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펭귄클래식 13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재혁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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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괴테의 글에 대해 감히 그 어떤 긁적거림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어린시절 보았던 고전은 그 느낌 그대로, 성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작품들은 그 나름대로 감동을 남기고 사람과 운명, 시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괴테라고 하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가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데, 그의 인생 70년동안 탈고하고 완성해온 대작이 파우스트라 나는 이 소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지옥을 묘사하며 다소 무겁게 전개 되던 '신곡'과 달리 파우스트는 악마가 등장하지만 그의 유혹은 누구나 빠질 수 있을만큼 달콤하다. 아마 진시황의 귓가에 속삭였더라도 시황제는 나라를 다 넘겨주고 젊음과 불로장생을 요구했으리라......나이들어 존경받고 많은 것들을 이룬 이들에게 젊음이란 그 모든 것을 주고도 획득하고 싶은 기회일테니.......!

 

얼마전 미래를 배경으로 한 한 소설 속에서 가난한 아이들에게서 젊은 몸을 렌트하는 부유한 노인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보고 분노를 금치 못했었는데 자라나는 새싹을 잘라내고 노인들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세상을 파멸로 이끌고 가는 대목에서 그만 감정선이 폭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한국영화도 있었다. 노인이 젊은이에게 내기를 걸었고 젊은이가 내기에서 지자 그는 그의 젊은 몸을 요구했는데 다시 자신을 되찾고자 애쓰던 신하균 주연의 영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젊어질 수 있다는 소재는 이토록 매력적인 소재인가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젊어졌지만 메피스토바르토로 인해 더 불행해져야만 했다. 그가 그레트헨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녀의 어머니가 죽고 친오빠가 죽어나갔다. 그녀 역시 아이를 낳아 빼앗긴채 마을 사람들의 처벌만을 기다리며 갇혀 있다.

 

마치 희곡이나 대본처럼 대사와 약간의 지문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로 인해 한 편의 극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읽을 수 있어 신선했으며 1권이후 2권에서 이어질 극의 비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오늘밤은 밤잠을 설치게 될 것만 같다. 한 여름밤에 괴테의 파우스트와 함께 하는 느낌, 생각보다 낭만적이다. 아이스커피 한잔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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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을 위하여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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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후 미나토 가나에의 마니아가 되어 그녀의 신간이라면 모조리 사서 읽어댔는데 요즘 들어서 시들해졌다.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온다 리쿠 등의 소설이 점점 시시해져 갔던 것처럼. 개인적 취향이 변하고 있어서일까. 새로운 것이 아닌 동일 패턴이 자꾸 눈에 읽혀지기 때문일까. 내게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은 당분간은 [N을 위하여]가 마지막일 것 같다. 이후에는 남들의 서평을 읽으며 재미있겠다 싶은 것만 골라 읽고 소장할 계획이다.

 

N을 위하여는 사실 10년 전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딱히 복수를 위해서도 범인을 찾아내서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도 결여되어 있다. 그냥 10년 사건에 대한 그 진실을 밝히는 탐구적 추리에 머물러 있기에 속도감이 떨어지고 평범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먼저 등장인물 모두의 이니셜이 N이어서 누구를 위하는 것인지 헷갈렸는데 읽어나가면서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겠다 싶어졌다. 1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10년 전, 도쿄 초고츨 호화 맨션에서 럭셔리한 삶을 살던 노구치와 아내 나오코가 살해 되었다. 서로 찔렀는지 불륜에 의해 나오코가 먼저 살해되고 노구치가 찔렀는지, 침입한 누군가가 찔렀는지 애매모한 상황에서 현장에 있던 4명의 젊은이들은 각각의 알리바이와 방문 목적을 밝혀내야했다. 불륜남, 부부와 친했던 커플, 출장 요리사까지 4명의 젊은이들 중 니시자키 마사토의 자백으로 그에게 10년형이 언도되고 감옥으로 직행했다. 정말 그가 죽였을까.

 

10년이 지난 다음에야 겨우 6개월 남은 삶의 시핳ㄴ부 인생이 스키시타 노조미의 고백아닌 고백을 통해 그날의 진상이 밝혀지는데, 계획적이라 하기에도 뭣하고 우발적이라 하기에도 뭣한 애초에 부부 사이의 일에 너무 많은 이들이 끼어들어 청춘이 희생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날의 사건은 희미하고 충격적이지 못했다.

 

그들 각자의 과거가 어떻게 얽히고 어린 날의 상처로 인해 어떠한 삶을 살아야했든지 간에 이들 부부와 얽히지 않았다면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히 살아갔을 4명의 청년들. N을 위하여는 이들 모두를 위한 소설이며, 이들 모두가 연루된 사건이고, 이들 모두를 향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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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
메리 퀀트 지음, 노지양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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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샤넬에게 무시당했지만 여전히 그녀를 좋아했다는 메리 퀀트. 작품이기보다는 상품을 만들어내며 유행을 선도했던 그녀가 현대 패션에 끼친 영향은 어마어마했다. 미니스커트를 고안해낸 것도 그녀였으며 방수 마스카라를 만들어 수영장에서도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도록 만든 것 또한 그녀의 발명이라고 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부유하게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성공한 아름다운 그녀의 이야기가 왜 이제껏 묻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녀는 바쁘게 살아왔고 한 사람이 이룩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만들며 살아왔다. 누구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감각을 믿었던 그녀. 영국을 발칵 뒤집고 세계적으로 뻗어나간 패션과 코스메틱 산업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고. 그녀의 이름을 딴 화장품은 여전히 일본에서 생산되며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퀸트는 바쁘게 살아왔고 성공했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가정사가 행복하진 못했던 것 같다. 여성편력이 극심했던 남편과 살면서 무언가에 몰두할 일이 필요했고 운 좋게도 재능이 있어 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유행의 역사를 선도해왔던 그녀는 여전히 살아있다. 34년 생인데도 불구하고 정정한 모습으로 살아가며 대영 제국 훈장을 받고 왕립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아이콘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녀, 할머니인 메리의 머릿속 영감은 마르지 않는 것일까. 나는 무엇보다 그것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창작이 얼마나 힘든 시간인 줄 알기에 여러 방면에서 성고한 메리 퀀트의 이야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멋쟁이 20대,30대 들에게 자극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고 언제나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섹시한 것들을 찾아내는 감각에 물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가장 아름다워야 할 한 때가 있다. 그 이후부터는 우아하고 멋지게 업그레이드 되어 나가야하는 것이 여자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맘때 즈음 나의 멘토였던 한 여성 상사가 회식자리에서 해 준 말이었는데 나는 그 말이 가슴에 남아 얼른 메모했고 지금까지 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다. 그녀의 멋진 명언을-.

 

메리 퀀트를 만나볼 수 있다면....그녀는 과연 한국 여성들의 현재 스타일을 보게 된다면 어떤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옆나라 일본에만 들러 그 곳에서만 영감을 얻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에도 들러 많은 한국적이 아름다운 것들에 흠뻑 빠져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한 시대를 성공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는 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대단한 일이다. 그 업적에 대한 찬사와 함께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것들을 만들어 온 사람들에 대한 감사를 이 책 한 권을 읽으며 함께 마음 속에 남긴다. 핑크 색이어서 더 공주풍스러웠던 [여자를 완성한 여자 메리 퀀트]는 여자라서 더할나위 없이 즐거이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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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감 - 씁쓸하고 향기로운 야생초의 유혹
아리카와 히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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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연애 소설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아가씨, 괜찮으면 저를 좀 주워 가지 않을래요?"라는 문장을 보며 [너는 펫]이 떠올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그 작품은 마츠준의 깜찍한 연기와 함께 박스 안에 누워있던 귀여운 연하남에 대한 신선한 소재로 빼놓지 않고 즐겨보다보니 기억에 오래 남는데, [사랑도감]도 집 앞에 누워 있던 남자가 뜬금없이 자신을 주워 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한 여자 주인공도 꽤 여유로운 연봉을 받고 있는 초식녀였고.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동거 생활은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었으며 서로의 다른 생활 방식과 정말 애완동물을 기르는 듯한 컷컷들이 숨겨져 있던 알콩달콩한 연애담 위주였던 [너는 펫]과 달리 [사랑도감]은 야생초를 이용한 자연 요리와 조금씩 스며드는 듯한 마음들이 얽혀져 연애담 위주의 펫과는 다른 양상으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읽다보면 연애 소설인가 요리소설인가 착각할만큼 미각을 자극하고 침샘분비를 활발하게 만드는 페이지 들이 많은데, 이는 야밤에 광고를 보고 야식을 시켜먹고 싶은 충동과는 달리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해지고 싶다는 마음과 대체 이 요리는 무슨 맛이 날까 라는 궁금증을 더하게 만들었다. 도시의 싱글족 여성이라면 이렇게 자상하면서도 요리를 잘하는 남자 룸메이트를 한번쯤은 꿈꿔보지 않았을까.

 

꼭 연애대상이 아니더라도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집에 와 누이고 있을때 맛나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누군가......그건 어릴 적 엄마의 보살핌에 대한 향수와는 또 다른 자연스런 욕망이리라. 이즈키를 만나기 전엔 그저 건조하게만 살았던 사야카는 그와 살아가면서 많은 야생초들의 이름을 알게 되고 요리를 할 줄 알게 되었으며 그가 갑자기 사라졌던 1년 동안엔 그리움이라는 마음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년 후.....

 

그가 다시 나타나고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대부분의 연애소설의 결말에서처럼 눈물이 나진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했고 어찌보면 이들의 연애담보다는 맛나는 요리에 정신이 더 팔려 있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18만부나 팔렸다는 이 소설. 드라마로는 나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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