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이야기 - 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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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티칸 공문서도 암호화하여 전해졌다는 것은 좀 의외인 일이었다. 왜 종교의 공문서가 암호화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 내용이 무엇이간데. 이때 사용된 암호는 2종류라는데 단어를 대체해 만든 것은 코드고, 글자를 짜맞추는 것은 사이퍼로 분류된다고 했다. 다빈치코드의 저자이자 기호학자인 댄 브라운이 소설에서 여러차례 제기한 것처럼 정말 로마 교황청은 숨겨야 할 것들이 많단 말인가.

 

바티칸은 의외였지만 마야,잉카,이집트는 당연한 내용들이었기에 또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특히 여러 영화에서도 잠깐씩은 꼭 등장하는 이집트 글자를 표식화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할나위 없이 반갑고도 유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집트. 현재의 나라보다 과거의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지구상의 단 한 곳이 내겐 이집트라는 나라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알면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는 딱히 들어볼 일이 없었던 "쐐기문자","함무라비 법전", "수메르문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라는 단어들은 눈을 잠시 감고 떠올려보면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 했고 그 때 그 시절 그 교실에서 들리던 여선생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올 것만 같은 그리움 물씬 배어있는 단어들이었다.

 

"클레오파트라"를 예시로 해서 알파벳화 해 놓은 표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이집트 어는 어렵기만 했고 샹폴리옹이 아닌 이상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여서 구경하는 것 만으로 그 즐거움의 한계를 두어야만했다. 한자도 어렵지만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이집트 문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한글이 제일 쉬웠다.

 

문장에서 글자의 순서를 바꾸어 쓰는 것을 에니그마라고 하는데 학창시절 이 에니그마를 알았다면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좀 더 재미있게 응용해 볼 수 있었겠는데....싶어 약간 아쉽기도 했다. 이메일이 없던 그 시절, 박스에 담아둘만큼 편지를 많이 주고 받았던 단짝 친구들과의 비밀스러운 내용들을 암호화 했다면 소녀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들이 더 멋지게 기억되지 않았을까. 물론 세월이 지나 암호의 해독법을 잊어버렸다면 읽기엔 좀 곤란했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마야의 숫자 기호는 꼭 0과 1로만 찍히는 컴퓨터의 원리 같아 보여서 신기했고,숫자뿐만 아니라 활용을 잘하면 문자암호로도 사용할 수 있어 알파벳을 대비해 문장을 만들어놓은 페이지는 메모까지 해가며 활용방안을 모색하게 만든다. 곧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야하는데 편지를 보낼 때 이 암호로 몇 문장 만들어서 보내봐야겠다.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고대 서양에서만, 전쟁 중에만 암호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로 그 쓰임이 비밀을 간수해야하기 때문에 그리 쓰였다고 상상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에도 암호문화가 자리잡아 왔다는 사실을 책의 후반부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암호통신문이 신라 21대 소지왕 시절에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짧지만 재미있었으며 여인의 순정을 노래하는 정읍사에 그런 진탕한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 또한 색다른 재미였다.

 

무엇이든 숨기려는 것은 탐탁치 못한 것, 비밀스러운 것, 좋지 못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반해 [암호이야기]속의 숨겨진 의미들은 너무 재미난 것들이어서 읽는 내내 단편 옛날 이야기를 할머니께 전해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역사 서적이라.

모든 인문학 서적이 어렵게만 쓰여지지 않고 이토록 재미나게 쓰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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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묘인간 -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탐묘인간 시리즈
SOON 지음 / 애니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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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고양이의 매력을 알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에 이토록 매력적인 생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다니. 나 역시 동물을 머리로만 사랑했을 뿐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로 키워볼 엄두를 내 본일이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집에 동거냥 한 마리가 생기면서 그 매력을 알아가게 되었는데, 하루에 18시간 이상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출했다가 일찍 들어오게 되고 집 안의 가구배치나 먹거리 역시 "나" 위주에서 "너"위주가 되는데도 행복함을 느끼게 되는 이상한 현상. 고양이는 그런 생명체다. 그러면서도 개처럼 주인을 섬긴다거나 충성을 맹세하기 보다는 무엇을 요구해도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이런 고양이처럼 살아가고 싶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어나 위로 받을 일이 있으면 나는 어김없이 내 고양이 품(?)을 파고든다.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잠을 나누어 주는 고마운 존재이면서 별거 아니야.를 몸소 보여주는 내 고양이.

 

내 고양이와 나의 일상이 [탐묘인간] 속에도 그대로 들어 있었다. 털도 날리고, 옷에 묻은 털 때문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어야 하며 사료에 간식에 나날이 얇아지는 지갑, 우다다가 심해지면 시끄럽고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자꾸 배위에 올라와 잠드는 통에 무겁기 그지 없고, 화장실도 자주 치워줘야하지만 전혀 귀찮지가 않다. 게으른 나를 부지런하게 만드는 요녀석들...!!!

 

매주 업데이트 되는 웹툰에 달린 공감 댓글들을 보면 그렇게 느끼는 이가 비단 나뿐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양이들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세상 모든 고양이들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나보다. 그림이 때로는 거칠게도 느껴지고 때로는 그 단순한 터치가 정겹게도 느껴지는데 컴퓨터로만 작업하는 요즘의 그림들과 달리 콩테를 재료로 해서 손으로 직접 그린다고 하니 그 아날로그 적인 느낌에 더 작품이 좋아져버렸다.

 

1쇄에서는 뉴발란스 사료를 함께 주더니 벌써 2쇄에 돌입해 가방이 경품으로 걸려있다고 벌써부터 사람들이 난리난리였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 고양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갖고 싶은 욕심이 마구마구 생겨난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도 소장용으로 쟁겨두고 또 누구에게 선물주면 고양이에 대한 사랑을 나눌 수 있으까 싶어진다.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그 매력을 몰라 망설이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들에게 이 행복함을 함께 느껴보자고 자꾸 권하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 웹툰에서는 볼 수 없는 초기 작품들을 책으로 엮었다기에 얼른 책을 사들었는데, 보고보고 자꾸봐도 즐겁다.

 

탐묘인간이라는 제목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조차도 귀엽고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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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
정민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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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에서 아름다운 한옥의 자태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단 한번도 한옥에서 살아본 일이 없는데 그 한옥의 정취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불편해보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한옥 자문 위원회 위원이자 오랜 시간을 한옥에서 살아온 저자는 공기좋고, 교통이 편리한 안국동에서 한옥 한 채를 샀다. 매입할 당시의 집 모습을 보니 어느 폐촌의 집처럼 구질구질해보이고 쓸모없어 보였는데 그녀의 눈엔 아주 훌륭한 자리목으로 보였나보다. 보수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개축하게 된 한옥은 작가 김주영 선생의 입을 빌어 “아름지기 사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 집의 완성을 책으로 엮는 뒤에는 유홍준 교수의 소갯말이 적혀 있다.

 

 

창덕궁 연경당의 사랑채를 그대로 본 떠 지었다는 아름지기 사옥은 가정집이 아니라 아름지기 멤버들의 쉼터이자 업무공간이기에 더 깔끔하고 단촐했다. 화가인 남편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3년동안 공들여지은 집은 향나무가 주는 밝음과 더해져 아주 따사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고 이곳이 조선시대 양반들의 주택지인 북촌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1박 2일에서 한옥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건축물로써 한옥의 시간버팀이 얼마나 긴 지 유홍준 교수는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100년.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이 아파트나 땅콩집이 아닌 바에야 이런 멋스러운 한옥을 한 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구경하고 보니 매입부터 수리까지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설계도면을 그리는데도, 목수를 구하는데도 서양의 건축에 비해 까다롭고 고비용적이었으며 이제껏 봐왔던 리모델링 서적에서와는 달리 어려움이 호소된 부분이 정말 구석구석 많았다. 도배부터 문을 만들고 지붕을 얹는 일까지......! 순탄스럽게 진행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완성물을 보니 내 집이 아닌데도 얼마나 뿌듯했던지. 문고리 하나에서까지 풍겨지는 그 아름다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집은 안목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그저 돈의 여유가 있어, 살아보고픈 꿈 하나만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살아왔고 지어봤던 부부가 발품팔고 함께 참여하며 만든 집이었다. 실평수가 22평 정도 된다니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ㅁ자 형태로 집 안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이 구조가 한옥만의 특징이라 생각되어 더 정겹게 느껴졌다. 한옥이 보호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되고 계승되어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생활 속에 가까이 두고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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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제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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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맹인이 된 판매원과 구청에 음악 수업을 들으러 가는 아내 부부가 “미국의 대중 음악”을 강의하는 강사인 남편과 점점 삐뚤어지는 아들을 팽개쳐놓은 이유가 “당신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고백하는 아내 부부에 비해 겉으로는 더 평온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아내를 위해 강좌를 권하는 남편이 있고 비록 나중에는 시들해져버렸지만 남편이 쓴 글을 방송국에 보내주던 아내의 챙겨주는 모습이 엿보이는 부부였으니까.

 

 

하지만 맹인 남편에게도 “감”과 “질투”가 존재했고, 남편에게 무관심해 보였던 아내에게도 “질투”가 존재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내가 만나러 가는 남자를 집으로 초대하거나 남편이 만나러 가는 여자를 미행하는 일들을 해 왔던 것이리라.

 

 

관계라는 것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참 씁쓸한 것임을 나는 [폭우]를 읽으며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시력을 잃은 그가 부지런히 쳐대는 자판의 내용들이 “대체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일까?”궁금했고, 쓰는 시늉만 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지기도 했지만 나와 달리 그의 아내는 남편의 기록물들이 궁금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강사의 진실을 그냥 진실로 이해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4명의 관계는 모두 조금씩 단절되어져 있었고 그들 외에 등장하는 미스터 장이라는 음식점 주인은 작품 속에서 그의 역할을 의문스럽게 바라보게 만들고 있다. 그는 어떤 역할을 부여받고 등장했던 것일까. “그들과 비교해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삶에 대한 감사?위안?”을 우리 대신 느끼는 존재였던 것일까.

 

 

[여덟번째 방]의 작가 김미월이 들려주는 [프라자 호텔]은 생각보다 심심한 소설이었다. 아내가 목적지를 고르고 예약은 남편이 하면서 호텔 나들이를 하는 부부의 오늘 속에서 어제의 첫사랑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내고 있었다. 곳곳에서 데모행렬이 줄을 잇고 시절이 수상하던 시절, 대학생이 된 남자는 밥을 먹다 눈이 맞게 된 윤서의 소원을 위해 크리스마스에 비싼 플라자 호텔을 빌렸다. 하룻밤의 숙박료를 벌기 위해 7개월간 열심히 알바를 해야했지만 기뻐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참 즐거웠을텐데, 그만 약속을 잊어버린 윤서로 인해 그는 크리스마스 밤을 호텔방에서 홀로 지새야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아내는 그때의 자신이 던져주었던 실망스러운 하루는 까맣게 모른 채 남편이 된 남자와 호텔방에 오른다. 약간은 심심한 듯 하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단편이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까운 것은 호텔비? 택시비? 주차비? 따위인 것일까.

 

 

[양산펴기]는 가난한 서민의 삶을 단 하루만에 여러 문장을 통해 주었다. “녹두”라는 애인인지 부인인지 모를 여인과 함께 사는 “나”는 “장어가 먹고싶다”는 녹두의 소원을 위해 쉬는 날에도 일당 오만원짜리 양산팔이 알바를 나가야했고, 돈 때문에 녹두랑 다퉈야했으며 가격대비 자장면을 선택해 섭취하면서 생존권 보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봐야만 했다. 그가 보낸 하루의 일상 속에는 가난이 함께 했고 보람이나 즐거움보다는 고난함이 묻어나 있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내게 이 단편들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김이설 작가의 “부고”를 뽑을 것이다.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주말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인간들의 갈등이 가득 담겨 이야깃거리를 풍성히 내어놓았기 때문이다. 평생 교육자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아버지는 “소통”에는 전혀 소질이 없었다. 그런 그가 가르침을 어떻게 전달했을지는 불보듯뻔한 일이었다. 외도가 들통나는 바람에 아내는 집을 나갔고 아들에겐 “복종”을, 딸에겐 “침묵”을 강요하며 양육하다 새부인을 들였으나 그녀 역시 아버지에겐 또다른 단절의 증거였을 뿐이었다. 주변에 이혼도, 재혼도 쉬쉬했던 그의 거짓된 삶이나 자기 자식을 키우기 위해 남의 자식을 뒷바라지 해 온 새어머니의 거짓, 타인의 논문을 대필하며 먹거리를 해결하는 딸의 거짓은 가족이 얼마나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그 누구도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의붓아들로 인해 집단 성폭행을 당했지만 아비에 의해 묻혀져야했던 고통도, 생모의 부고를 받고도 전혀 슬프지 않았던 마음도 그녀의 삶을 뒤틀어 놓았다. 동거하던 연하남과의 이별이 차라리 작품 속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슬프지 않은 이야기로 비춰질 정도였다.

 

 

생모와, 양모. 엄마가 둘이라는 사실은 그녀만의 비밀이 아니었다. 아니 이 사실은 애초에 비밀조차 될 수 없었다. “내 새끼가 내 새끼를 해쳤다”는 아버지의 소리침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가운데 작품이 주는 무게감은 이미 단편의 그것을 지나치고 있었던 것이다. 은희의 고통은 아버지의 자살로 과연 끝나는 것일까. 결혼해서 외국으로 가버린 오빠를 제외하곤 이 땅에서는 더 이상 연결고리가 없는 그녀의 삶은 앞으로 더 쓸쓸해질 것인지, 아니면 딱 지난 세월만큼일 것인지 감히 셈하질 못하겠다.

 

 

[너를 닮은 사람]은 딸 리사를 폭행해 전치 삼주의 중상을 입힌 여교사를 만나면서부터 과거의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 어느 주부의 이야기다. 너무 가난해서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사장님의 아들과 결혼했으나 주류에 섞이지 못해 외로웠던 그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등록한 독일어 강좌에서 성과 이름이 같은 미대생인 클라인을 만났다. 독일어로 작다는 의미인 클라인은 주부와 미대생을 구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었는데 그녀와 뜻이 잘 맞아 자신의 그림 선생으로 불러 들이다가 급기야 클라인과 결혼을 앞둔 남자 “유석”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둘은 결혼 일주일을 두고 도피하다시피 독일로 함께 유학을 갖고 그곳에서 딸 리사를 낳았다. 하지만 다시 가난해지는 것이 두려웠던 그녀는 유석을 버리고 딸만 데리고 귀국했고 이후 화가의 삶을 살아왔다. 그 과거를 빌미로 자꾸만 집을 찾아오던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급발진 사고를 내고야 마는데........! 너를 닮은 사람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 시간을 뛰어넘는 수작이었다.

 

 

이 외 [국경시장]과 [모두가 소녀시대를 좋아해]까지 총 7편의 단편은 젊은 작가 수상작들이다. 때로는 구미에 맞고 더러는 그렇지 못한 작품들도 있었지만 가벼우면서도 읽기에 맞춤맞았던 작품들은 작품-작가의 해석-평론가의 평론 으로 이어져 한 작품을 읽고도 세 번 우려 마시는 느낌이 들게 편집되어 있다. 짧지만 작품을 읽는 느낌을 전해주었던 몇몇 작품에 고마움이 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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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 가슴이 시키는 일에 과감히 뛰어든 할리우드 파워피플 10
이경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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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드림“세대의 꿈은 1.5세대나 2세대의 미국내 성공이었다. 정치, 경제, 전문분야에서의 성공만이 부모세대의 고생에 대한 보답이요, 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길을 걸어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아이비리그의 성장촉진제를 맞고도 길을 비켜 ”헐리우드 드림“을 일구어낸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가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인 것이다.

 

 

책장을 펼침으로써 만날 수 있는 10인의 성공담은 미국내는 물론 그 외 지역에서 살고 있는 피끓는 젊은이들에게 훌륭한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 분명해 보였다. “NO=Not Now"일 뿐이라며 긍정의 피드백을 자기 자신에게 늘 보내며 일하는 ABC TV 캐스팅 담당 촐괄부사장 켈리 리는 여러 미드 속에 한국인들을 캐스팅 함으로써 아시아인에게 기회의 발판을 열어주는 사람이었다. 그 기회가 윈윈작용을 일으켜 미국 드라마 속에 글로벌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시작했으니 그녀가 열어놓은 가능성은 모두를 위한 것이었음이 증명된 셈이었다. 캐스팅 작업의 보람을 누군가가 꿈을 이룰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는 그녀는 소개된 10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사람인 동시에 매력적인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녀외에도 등장하는 인물들은 왜 이리들 하나같이 뛰어난 스펙들을 줄줄이 달고 있는지.....하지만 그들이 대단해 보이는 것은 스펙을 이용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스펙을 뒤로 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겨우 30대~40대에 그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스마트 하다는 점과 스펙 외에도 즐기며 일한다는 점이 일치한다. NBC TV시리즈 제작 촐괄 수석 부사장인 에드윈 정은 “나는 내가 하는 일의 팬”이라고 자처하며 오늘도 즐겁게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 다섯 살 배기같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우면서-.

 

 

켈리 리만큼이나 매력적으로 기억될 인물은 헐리우드 리포터의 편집장 재니스 민이었는데 그녀는 내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명언들을 내뱉음으로써 계속 메모하게 만든 인물이었다.

 

 

P.291 자신감에는 항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오만일 수 밖에 없다

 

P.282 꿈이 나를 배신할 리 없어

지금 행복하지 못한 것은, 단지 가슴을 뛰게 하는 글감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라고. 분명 그녀 스스로에게 한 말인데도, 너무나 잘 정리되어 있는 이 말들이 내게도 화살이 되어 가슴으로 와 꽂혔다. 그들의 삶이 내게도 감동인 까닭은 현실 안주형이기 보다는 안정된 항구를 떠나 항해하는 배처럼 나 역시 꿈을 쫓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헐리우드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거품과 실상을 꼬집었던 소설 [템테이션]을 읽은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공감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하고 도전함으로써 일구어낸 그들의 용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혹은 지금 잠깐 좌절하고 있을지 모를 우리의 20~30대들에게도 희망의 끈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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