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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
정민자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개인의 취향”에서 아름다운 한옥의 자태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단 한번도 한옥에서 살아본 일이 없는데 그 한옥의 정취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불편해보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한옥 자문 위원회 위원이자 오랜 시간을 한옥에서 살아온 저자는 공기좋고, 교통이 편리한 안국동에서 한옥 한 채를 샀다. 매입할 당시의 집 모습을 보니 어느 폐촌의 집처럼 구질구질해보이고 쓸모없어 보였는데 그녀의 눈엔 아주 훌륭한 자리목으로 보였나보다. 보수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개축하게 된 한옥은 작가 김주영 선생의 입을 빌어 “아름지기 사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 집의 완성을 책으로 엮는 뒤에는 유홍준 교수의 소갯말이 적혀 있다.
창덕궁 연경당의 사랑채를 그대로 본 떠 지었다는 아름지기 사옥은 가정집이 아니라 아름지기 멤버들의 쉼터이자 업무공간이기에 더 깔끔하고 단촐했다. 화가인 남편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3년동안 공들여지은 집은 향나무가 주는 밝음과 더해져 아주 따사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고 이곳이 조선시대 양반들의 주택지인 북촌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1박 2일에서 한옥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건축물로써 한옥의 시간버팀이 얼마나 긴 지 유홍준 교수는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100년.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이 아파트나 땅콩집이 아닌 바에야 이런 멋스러운 한옥을 한 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구경하고 보니 매입부터 수리까지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설계도면을 그리는데도, 목수를 구하는데도 서양의 건축에 비해 까다롭고 고비용적이었으며 이제껏 봐왔던 리모델링 서적에서와는 달리 어려움이 호소된 부분이 정말 구석구석 많았다. 도배부터 문을 만들고 지붕을 얹는 일까지......! 순탄스럽게 진행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완성물을 보니 내 집이 아닌데도 얼마나 뿌듯했던지. 문고리 하나에서까지 풍겨지는 그 아름다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집은 안목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그저 돈의 여유가 있어, 살아보고픈 꿈 하나만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살아왔고 지어봤던 부부가 발품팔고 함께 참여하며 만든 집이었다. 실평수가 22평 정도 된다니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ㅁ자 형태로 집 안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이 구조가 한옥만의 특징이라 생각되어 더 정겹게 느껴졌다. 한옥이 보호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되고 계승되어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생활 속에 가까이 두고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