름다움이 그림에 그려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림처럼 사는 화가 김지희는 미술잡지 편집장에, 칼럼니스트에,아트스트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것도 모자라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그림이 컬렉팅되고 있었다. 붓과 펜 잡기에 모두 성공한 그녀. 그런 그녀의 화려한 일러스트화는 어린 아이부터 20,30대 여인에 이르기까지 여자라면 누구나 눈여겨 볼 만큼 깜찍하고 눈에 확 띈다.

 

단 한 권으로 복잡하고 변화 무쌍한 예술가의 내면을 다 엿보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해하기보다는 구경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적당했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하고자 하는 일을 두고 뚝심있게 걸어온 20대가 세상에 과연 몇이나 있을까 하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가 분명했고 그 걷고자 하는 길을 걸어왔으며 빠르지만 성공에 이르기까지 노력해온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그녀이기에 앞으로도 주욱 그녀를 눈여겨 보려 한다. 작품도, 보여주는 만큼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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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터스 블랙 로맨스 클럽
리사 프라이스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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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웰빙 프랑스 영화 한편이 계속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관심을 받았다. 상위 1%의 장애인인 남자와 하위 1%의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가난한 남자의 별난 우정과 동거가 시작되면서 벌어지는 헤프닝들이 쉽게 풀려지며 재미와 대중성과 작품성의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쾌거를 이룩해 냈다.

 

좋은 영화가 재미있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지.....!

 

그렇게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 반면 가진 자가 없는 자의 것을 빼앗으며 미래의 싹을 잘라내는 소모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이야기도 있다. 리사 프라이스의 [스타터스]처럼.

 

역사속에서 이룬 남자들은 불로장생을 꿈꿔왔다. 진시황이 그러했듯이. 욕망의 노인들이 역사 속에서 걸어나와 소설로 기어들어가면 스타터스에서처럼 돈으로 젊음을 사려할 것이다. 하지만 20대,30대가 사라진 소설 속 현재 속에서 10대의 싹을 싹둑 자르는 이같은 행위는 미래를 망치는 어른들의 망각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중간 연련이 사라진 현재. 노인과 10대만 있는데 그들을 잘 건사할 생각을 하지 않고 도리어 그들의 젊음을 망가뜨리다니.....! 한 세대를 잘 살아낸 어른으로서 할 행동이 아닌 것이다.

 

스타터스는 그런 막장속에서 돈 많은 엔더들에게 젊음을 렌탈하는 10대의 철없는 방황기를, 어쩔 수 없이 내어놓아야하는 가난함을 직시하게 만든다. 우리네 현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나이를 떠나 가난한 자의 것을 착복하는 부유함이란 어떤 명분을 갖다 대어도 허울 좋은 거짓일 뿐이다.

 

스타터스는 그것을 바라보게 만든다. 약간 시시하게 종결지어지는 디스토피아의 가까운 미래는 그래서 희망적이기보다는 맹물처럼 시시하게 느껴진다. 무언가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면 단호하게 칼을 대는 선택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작가는 날카로운 칼을 쥐고 맹맹한 요리를 내어놓은 요리사의 그것마냥 우리를 허무하게 만든다. 한참 재미를 기대했다가 거품이 꺼지는 느낌이랄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던 작품이 스타터스였지만 읽고 후회하는 편이 읽지 않고 왈가왈부하는 것보단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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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 - 제1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5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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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이후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들이 쉬지 않고 출판되면서 언제나 독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읽은 [파파라치]도 그러했고 [시간을 파는 상점 ]또한 그러했다.

 

제목만으로는 외국의 어느 소설인가 싶었으나 놀랍게도 소설은 우리 작가의 작품이었고 제 1회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수상작이었다. 청소년 소설이 이토록 매력적일수가. 추리기법을 가지고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몇해 전에 본 일이 있다. 3교시였던가. 생각보다 좀 밋밋해서 실망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시간을 파는 상점이 주는 재미는 그 실망감을 덮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좋은 기폭제가 되고 희망이 되었다.

 

소방대원인 아빠를 잃은 백온조. 아이는 "시간을 파는 상점"이라는 카페를 열어 고민해결에 나섰는데 학교내에서 pmp사건을 도맡게 되면서 사건은 풀리기도 꼬이기도 해가며 재미를 안겨준다. 훔친 pmp를 제자리에 놓아두어달라는 의뢰는 쉬워보이기만 했는데, 의뢰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전개되고 온조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의뢰를 해결했고소중한 시간을 지켜냈다.

 

지금의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엔 우려가 많이 섞여 있다. 사상 초유의 왕따 사건을 비롯해서 아이들이 저질렀다고 믿기지 않을만큼 잔인한 범죄나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자세가 세상이 점점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어질만큼 걱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들이 아직 덜 여문 인격임을, 두려움이 가득한 사람임을, 아이들은 아이들일 뿐임을 잊고 있는 어른들의 마음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소설들이 아이들에게 좀 더 많이 읽혀서 아이들이 아이들다운 마음을 갖기를, 어른이 되기보다는 좀 더 순수한 세상에 머무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추리기법으로 인해 궁금증을 가득 유발시켰고 가독성으로 인해 첫장부터 막장까지 쉼없이 읽게 만든 [시간을 파는 상점]을 좀 더 많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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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 - 사람 냄새 나는 계동길의 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
김주현 지음, 최홍준 사진, 오다윤 요리 / 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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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프랜차이즈 커피보다는 개인이 연 카페를 찾게 되었다. 시끌씨끌하고 유명한 공간보다는 작고 조용하지만 내가 발품팔아 찾은 공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변화라기 보다는 취향이 점점 변해간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 은 많은 사람을 위한 상차림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한 개인의 소중한 한 때를 위해, 기념을 위해, 소소한 행복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사연을 담아내는 곳이었고 그래서 계동이라는 장소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계동은 원래 꼬불꼬불 흐르는 하천을 따라 길이 나고,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이면서 생긴 작은 마을이었고 그래서 더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라고 했다. 계동의 맛이 인간적일 수 밖에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높고 세련된 건물들이 즐비하기 보다는 오래되고 추억어린 장소들이 여전한 곳. 내게 계동에 대한 옛추억따윈 없지만 누군가의 오래된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추억 빈티지를 맛보는 것도 도시에서 살아온 내겐 멋진 일이었다.

 

부부의 생각도 그러했을까. 오래되고 정겨운 한옥집을 멋스럽게 개조했던 부부는 여자친구의 꿈을 위해 책을 꽂는 남자도 만나고, 약간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했지만 가족을 위해 생애 처음 외식을 준비한 가장을 위해 스테이크를 무한리필하기도 하면서 계동의 한 공간을 사람내음나는 곳으로 탈바꿈 시켜나갔다.

 

"우연"이 무섭지 않다는 이들 부부는 장사를 하면서도 이문보다는 사람을 남기고 단골을 끌고 입소문을 내고 있었다. 참 어려운 일인데 젊은 부부가 알차고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었다. 아마 그 모습이 예뻐서 책까지 나오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인생은 정말 살아보면 별 것 없고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채워지는 그 순간순간은 빛나는 것이고 눈물나는 것이고 감동으로 가득차 있는 것인 것만 같다. 다만 인간의 기억이 몇몇의 것만 기억할지라도 잊혀진 그 기억의 조각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 증거를 나는 이 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저녁무렵 맛나는 빵 하나를 물고 촛불 아래에서 읽기 시작했던 [이 골목에 가득한 행복]은 입맛 가득 침이 고이게 만들기 보다는 사람이 고프게 만드는 책이었다. 어느 카페에서 생긴 일들로 인해 나는 어느때보다 사람이 많이 고프고 만남에 목마르다.

 

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과 새로운 것이 만나는 상큼함은 서로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함께 행복한 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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