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공문서도 암호화하여 전해졌다는 것은 좀 의외인 일이었다. 왜 종교의 공문서가 암호화 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 내용이 무엇이간데. 이때 사용된 암호는 2종류라는데 단어를 대체해 만든 것은 코드고, 글자를 짜맞추는 것은 사이퍼로 분류된다고 했다. 다빈치코드의 저자이자 기호학자인 댄 브라운이 소설에서 여러차례 제기한 것처럼 정말 로마 교황청은 숨겨야 할 것들이 많단 말인가.
바티칸은 의외였지만 마야,잉카,이집트는 당연한 내용들이었기에 또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특히 여러 영화에서도 잠깐씩은 꼭 등장하는 이집트 글자를 표식화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더할나위 없이 반갑고도 유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집트. 현재의 나라보다 과거의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지구상의 단 한 곳이 내겐 이집트라는 나라다. 신비스러우면서도 알면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는 딱히 들어볼 일이 없었던 "쐐기문자","함무라비 법전", "수메르문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라는 단어들은 눈을 잠시 감고 떠올려보면 학창시절 세계사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 했고 그 때 그 시절 그 교실에서 들리던 여선생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여전히 들려올 것만 같은 그리움 물씬 배어있는 단어들이었다.
"클레오파트라"를 예시로 해서 알파벳화 해 놓은 표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이집트 어는 어렵기만 했고 샹폴리옹이 아닌 이상 바로바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여서 구경하는 것 만으로 그 즐거움의 한계를 두어야만했다. 한자도 어렵지만 그림으로만 되어 있는 이집트 문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역시 한글이 제일 쉬웠다.
문장에서 글자의 순서를 바꾸어 쓰는 것을 에니그마라고 하는데 학창시절 이 에니그마를 알았다면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때 좀 더 재미있게 응용해 볼 수 있었겠는데....싶어 약간 아쉽기도 했다. 이메일이 없던 그 시절, 박스에 담아둘만큼 편지를 많이 주고 받았던 단짝 친구들과의 비밀스러운 내용들을 암호화 했다면 소녀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들이 더 멋지게 기억되지 않았을까. 물론 세월이 지나 암호의 해독법을 잊어버렸다면 읽기엔 좀 곤란했겠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마야의 숫자 기호는 꼭 0과 1로만 찍히는 컴퓨터의 원리 같아 보여서 신기했고,숫자뿐만 아니라 활용을 잘하면 문자암호로도 사용할 수 있어 알파벳을 대비해 문장을 만들어놓은 페이지는 메모까지 해가며 활용방안을 모색하게 만든다. 곧 친구에게 답장을 보내야하는데 편지를 보낼 때 이 암호로 몇 문장 만들어서 보내봐야겠다.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고대 서양에서만, 전쟁 중에만 암호를 사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주로 그 쓰임이 비밀을 간수해야하기 때문에 그리 쓰였다고 상상할 수 있겠으나 우리나라에도 암호문화가 자리잡아 왔다는 사실을 책의 후반부를 읽으며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암호통신문이 신라 21대 소지왕 시절에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짧지만 재미있었으며 여인의 순정을 노래하는 정읍사에 그런 진탕한 의미가 숨어 있다는 사실 또한 색다른 재미였다.
무엇이든 숨기려는 것은 탐탁치 못한 것, 비밀스러운 것, 좋지 못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반해 [암호이야기]속의 숨겨진 의미들은 너무 재미난 것들이어서 읽는 내내 단편 옛날 이야기를 할머니께 전해듣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역사 서적이라.
모든 인문학 서적이 어렵게만 쓰여지지 않고 이토록 재미나게 쓰여진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