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연기하라
로버트 고다드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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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비 플러드는 한물간 배우이자 인생이 토막난 남자다. 한때는 007 역할을 맡을 뻔 했을 정도로 전도유망했으나 지금은 하고 있는 연극 속에서 맡은  배역조차 위태위태한 상태다. 게다가 아내와 법적으로는 여전히 혼인상태이긴 했지만 결혼도 끝나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별거중인 아내는 이미 다른 남자와 살고 있다. 부자인 그 남자에게 아내를 보내기 위해 법적인 마지막 절차도 곧 마칠 예정이다.

 

이래저래 인생의 고비에 서 있는 남자 토비. 

이런 그에게 아내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내를 스토커처럼 미행하고 있다는 낯선 남자. 그로 인해 아내와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 토비는 신나게 스토커를 만나러 갔고 곧 그가 자신의 팬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아내는 자신 대문에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한 마음과 아직 사랑하는 마음을 더해 아내를 위해서 스토커가 그녀를 더이상은 괴롭히지 못하도록 약속을 받아내었지만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토비 주변에는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되기도 했고 주변인이 심장마비로 죽었으며 경찰의 의혹을 사는 것으로도 모자라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될 뻔 하기도 했다.

 

아내를 미행했던 남자 데릭. 자신의 열성팬인줄로만 알았던 그가 아내와 살고 있는 남자, 로저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대체 누구의 어떤 말을 믿어야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독자도 토비도 헷갈리게 만들면서 사건은 점점 더 커지면서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로저의 막대한 부의 원천이었던 기업 콜보나이트. 그리고 그 회사에서 일했던 데릭의 가족. 콜보나이트에서 일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발병했던 공통의 병. 그리고 로저가에 얽힌 출생의 비밀. 그 모든 의혹들이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단 한 순간도 의심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 로버트 고다드의 [끝까지 연기하라].

 

영국 햄프셔 출신으로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 소설 작가라는 로버트 고다드의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이지만 단 한 권만으로도 작가의 필력은 분명히 입증되었다. 다만 추리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느끼게 되는 그 두근 거림과 그로 인해 속도감을 붙여 빨리 읽게 만드는 가독성은 약간 떨어진 점이 아쉽게 느껴진 작품이다.

 

사건과 갈등은 충분했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심리묘사나 마음을 헤집는 그 무언가는 2%부족했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 자체가 주는 감동의 양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읽기에 적당한 두께.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들 그리고 한 남자의 소망이 담긴 희생...작품은  아이스크림을 골라먹는 것처럼 단 한가지의 재미가 아닌 여러 가지 재미를 맛보며 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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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세계의 클래식 11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조호근 옮김 / 가지않은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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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는 많다. [터미네이터],[시간 여행자의 아내],[백 투더 퓨쳐] 등등 영화나 소설에서는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많은 이야기들을 뽑아내어왔다. 하지만 그 시작이 바로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몇 안될 것이다. 나 역시 이 소설을 읽고서야 그 시초임을 알게 되었으므로.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는 뛰어난 상상력을 기초로 공상과학 소설들을 집필해왔다. 그가 발표한 소설들은 [투명 인간],[우주전쟁]등과 같이 과학을 기초로한 것들이었는데 가상의 상상력에 기초한 것이 아닌 정말 어느 순간에는 이루어질 것 같은 현실성을 바탕으로 두었기에 읽으면서도 감탄하게 된다. 그가 살았던 1800-1900년대에 어떻게 이런 상상들을 해 왔던 것일까.

 

마치 아동소설처럼 짧은 분량이었지만 [타임머신]을 서기 802701년의 지구를 통해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과학기술이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아바타에서처럼 자연이 지켜지지 못한 미래의 붕괴에 대한 조심스런 경고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읽는 순간에는 [걸리버 여행기]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읽혀졌으나 점점 시간 여행자의 고백이 계속되면서 닥쳐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의사, 편집자,심리학자, 기자 등등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 자리에 서서 시간 여행자의 육성으로 그의 경험담을 듣고 있는 기분이들었달까. 화자인 "나"는 그를 두고 영리하나 신뢰하기엔 부족함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려두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나는 그를 믿는 1인으로 그 이야기를 소화해냈으리라.

 

마지막으로 다시 여행을 떠난 그가 사라지는 장면은 이야기의 결말을 시시하게 하지 않았던 가장 좋은 결말이 아니었나 싶다. 약속을 했지만 4시 이후 나타난 남자가 8일이 흐른 시간의 이야기를 해댄다면 미친 것 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인류에게는 호기심이라는 것이 있어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p.14 사람들이 공간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나?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소설 한 권으로 대신된다. 미래 인류가 호기심이 없었다는 시간 여행자의 고백이후 나는 그들 사이에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조금쯤은 혼탁하고 불편하더라도 지금이 좋은 이유는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살아갈 터전이 주어지기 때문이므로-. 타임머신. 과연 가능하다면 나는 어느 시대에 가보고 싶어질까.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에 가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질까. 고민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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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 세계문학의 숲 29
제임스 조이스 지음, 장경렬 옮김 / 시공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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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려운 친구를 만났다. 책을 늘 벗처럼 즐겨온 내게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녀석이 나타나버렸다. 데미안과 비슷하게 평가되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바로 그 책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읽기 시작해서 이해가 될때까지 매년 몇번씩이나 꺼내 읽었던 데미안보다 훨씬 두껍고 어려운 이야기였다. 성인이 된 내게, 책도 꽤 꾸준히 읽어온 내게 어려운 이야기라니. 수험생이 시험 공부를 하듯 읽고 또 읽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책의 절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친구를 만났으나 그 사이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을 때 느껴지는 안타까움으로 나는 책을 묵히고 또 묵혀가며 읽고 있다. 삶의 해답을 찾기 위해 열심히 [데미안]을 읽었다는 역자의 고백보다는 가볍지만 그래도 데미안을 옆구리에 꽤 오랫동안 끼고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그 속에서 해답을 구해내지 못했더랬다. 그래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도 감히 무언가를 얻어내기를 열망하진 않는다. 다만 이 이야기가 가고자하는 방향의 흐름을 타고 싶었을 뿐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소박한 바램을 갖고 읽기는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보통은 재미를 쫓거나 심취한 작가의 이야기를 쫓아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그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나는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만을 바라며 읽고 또 읽고 있으니......!

 

어린 스티븐 디덜러스는 아버지를 따라 고향에 내려가 그의 아버지와 친구들이 술마시는 광경을 지켜보게 된다. [사랑 손님과 어미니]에서 어린 딸의 시선이 화자가 되어 사랑이 순수하게 비춰진 것과 달리 스티븐은 어리지만 아버지와 친구들의 대화 광경은 순수한 아이의 그것을 뛰어넘게 만든다.

 

게다가 소설의 뛰어난 묘사는 상상을 부추기다보니 도리어 책읽는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는데. 급히 외출할 일이 없다면 문장이 상상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영상화 시켜 떠올려보며 천천히 읽어나가는 일도 권해봄직하다. 내가 그리 읽어냈듯이.

 

p.469  혼자. 아주 고독하게 혼자 있는 것.

          다른 사람들과 결별하는 걸 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단 한 사람의 친구도 남지 않게 된다는 걸 뜻하기도 해.

 

 

읽기에도 눈이 시릴 정도로 쓸쓸하게 만드는 이 문장을 스티븐은 그 조차도 떠안으려 한다는 대답으로 종결지어버렸다. 성인인 나조차도 이 문장에 대한 이런 시크한 답변을 내어놓지 못할텑데. 이야기의 흐름을 겨우 이해하고 나니, 이젠 스티븐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버렸다. 다음에 다시 읽을 땐 스티븐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읽어보아야겠다.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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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묘지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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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석학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은 영화로 먼저 보고 원작을 찾아 읽은 경우였다. 남자들만 가득한 이야기가 의외로 재미있었고 혀가 시커멓게 되어 나타나는 시체들에 대한 미스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놓아주지 않아 결국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된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들었댔다. 엄마의 꾸중을 뒤로 하고.

 

중세. 기사가 있고 왕과 왕비가 있었으며 종교의 탄압과 강제성이 존재했지만 마법사도 있었던 시절. 뭔가 깨끗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 진흙이 잔뜩 묻어나올듯한 그 시대가 나는 왜그리 로맨틱하게 상상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 시대에 대한 동경이 얼마간 있어 중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꽤 찾아내어 읽어왔는데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역시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절대 빠짐이 없는 수도사들의 수도원도 배경으로 등장했지만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시대를 호령한 거짓말쟁이의 거짓말로 엮인 2권 분량의 소설 속 내용이었다. 작가가 6년만에 내어놓은 야심작이니만큼 전작과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었고 그 중심에 세기의 거짓말쟁이 시모니니 캐릭터가 있으니 호기심은 배가될 수 밖에 없었다.

 

흔히 사용되는 장치인 기억상실을 이용하여 자신의 과거를 되짚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어디서부터 거짓인지,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헷갈려하다가 그 진위를 결국 포기해버리게 만드는 힘은 어느 작가에게나 있는 힘은 아닐 것이다. 똑똑하고 영리하게 독자를 다루는 힘을 가진 작가이기에 그에게 속지 않으려고 발버둥쳐 보았지만 결국엔 2권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그의 이야기가 이끄는대로 끌려가고야 말았다.

 

모든 것을 증오하며 살아온 시모니니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남을 함정에 빠뜨리면서도 결코 죄의식을 갖지 않는 인물이었다. 현대라면 사이코 패스처럼 분류될 이 인물은 중세라는 순진무구한 시대를 등에 업고 자신의 거짓말을 진실화해나가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그의 일기는 진실이 아닌 거짓의 그것에 가까운 것이 되고야 말았다.

 

움베르토 에코는 감히 흉내내지도 못할만큼 똑똑한 시대의 석학 아이콘이다. 그런 그의 머릿 속에서 이야기들은 기호가 되고 퍼즐이 되고 조각이 되면서 이렇듯 몇년씩 발효된 채 세상에 내뱉어지는 걸 보면 늘 놀랍기 그지 없다. 그의 머릿속 이야기들은 대체 어떤 단어로 시작되는 것들일까.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는 이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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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가장 쉬운 일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
이병진.강지은 글.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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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숙제를 미루어 본 일이 없는데 딱 하나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헷갈리는 숙제거리가 있다. 그것도 꽤나 미루어져버린. 모범생의 틀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버린 듯하지만 그래도 딱히 인생이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남달랐다. 무언가 잊고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달까.

 

아무튼 그간 잊고 살았던 연애세포를 되살려주는 달콤함과 그리움과 부러움이 한데 엉켜 있었다. 페이지페이지마다-.

[내게 가장 쉬운 일은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제목조차도 달콤하지만 첫장을 젖히는 순간 망연자실하게 만드는  수많이 이야기들이 더 숨겨져 있다. 행복한 반전이란 이들의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인 모양이었다.

 

마흔중반이지만 여전히 서로를 존대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부부를 알고 있다. 그들은 작지만 얻어지는 오늘의 기쁨들에 감사하며 살고 있기에 그들의 지위나 경제적인 부와 상관없이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알게 된지 얼마되지 않는 사람들이었지만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 엿볼 수 있어 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는데 이들 부부처럼 개그맨 이병진 부부도 서로 존대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말 하나가 서로의 존중감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가보다.

 

첫눈에 반한 남자의 고백으로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6년이라는 시간동안 한 남자의 지고지순함과 그 남자의 착함을 알아준 또 다른 착한 여자의 마음이 덧대어져 "결혼"이라는 결실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천사처럼 예쁜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가족의 완성. 그들은 셋이었지만 하나나 둘일때보다 더 행복해 보였으며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헤어질 세상의 많은 부부들의 이야기와 달리 어떻게든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줄지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인것처럼 비춰졌다. 느린 말투, 노안인 외모, 스피드하지 못한 개그로 인해 나는 개그맨 이병진이라는 사람을 좋아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한 가정의 남편감으로 그는 정말 타의 "귀감"이 되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년에 정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국민 드라마의 국민남편보다 개그맨 이병진이 더 국민 남편감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므로. 사랑은 라면 같다고 했던가. 누가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고 글소개에서 언급한 바가 있는데 이들이 10년간 끓인 라면은 정말 맛집 라면처럼 모두에게 소문났으면 하는...그런 맛이었다.

 

p.10  제 아내는 무엇이든 잘 물어봅니다. 그래서 저는 늘 공부를 해야 합니다.

 

p.12 제 남편은 척척박사입니다. 모르는 건 공부해서라도 답을 찾아다 줍니다.

 

부창부수.그들은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우리네 이웃이라 보기에 흐뭇해진다. 사이가 안좋으면서도 인기 때문에 사이좋은 부부인냥 나오는 연예인부부들보다 더 솔직하면서도 평범해보이는 이들의 사랑이 계속 예쁘게 지켜졌으면 좋겠다. 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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